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애 낳으라더니...' 보육대란
'마음 놓고 애 낳으라더니...' 보육대란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1.05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육료 끊기면 어린이집 안 보내려구요"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보육료 지원이 끊기면 둘째는 어린이집 못 보내죠."

 

두 딸의 아빠 윤성환(38, 경기도) 씨는 새해부터 보육료 문제로 한 숨이 나온다. 올해 보육료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못하면서, 당장 이달부터 혼자 부담해야 할 첫째 딸 어린이집 보육료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윤 씨는 "첫째 아이 어린이집 보육료가 월 50만 원인데, 국가 지원이 끊기면 가계에 타격이 굉장히 크다"며 "형편이 어려운 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도 못 보내고, 이렇게 되면 최소한의 유아 기본교육조차 시키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윤 씨는 "보육료 지원이 정말 끊기면 둘째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을 상황"이라며 "보육예산 말장난,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국가가 보육예산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인천보육포럼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정부의 보육지원 중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 출력물을 향해 달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참여연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인천보육포럼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정부의 보육지원 중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 출력물을 향해 달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전국 시·도교육청, "보육료 예산, 확보 못했다"

 

만 3~5세 무상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예산이 미편성된 가운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의 걱정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보육료 지원이 끊기면 당장의 보육료 지출 부담이 학부모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5일 교육부과 17개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보육료 예산 미편성으로 이달부터 유치원 교육비와 어린이집 보육료가 끊길 위기에 처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4곳이다. 강원, 세종, 전북 3곳은 유치원 교육비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예산은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나머지 울산, 경남, 대전, 부산 등 10개 시도는 일부 예산이라도 편성해 당장의 급한 불은 끈 상태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교육비는 7.6개월, 어린이집 보육료도 6개월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이 편성도 결코 쉽게 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현재 유치원 교육료,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둘 다 온전히 편성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 교육청과 정부 갈등은 팽배

 

사실 이 같은 우려는 재작년부터 계속돼 온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만 3~5세 누리과정을 확대 시행하는 한편, 무상보육을 부모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보육료 지원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정부가 2014년까지는 국고와 지방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육비 예산을 충당할 수 있었으나, 결국 지난해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보육료를 전액 부담하게 하면서 예산 부족 등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때문에 교육청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은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문제로 시도의회와 시도교육청,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교육현장에 갈등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누리과정 관련 예산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서 발생하게 될 보육대란의 책임을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와 국회가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도 교육청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 교육부는 5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개인의 판단에 따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 도교육감들은 보육대란을 막기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관련 긴급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전액 편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교육청과 정부는 갈등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학부모들, "집에서 애 데리고 있어야 하나?"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사이 애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보육비 대란에 단단히 뿔이 난 상황이다.

 

현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국·공립은 보육료 22만 원에 교사 처우 개선비와 운영비 7만 원을 합한 29만 원, 민간 어린이집은 연령에 따라 26만 6000원~29만 1000원을 지원 받았다. 유치원을 보낼 경우에는 공립은 11만 원, 사립은 29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보육료 지원이 끊긴다면, 이 비용을 학부모들이 떠안게 될 수 있다. 

 

한 부모는 "보육료 지원이 안 되면 어린이집, 유치원에 안 보내려고 한다. 애가 둘이라서 100만 원 가량이 드는데, 100만 원이 애 이름이겠느냐"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부모는 "큰 아이는 내년에 학교가야 해서 유치원에 안 보낼 수 없고,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서 안달인데 문제"라고 전했다.

 

또 다른 부모는 "아이가 본격적으로 배워야 할 나인데, 아이 교육비를 지원 안 해주면 어쩌라는 소린지 모르겠다"며 "둘째가 뱃속에 있는데 앞으로 두 아이를 키워야 할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원장들도 보육비 대란에 앞이 막막하다.

 

김포의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은 "요즘 보육료 지원에 대한 엄마들의 문의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불안해 하면서 퇴소까지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다"며 "유치원 운영이 걱정이 된다. 교사들 급여도 줘야 하는데, 원장 입장에서 정말 한 숨이 나온다"고 전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