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특별활동비, 사교육비 아니다?
어린이집·유치원 특별활동비, 사교육비 아니다?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3.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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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비 줄었다더니…사교육비 범위만 줄여"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산하기관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영유아·보육비용 추정 연구(Ⅲ)'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영유아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63%가 줄었다. 부모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사교육비가 줄었다면,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부모들이 여전히 높은 사교육비에 고충을 느끼고 있다. 최근 한 육아맘은 "교육비 왜 이렇게 비싼지, 갈수록 부담이다. 무섭다"고 토로했다. 다른 엄마는 "큰 아이 교육비도 있고, 작은 아이 유치원비만 월 60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며 "허리 띠를 졸라매려 해도 졸라맬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전체 영유가 사교육비는 줄었다는데, 부모가 체감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왜 줄지 않았을까?

 

국책연구소가 시행한 '2015 영유아·보육비용 추정 연구' 보고서의 통계 결과가 크게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유아 사교육비 정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 사교육비 정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영유아 사교육비 범주 절반으로 줄였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5년 영유아 사교육비는 1조 2051억 원으로, 2014년 3조 2289억 원보다 무려 2조 238억 원이 줄었다. 1년 만에 63%이나 감소한 것이다. 영유아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정 비율 또한 2014년 74.3%에서 2015년에는 32.17%까지 대폭 감소했다.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2014년 10만 8400원에서 5만 7200원으로 절반가량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4일 '2015 영유아 사교육비 통계 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고 "영유아 사교육 규모를 비롯해, 지출비율, 월평균 비용이 줄어든 이유는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범위를 축소했기 때문"이라며 "이 보고서의 조사 기준은 이례적이고 자의적"이라고 꼬집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 2012년부터 '영유아·보육비용 추정 연구' 시리즈를 발표하며 우리나라 영유아 사교육비를 분석해 오고 있다. 연구소는 2014년까지의 연구에서 '영유아 사교육비' 범위를 '정부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지 않는 교육·보육 서비스 비용'으로 정했지만, 2015년 조사에서는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는 공적인 성격을 가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보육 활동 이외에 부모가 영유아의 교육·보육을 위한 목적으로 순전히 개인 부담으로 지출하는 비용'으로 한정했다.

 

이 정의를 따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방과후 특성화 활동과 특별활동 등이 사교육비 범주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는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 외에도 2014년 분석항목에 포함됐던 '교구활용 교육'(교재교구를 구매한 뒤, 방문교육이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로 몬테소리, 하바, 레고 등이 이에 속한다.)이 설문항목으로는 제시됐는데, 본문의 분석내용에는 빠져있었다. 결과적으로 사교육 범주에서 제외된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 및 전화교육'(정기적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교육을 받는 경우)도 2015년 조사항목에 특별한 이유 없이 제외됐다.

 

이 모든 항목을 정리하면, 2014년 연구에서 영유아 사교육비는 ▲시간제·반일제 이상 교육기관 ▲개인·그룹 지도 ▲문화센터 ▲학습지 ▲교구활동 교육 ▲전화·인터넷 등 통신교육 ▲특별활동비 ▲특별활동 교재·교구비 총 8개 항목이었는데, 2015년 조사에서 영유아 사교육비는 ▲시간제·반일제 이상 교육기관 ▲개인·그룹 지도 ▲문화센터 ▲학습지 등 4개 항목만 인정됐다.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2015년 기준,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의 60~70%가 특별활동(특성화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특별활동은 영유아 사교육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항목이다. 특별활동의 월평균 부담 비용 또한 매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많은 부모들이 이 비용 때문에 고민을 하는데, 이 비용을 빼고 사교육비를 논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부모들은 특별활동비를 부담스러운 항목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부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특별활동도 많이 하는 곳이라 특별활동비 16만 원을 따로 낸다. 많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부모도 "4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특활비용비로 매달 10만 원 넘는 금액 내려니 벌써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최 연구원은 "게다가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은 부모 선택에 의해 비용이 지출되는 이른바 수익자 부담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 진행 주체 또한 민간교육업체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며 "아무리 프로그램 운영 장소가 공적인 성격을 가진 유치원·어린이집이라 하더라도 특별활동을 사교육비 범주에서 제외한 것은 영유아 사교육비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편법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 "현실성 있는 연구 진행해야"

 

그렇다면 이번 연구에서 왜 영유아 사교육비의 범위가 줄었을까? 이 연구 보고서는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을 사교육 범주에서 제외한 배경으로 "초, 중등 등 기타 학령기 사교육비 통계와 연계성을 가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초, 중, 고등 사교육비 조사 시, 사교육비 범주를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수요에 의해서 학교 밖에서 보충교육을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로 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수강비, EBS 교재구입비 등 공교육 성격을 가진 기관과 관련된 항목은 사교육비 통계에 일체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육아정책연구소도 이번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부터 초, 중, 고등 사교육비 조사와 같이 특별활동비, 특별활동 교재·교구비 등 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과 관계된 항목을 제외한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그간 '영유아 사교육비'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가 진행된 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통계청과 교육부가 다른 학령기와 조사 기준을 맞추는 '일관성 있는 통계'를 원했고, 내부적으로도 초, 중등 학령기와의 연계를 생각해 이번 연구에서 사교육비 기준을 바꿨다"고 전했다.

통신교육, 교구활동 등이 조사 항목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번 연구에서 이 항목들은 조사 표본이 크지 않았다. 미미한 항목들까지 연구에 포함하기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 뺀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납득이 안 간다. 교구활동 비용도 상당할 것"이라며 "만일 비율이 낮다고 한다면, 조사 대상자를 늘려 충분히 따져볼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으면 적다고 표현하면 되는데 아예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통계처리가 너무 주먹구구식이라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이 항목들을 뺀 사교육비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와 통계 없이 어떻게 문제의식을 갖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냐"며 "영유아뿐만 아니라 초, 중, 교 사교육비 기준 역시 확실하게 정리하고, 연구에 현실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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