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품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오면
"자녀의 인생은 자녀에게 맡겨주세요"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아이에게 부모가 가장 중요한 시기는 초등학교 입학 전이다. 그만큼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시기에 부모는 아이가 삶의 토대를 잘 다지도록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인성과 예절, 친구관계를 비롯해 건강상태와 식습관이 상당 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의 세상은 커진다. 부모 이외에 친구가 삶에 등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구보다는 부모가 중요한 시기다. 그리고 여전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기는 삶에서 중요한 습관을 다지는 시기다. 특히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선택이 실패하더라도 얼마든지 부모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나 아이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또한 아이는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또래 관계라는 사회 속에서 아파하고 다듬어지고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을 아이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어쩌면 부모가 중요한 시기는 여기까지일 수 있다.
이후 중고등학교 시기부터는 부모의 중요성은 확연히 낮아진다. 초등학생 때는 친구가 존재해도 부모보다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친구가 된다. 또한 사춘기를 겪으면서 반항심이 많아지고, 세상과 주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부모나 학교에 대해서 불만도 많아진다. 부모가 아이를 여전히 어리다고 판단하고 통제하려고 하면 아이는 엇나가기 쉽다. 그래서 이 때 많은 부모님들이 심리학자를 찾아 자녀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부모가 아이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해 주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려고 할 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아이가 요청할 때만 도움을 준다면 이 시기에도 부모와 자녀관계는 얼마든지 좋을 수 있다.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적으로도 성인이 되면, 부모 역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되건 말건, 자녀가 부모가 되건 말건, 자녀가 조부모가 되건 말건 상관없이 자녀를 애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건 여러모로 보았을 때 부모나 자녀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도록 도와야지, 자녀에게 의지해 노년을 보내려고 하거나 늙어서도 자녀를 뒷바라지에 매달리는 모습은 가히 보기 좋지 않다.
사실 효(孝)라는 명목으로 부모에게 얽매여 사는 자녀들의 삶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자녀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은 자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요, 자신의 고생을 되갚으라는 빚쟁이 심보일 뿐이다.
물론 자녀를 떠나보낸다고 남남으로 살자는 의미가 아니다. 부모 역할에서 벗어난다 해도 필요하다면 여러 면에서 도울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부모니까’, ‘자녀니까’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이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아무런 준비 없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제 아무리 어린 부모더라도 언젠가는 이 아이들이 자신의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아이들을 준비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 역시 준비해야 한다. 우리 부부가 1년 동안 아메리카 종단계획을 세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아이들을 우리 품에서 떠나보내는 일종의 의식(ritual)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시간을 돌아보고 추억하며 서로에게 남아 있는 속상함도 풀고, 이후의 계획도 세워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을 반드시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때가 되었을 때 후회와 아쉬움이 적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찌 생각하면 너무 아쉽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때가 기대된다. 우리 두 아들 때문에 기분 좋게 담보 잡혀 있던 내 인생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때가 아니겠는가!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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