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양희석의 육아픽
놀자는 어렸을때 부터 자기 손가락에 매니큐어 바르는 것을 좋아했고, 엄마가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이상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더니, 얼굴에 엄마 화장품을 발라줘도 싫다고 하기 시작했다. 대신 엄마와 아빠에게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엄마에게 화장시켜주는 놀이를 시작했다.
놀자에게 "너도 발라줄께. 같이 바르자"고 아무리 꼬셔도 넘어오지 않더니, "나는 남자니까 매니큐어 바르는 것은 시시해"라고 시크하게 대답했다.
"매니큐어 바르는게 어때서?", "왜 남자는 매니큐어 바르면 안돼?", "놀자가 아빠도 발라주면 아빠도 이쁘게 하고 다니는데?"라며 여러 가지 이유를 대봐도 넘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마디.
"형아들이 매니큐어는 여자애들이나 바르는 거라고 놀려!"
결국은 어린이집 '형아들의 놀림'이 엄마 아빠의 권유와 응원보다 더 힘을 가지는 시기가 된 것이다.
놀자의 이 반갑지 않은 사회화. 이런 사회화는 안되길 바라고 바랐는데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이제 놀자엄마와 나는 사회화된 놀자의 대리만족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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