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조기 독서교육, 아이 뇌에 좋지 않아요"
"지나친 조기 독서교육, 아이 뇌에 좋지 않아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3.1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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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전하는 올바른 독서 교육 가이드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아이를 지(知)적인 존재로만 보지 마세요."

 

신성욱 피디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의실에서 진행된 '우리가 속아온 뇌과학의 신화와 진실' 두 번째 강의에서 "지나친 조기 독서교육은 아이의 뇌를 인간다운 뇌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이번 강의는 영유아 및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바른 교육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각기 다른 주제로 4회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강사로 나선 신성욱 피디는 다큐멘터리 작가 겸 프로듀서로 KBS '생로병사의 비밀' 등의 제작에 참여했고 KAIST에서 과학저널리즘으로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뇌가 좋은 이유: 한 살 아기에게 책을 읽혀라'를 집필한 것을 계기로 과학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또한 '읽기와 뇌 발달', '놀이와 뇌 발달', '하늘보다 더 넓은 뇌' 등을 주제로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연수원, 학교 도서관에서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400회 이상의 강연을 펼쳐오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의실에서 진행된 '우리가 속아온 뇌과학의 신화와 진실' 두 번째 강의에서 신성욱 피디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의실에서 진행된 '우리가 속아온 뇌과학의 신화와 진실' 두 번째 강의에서 신성욱 피디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날 신 피디는 '두뇌발달에 유익한 책읽기는 따로 있다'는 주제로 자녀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독서 교육법에 대한 바른 정보를 일러줬다.

 

먼저 신 피디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한 살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책을 읽히면 좋다는 신화를 믿고 있다. 때문에 요즘은 '초조기교육'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심지어 신생아를 위한 교재들도 나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신 피디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자교육률은 만1세의 경우 27.3%, 만2세는 24.3%, 4세는 44%, 5세는 76%에 달한다.

 

신 피디는 "이러한 딜레마가 아이에게 적용되면서 독서교육 분야에서 '독서영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독서교육 시장에서는 '모든 아이는 천재로 태어난다', '당신의 아이는 이미 천재다', '18개월이 되면 책을 읽을 수 있다', '18개월부터 36개월까지 독서를 반복하면 독재영재의 루트에 접어든다'는 식의 광고를 하며 엄마들을 조급하게 만든다"며 "많은 엄마들은 이 말을 믿고 있지만, 만일 이 말이 진실이라면 광고자에게 노벨상을 주고 싶다. 모든 담론을 다 뒤집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피디는 프로그램 제작 시 겪었던 한 일화를 전했다. 신 피디는 "한 엄마가 '자녀가 18개월부터 25개월까지 1만 권의 책을 읽었다. 아이가 하루 8시간 책을 본다'고 편지를 보냈다. 실제로 촬영을 가봤더니 아이가 정말 그렇게 했다. 신기했다"며 "그 촬영본을 가지고 미국의 독서학연구자에게 보여줬더니 연구자의 첫 마디는 '누가 아이에게 이런 짓을 시키나요? 아이 데리고 병원에 가보세요'였다. 놀랐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이 아이의 뇌를 검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능검사에서는 '지체발달'로 나왔고, 애착반응 검사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게다가 자폐성향까지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아이를 동물원에서 사육당하는 동물과 비슷한 상태라고 해석했다. 아이가 하루 종일 책을 읽었던 것은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다. 주 양육자인 엄마의 눈치를 보며 엄마가 좋아하는 행동을 한 것뿐. 이 엄마는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면 아이의 인성이 반듯해지고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신 피디는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비극적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의 2014, 2015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학전 아동 10명중 3명이 언어발달, ADHA, 유사자폐 등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조기교육'이 꼽혔다.

 

신 피디는 "아이를 지적존재로만 파악하고, 지적영역에서만 경쟁하도록 두면 안 된다. 지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며 "지금 세대 아이들은 걷는 시간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이것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생각과 감정 등이 조화를 이룬 것이 건강한 뇌다."

 

신 피디는 "초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감정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뭐가 좋고 나쁜지, 무엇이 되고 하고 싶은지 판단하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공부만 반복할 지도 모른다"며 "아이슈타인은 책을 많이 봐서 천재가 된 것이 아니다. 숱한 재료(경험)들로부터 직관이나 상상력을 떠올려 수학 등의 다른 언어로 표현해낸 것이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하는 조기교육은 이를 간과하고 인간다운 뇌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조기교육을 받는 것보다 많은 경험과,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중요하다."

 


끝으로 신 피디는 "많은 부모들이 독서를 학습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빨리 많이 읽히려 하는데, 이 태도는 아이에게 좋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책은 아이들의 장르가 아니다. 어른은 책을 통해 지식과 깨달음 얻지만, 12살 미만 아이들에게는 책이 중요치 않다"며 "아이에게 글자를 읽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책의 그림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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