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할망구가 갑자기 찾아온 사연
아랫집 할망구가 갑자기 찾아온 사연
  • 기고 = 이정옥
  • 승인 2015.08.2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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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던 이웃 층간소음으로 소원...사정 알고 마음 풀려

[연재] 층간소음 갈등해결 노하우 공모전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문제는 대부분의 층간소음이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이웃이 함께 행복하려면 부모가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 베이비뉴스는 국토교통부와 알집매트 후원으로 '층간소음 down 이웃행복 Up' 층간소음 줄이기 연중캠페인을 진행한다.

 

금쪽같은 손녀가 태어나기 전엔 402, 아랫집과는 나름 화기애애한 이웃이었습니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10.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내왔건만, 뉴스에서만 보던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저에게도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402호는 딸 하나를 둔, 저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딸은 십 년 전에 시집가고 가끔 친정에 와서 지낸다고 알고 있고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늦둥이 첫 손주를 본지라 하루하루 손녀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요즘 말로 손녀바보 할머니입니다.


사위가 해외로 출장을 가는 일이 잦은지라 딸아이와 손녀는 요즘 저희 집에 거의 와있다시피 합니다. 손녀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로 9개월에 첫걸음마를 하고 10개월이 되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곧 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말썽꾸러기 아가씨입니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걸을 때도 얌전히 걷는 법이 없지요. 잠도 12시가 넘어야 들어요. 그래도 제 눈엔 그저 사랑스러운 손녀 아이랍니다.

 

사단은 한 달 전쯤, 11시가 넘어 초인종이 울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늦은 밤 '딩동딩동' 시끄럽게 울리는 벨 소리. 인터폰을 눌러보니 화면엔 아랫집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활력 넘치는 손녀가 태어나면서 사이좋던 이웃과 갈등이 생겼습니다. 사진은 제가 요즘 푹 빠진 제 손녀입니다. ⓒ이정옥
활력 넘치는 손녀가 태어나면서 사이좋던 이웃과 갈등이 생겼습니다. 사진은 제가 요즘 푹 빠진 제 손녀입니다. ⓒ이정옥


"늦은 밤 웬일이세요?"


"아니 잠을 잘 수가 없어서요. 이 늦은 시간에 너무 쿵쿵대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올라왔습니다."


조금은 격양된 목소리로 아랫집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손녀가 늦게까지 안 자고 뛰어다니네요. 빨리 재울게요. 죄송해요."

 

사과하고 나서 집에 들어와 생각해보니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돌도 안 된 아이가 뛰어봤자 얼마나 시끄럽다고 밤늦게 찾아와서 화를 낼까. 사람 좋다고 소문난 게 의심스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다음 날 같은 시각,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습니다역시 아랫집 할머니였습니다.

 

"아니, 어제 말했잖아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불같이 화를 내는 아랫집 사람에게 저 또한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이 보세요. 돌도 아직 안 된 아이가 뛰어봤자 얼마나 시끄럽다고 이렇게 화를 내십니까? "

 

살면서 처음으로 이웃과 얼굴을 붉혔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온 층간소음에 나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쯧쯧 조금씩 양보하면 될 것을 저렇게 어리석은 판단을 하나.' 비웃었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저 또한 부끄럽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로 딸 아이와 손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엘리베이터에서 그 할망구를 마주칠 때마다 어색하게 모른 척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요옆집 사람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랫집에 시집간 딸이 10년 동안 아기를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힘들다는 시험관 시술도 몇 번이나 했는데 매번 실패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번에도 잘 되지 않아 몸조리하기 위해 지금 딸은 친정에 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아차 싶었습니다. 위에서 아이가 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신은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너무 괴롭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너무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랫집 딸과 우리 집 딸의 얼굴이 겹치면서 마음고생 했을 그 집 식구들을 생각하니 화를 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실해 보이는 복숭아 한 박스를 사 들고 아랫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아랫집도 자기가 너무 예민했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그리곤 자신의 딸 아이 이야기를 합니다아이가 뛸 때마다 부럽고 샘이 나고 왜 남들에겐 쉬운 일이 자신에겐 이토록 어려우냐며 자신에게 화를 내며 말했답니다. 그래서 자신도 너무 속상해서 쫓아와 올라갔다고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랫집 사정을 말했습니다. 리가 너무 이기적이었다고 실수한 것 같다고 말하니 딸아이도 수긍합니다.


그러고 며칠 뒤에, 집으로 택배가 왔습니다. 사위가 보낸 어린이 매트였습니다. 아랫집 이야기를 들은 사위가 매트를 사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매트를 깔고 그 위에서 손녀 아이가 노니 확실히 쿵쾅대는 소리가 덜 했습니다. 진작에 살 걸 후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모든 갈등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다 그 안에 스토리가 있고 해결 실마리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이웃 간의 갈등은 원만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 해결 실마리가 보입니다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부터 헤어나오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층간소음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베이비뉴스가 진행하는 층간소음 갈등해결 노하우 공모전에 당선되신 분들에게는 층간소음을 줄여주는 알집매트를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공모전 참여 안내는 베이비뉴스 카카오스토리채널(http://kakao.ibabynews.com)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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