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제도, 정말 최선인가요?
맞춤형 보육제도, 정말 최선인가요?
  • 기고 = 송명희
  • 승인 2015.10.2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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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여성노동연구소 송명희 상임이사

[연재] 보육교사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회장 김옥심, www.kfca-2013.or.kr)는 '보육교사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연속기고를 베이비뉴스와 함께 연재합니다.


2013년부터 정부는 ‘보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기조 하에, 국가 책임보육의 일환으로 영유아 전 계층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일명 무상보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모든 아이에게 공평한 출발선을 제공하고, 영유아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경감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겨우 3년을 채우지도 못한 채, 내년부터는 보육의 질 개선을 위한 맞춤형보육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보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0~2세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하루 7시간 안팎으로 줄이는 것이 맞춤형보육정책의 내용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하여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가평, 김천, 서귀포에서 ‘맞춤형보육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맞춤형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강제적인 종일형(80%)과 맞춤형(20%) 보육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며, 맞춤형에는 종일형 예산의 80%만을 지원하고 긴급보육바우처 15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9월 국회에서도 시범사업과 예산편성 과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정부가 예산삭감을 위한 맞춤형보육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맞춤형보육정책이 진정 보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맞춤형보육인지, 공평한 출발선을 제공하려던 무상보육의 약속을 지킬 수 없어 시도하는 보육정책의 변화인지 알 수는 없다.


보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라면 무엇보다도 보육교사의 처우개선과 보육환경의 개선이 시급한 문제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야말로 미미하기 짝이 없다. 국책연구기관이 연구한 표준보육비용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보육료에 대하여, 보육료 3% 인상, 교사 처우개선비 3만원 인상 등을 당정에서 협의해 발표한 것이 전부이다.


또 만 0~2세 보육료 지원을 올해 2조 9694억 원에서 내년에는 2조 8234억 원으로 1460억 원을 줄인다. 말하자면 ‘맞춤형보육’의 대상인 영아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인다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가정어린이집으로서는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어 그야말로 타격일 수 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육료에 ‘맞춤형보육사업’의 도입으로 야기된 보육예산의 감소는 당연히 보육교사의 인건비 감소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근래에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등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영아를 보육하는 가정어린이집의 역할이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보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보육교사의 근로환경이나 이들의 보육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은 없고, 오히려 예산감소로 보육환경을 어렵게 하는 정책 아래서 진정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소위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 다수인 보육 수요자의 양육부담 경감에 초점을 두면서, 정작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보육서비스 공급자의 질적 수준은 소홀하게 여겼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많다. 모든 아이에게 공평한 출발선을 제공하기 위한 전제는 어린이집들의 동일한 보육 수준의 질적 보장이 아닌가? 영유아에게 동일한 교재를 개발해주는 것이 동일한 보육 수준의 전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노동의 대가가 임금이라면, 임금에 따라 노동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어린이집의 유형에 따라서 보육교사의 급여가 다르다면, 그 또한 보육의 질적 수준에 차이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영아를 담당하고 있는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급여 수준은 국공립보육교사의 급여 수준과 차이가 크다. 보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보육정책의 변화는 우선 동일한 연령을 담당하는 보육교사는 어느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같은 급여 수준이 보장돼야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맞춤형보육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여전히 정부는 실질적인 보육 수요에 따라 구분해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한다고 말한다. 취업주부에게는 종일반, 전업주부에게는 맞춤반을 배정하는 식으로, 무상보육 이후 아이를 더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취업모가 어린이집으로부터 역차별을 받는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자 전업모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제한해 가정양육으로 안내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어디에도 보육의 질적 수준을 위한 공급자 배려는 없다. 그동안 보육교사의 근로환경을 위해 어린이집의 운영시간과 이용시간을 구분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이는 전업주부와 취업주부에게 어린이집 이용에 차별을 두자는 의미는 분명 아니었다. 이는 보육서비스 제공자, 즉 보육교사의 근로조건을 위하여 무상보육의 범위를 이용시간으로 제한하자는 의도를 내포했던 것이다. 즉 무상보육시간 이상의 보육에 대해서는 수요자로부터 보육료 수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어찌되었던 내년부터 맞춤형보육을 시행한다고 한다. 종일형과 맞춤형을 어떻게 구분하던 간에 보육의 질적 수준을 위해 반드시 정부가 보장해 주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보육교사의 인건비 문제이다. 영아를 담당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인건비 수준은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아동의 등원 상황과 직결되어 보육료가 수급되고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 적어도 일용직이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기본적 고용을 위하여 아동별 보육료 지원을 보육교사별 인건비 지원으로 변경돼야 한다. 또한 맞춤형 담당 보육교사의 인건비는 가정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유형의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에 의한 인건비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표준보육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육료로는 보육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무상보육의 시간을 8시간 이용시간으로 정하고, 그 이상의 이용자에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시간당 보육료를 수납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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