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가정 양립, 언제 편해질까요?
여성의 일·가정 양립, 언제 편해질까요?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6.03.02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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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들이 짚어본 여성노동정책 평가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현재 우리나라는 양육 부담이 큰 우리사회에서 양육기에 부담을 덜기 위한 근무시간 단축 청구권과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일자리와 양육과 돌봄 모두를 잡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의 창출은 양질의 여성 일자리를 토막내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일 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3년 동안 여성정책, 여성노동정책, 고용정책의 큰 흐름으로 제시 된 시간제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흐름과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례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는 2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박근혜 정부 3년 여성노동정책의 흐름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 정부 안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입지와 앞으로의 전망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민주노통 김수경 여성국장이 사회 및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한림대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는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본 여성노동정책의 흐름과 실태 보고'를,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 여성, 여성노동자의 요구-경력단절 해소'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는 2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박근혜 정부 3년 여성노동정책의 흐름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 정부 안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입지와 앞으로의 전망을 논의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는 2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박근혜 정부 3년 여성노동정책의 흐름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 정부 안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입지와 앞으로의 전망을 논의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일·가정 양립 위해서는 부당함은 감수?


발제를 맡은 한림대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는 "최근 여성들의 입지는 실제 IMF시대를 방불케 한다"며 말문을 뗏다. "근무하고 있는 역량 있는 여성들도 내보내고, 계약직으로 빈자리를 채우는가 하면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며 현 시대 여성들의 입지를 지적했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집중되는 특정 일자리는 초임 임금이 굉장히 낮다. 또 남자들과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여성들의 임금은 낮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다. 자꾸 반복되는 일이지만, 경력단절여성이나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 육아를 원하는 여성들은 '아이 키우면서 일을 하는 것'에 메리트를 느끼면서 암묵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는 임금이나 업무, 복리후생, 직장에서의 지위는 바랄 수 없다."


경력단절여성들은 육아로 인해 시간선택제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 교수는 "자발적선택, 최저임금, 국민연금, 고용보험, 기간 정함 없는 근로계약을 갖춘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는 100명 중 6명만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 교수는 "시간제 고용을 중심으로 한 여성 고용 확대 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며 "채용형 시간제는 폐기하거나 이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열악한 여성노동자의 처우,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 지혜원 지부장은 모성보호가 어려운 의료 현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수술실에 근무할 때 수술실 내 엑스레이가 있는데도 가임기 간호사들은 일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임신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임신을 했는데도 계속 유산을 하는 간호사도 생길 수밖에 없다. 만 5년이 지나도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쓴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임신을 위해 퇴사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지 지부장은 "노동환경이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을 하고 변화했다고들 하는 데 실감은 못하겠다"며 "성별임금격차도 많이 일어나고 복직이 어려운데 퇴사를 해야만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대한민국 미래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호연 의장도 보육현장 내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우를 지적했다. 김 의장은 "계속해서 이야기 해도 바뀌지 않는 보육현장 이야기를 말할 때마다 답답하다"며 목소리를 높여갔다.


"현장에서 보육교사로는 15년, 보육노조활동은 10년차인 11살, 7살 아이 엄마다. 국가책임 보육제, 인권보육 실현, 행복하게 맡길 권리가 지켜지는 현장, 행복하게 일할 권리가 지켜지는 현장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보육현장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어 김 의장은 "보육교사 자격증은 일명 '재취업 여성들의 최고의 자격증'이라고 불릴만큼 취득이 쉽다"며 "그렇기 때문에 보육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다수가 최저임금인 106만 원으로 계약해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의장은 "보육교사들은 1:1계약관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지도 모르고,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일하는 것 또한 문제"라며 "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교사대 아동비율이 터무니 없이 큰 것도 보육환경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공공부문 시간제 일자리에서도 여성은 차별받고 있다


부산방문 보건 간호사 방기원 씨는 "사람이 우선시 되는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마이크를 잡았다. 부산에서 올라와 토론회에 참석한 방 씨는 임기제 공무원의 실태를 지적하며 잘못된 일자리 정책임을 강조했다.


"공공부문 시간제 일자리는 한시적 업무를 맡은 임기제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도 도입되고 있다. 상시·지속적 업무로 규정된 일자리에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방문 간호사, 직업상담사 등 직종과 업무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이 첫번째 문제다."

 

또한 방 씨는 "최장 5년간 근무할 수 있지만 이후 재계약은 하기 힘든 구조,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는 구조와 연봉인상, 공무원 연금가입은 엄두도 못내는 게 현실"이라며 "노동조합 결성 또한 할 수 없을 뿐더러 조합원으로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 외주화에 우는 여성 노동자들


톨게이트 본부 지부장을 맡고 있느 도명화 지부장도 서면으로 근무환경의 열악함을 전해왔다. 전국에 있는 톨게이트는 모두 외주화돼 고용불안에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기혼여성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그만둔 후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처우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참고 일해왔다"고도 지부장은 전해왔다.


"호봉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10년 경력자나 신입이나 같은 급여를 받고 남성직원보다 몇배의 노동을 하더라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함은 여성 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었다.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신분은 여성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더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어 갔다."

 

외주화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세종호텔 노동조합 고진수 위원장은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았다.


고 위원장은 "호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객실 청소 파트는 IMF이후 외주화되면서 최저임금으로 떨어지고, 환경이 열악해졌다"며 "청소업무를 단순노무직으로 인정하고 하대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외주화가 진행돼 부당한 처우는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외주화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고위원장은 점점 열악해지는 근무 환경을 지적했다.


"최저임금으로 객실 하나 청소하는 데 5000원이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면 무리해서라도 더 일을 해야 한다. 또한 호텔 안에서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자존감이 떨어져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주화가 되면서 돌이키기 힘들어졌다. 다쳤을 경우에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본인부담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


고 위원장은 서비스직에 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의 기로에 서있다"며 "단순 용무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에서 부당함을 느낀다.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맡아오던 파트인 만큼 숙련된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일해야 한다는 불합리함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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