태아로 돈벌이를 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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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복덩이 엄마
  • 승인 2015.08.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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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각종 검사와 육아용품 비용에 놀란 복덩이 엄마

[특별기고]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올해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된 행복한 예비 엄마입니다. 잠이 너무나 많아지고 몸에 약간의 변화가 생겨 임신 테스트기를 써 봤더니 두둥 두 줄! 매우 기쁜 마음에 남편과 병원을 찾았더니 초음파 검사 결과 6주 사이라는 확진을 받았습니다. 6주 뿐인데도 팔딱팔딱 빠른 속도로 뛰던 아가의 심장 소리!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확진을 받고 나오는데 접수처 옆에 아예 부스가 하나 마련되어 있고 거기서 웬 양복 입은 남자분이 우리 부부를 붙잡더군요. 태아보험에 가입하라고….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얼떨떨한 채로 그래도 왠지 가입해야 할 것 같아서 설계를 받아봤더니 100세 만기로 하면 금액이 10만 원을 훌쩍 넘더라고요. 만만치 않은 보험료를 20년 납부! 그래도 엄마 마음에 탄생 선물 겸 해주고 싶어서 22주 안에는 가입해야 혜택을 더 볼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으며 일단 병원을 나왔습니다.

주말부부를 하고 있고 아기는 제 직장과 친정이 있는 곳에서 낳아야겠다는 마음에 병원을 옮기게 됐습니다. 2차 방문한 병원에서 이루어진 1차 기형아 검사! 13주 때에는 반드시 기형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처음 간 병원의 말에 '기형아'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어감이 너무 끔찍해서 13주에 꼭 맞춰 옮긴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시 보게 된 우리 아가 모습!! 뱃속 아기를 볼 수 있는 신비감 및 밀려드는 감동에 또 한 번 행복을 느끼며 초음파 검사 비용을 내려니 15만 7000원! 검사 비용에 놀랐지만, 기형아 검사가 있어서이겠느냐는 생각 및 각종 검사의 비용의 정확한 가격을 모르니 달라는 대로 주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기형아 검사는 1차라는 사실! 4주 뒤 2차 기형아 검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형아 검사라는데 세상에 첫 아이를 가진 엄마치고 안 하는 분이 있을까요?

그런데 옮긴 병원에서는 아기 초음파 동영상도 2만 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처음 간 병원에서는 아기 동영상을 서비스(?)로 산모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이미 의료보험도 안 되는 초음파 비용을 15만 원 이상 냈는데 우리 아기 동영상을 보려면 2만 원을 내라? 웨딩사진도 돈을 내면 원판사진을 주는데 이건 뭔가 병원에서 아기 초음파를 상대로 산모들에게 이중 부당 이득을 취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아기 초상권인데! 타 병원을 거론하며 부당함을 토로했더니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않으냐는 식이더라고요.

2만 원! 어떻게 보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금액이지만 병원의 장삿속이 훤히 보이는 놀음에 호구가 되기 싫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우리 아기가 정말 보고 싶지만 그럴 땐 초음파 사진과 첫 병원에서 준 동영상을 돌려봅니다.

2차 기형아 검사! 그새 또 훨씬 자란 우리 아기 모습 및 성별 확인에 기쁨을 만끽하다가 12만 원 비용에 또 한 번 놀라며 병원을 나왔습니다. 그래도 아기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19주인 현재 21주에서 24주 사이에는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12만 원이라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예약을 해야 한다고! 이번에는 또 '정밀'이라는데 검사를 안 하는 산모가 있을까요? 이제 태아보험도 결정을 해야 하고 튼살크림, 산모 속옷, 임신복 등 하나하나 새로 사야 할 것들이 늘어가는데 병원 가서 아가를 보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가기가 참 두렵습니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되는 기형아 검사며 정밀 초음파며 앞으로 진행될 입체 초음파! 문외한인 만큼 전문의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야겠지만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검사 이름 하나는 산모를 잘도 낚게 지어뒀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비용이 참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는 여러 출산 정책을 내놓지만 기본적으로 태아를 상대로 행해지는 여러 검사에 의료보험 혜택을 주면 안 되는 건지요? 첫 병원에서 만든 행복카드를 발급받아 쓰고 있지만 적립금 50만원 병원 몇 번 가면 다 쓴다는 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유모차, 카시트 등도 알아봐야 하고 기저귀, 분윳값도 많이 들겠지요? 유모차, 카시트, 중고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부모 마음에 새 제품, 신상품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다행히 저희 부부는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만(단, 저는 일 년씩 재계약해야 하는 직장), 돈 없는 사람은 정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다행이고 행복하다가 아니라 아이 한 명 낳는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거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게다가 요즘은 산후조리원이 필수로 자리 잡고 있지요? 2주 200만 원 안팎의 비용! 출산비용도 당연히 있을 것인데 산후조리원까지…. 어떤 분들은 산후조리원에서 조리가 안 되었다고 추천을 해 주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산모는 조리원에 대한 유혹을 쉽게 거절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산후조리원 등은 나라에서 공짜로, 혹 제 생각이 망상이라면 나라에서 좀 적절한 대책을 세워줄 수는 없는 걸까요?

 

최근 주민센터를 찾아 출산장려금을 알아봤더니 셋째를 낳으면 100만 원을 준다고 합니다. 요즘 결혼 적령기가 여자 나이 서른 둘이라는데, 그리고 아이 한 명 낳는데 이렇게 많은 돈이 드는데 셋째까지 낳는 부부가 많을 수 있을까요?

임신하고 난 후 뼈저리게 와 닿는 정부의 실효성 먼 출산 정책 및 아기 대상의 온갖 돈벌이…. 아기 낳기가 두렵고 잘 키울 수 있을지, 예비 엄마인 저, 우리 복덩이 쓰담쓰담하며 지금까지 몇 자 끄적거려 봤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언젠가 그 바위가 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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