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으로 얻은 귀한 딸, 염색체 이상 판정
인공수정으로 얻은 귀한 딸, 염색체 이상 판정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6.07.1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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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분류 코드도 없는 희귀질환, 치료비에 생활고

【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현지(4)는 뇌병변 장애 2급에 상세불명의 염색체 이상으로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현지(4)는 뇌병변 장애 2급에 상세불명의 염색체 이상으로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평생 엄마가 책임져야 할 거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랬어요. 아이가 스스로 돈 벌어 밥 먹고 살 일은 없을 거라고요.”

덤덤하게 말을 잇는 엄마 뒤편에서 갈지자로 걷던 현지(4, 가명)가 쿵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주방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물건 사이를 넘으려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엄마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현지를 일으켰지만 현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곧 다시 넘어졌다. 

현지는 상세불명의 염색체 이상으로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다. 언어, 인지 능력이 떨어져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척추가 균형을 잡지 못해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하루에 수십 수백 번씩 넘어져 온몸에 멍자국인데도 잠시를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걷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현지에게 엄마는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보통의 네 살이라면 말귀를 알아들을 때죠. 현지는 아직 한 살 정도의 발달 과정을 지나고 있어요. 뜨거운 것에 서슴없이 다가가 손을 대고, 뭐든지 입에 가져가 먹으려고 해요. ‘이거 위험하다, 이거 안 된다’고 설명하면 ‘뭔 얘기를 하느냐’는 듯이 쳐다보고요. 그런 현지의 눈을 보고 있을 때 제일 마음이 아파요.”

현지는 엄마 이수영(32, 가명) 씨의 외동딸이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얻은 귀한 딸아이. 태어나고 한동안은 다른 아기들과 다를 게 없었다. 잘 먹었고, 잠도 잘 잤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엄마 이 씨는 현지와 같은 어린이집에 출퇴근하며 저녁과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육아하는 평범한 미래를 계획하던 중이었다.
 

 

인형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현지.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인형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현지.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갑작스레 발견된 난치성 희귀병

 

태어난 지 100일이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현지의 심장은 박동을 멈췄다. 여느 때처럼 수유 후 잠시 눕혀 놓고 돌아온 사이였다. 좀 전까지 엄마 손길에 까르르 웃던 현지의 얼굴은 잿빛이 돼 있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해본 이 씨는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후 겨우 살아난 아이를 두고 의사는 아이가 염색체 이상이라고, 그것도 다른 염색체 이상과는 다른 난치성 희귀병을 가졌다고 말했다.

양수검사에서 아무 문제없던 아이에게 갑자기 발견된 장애는 혹시나 하고 들어둔 태아보험에서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흔한 염색체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코드조차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잘 모르는 부분을 넘기고 볼 수밖에 없던 약관은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를 거의 대부분 커버해주지 않았다. 의료비는 결국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걸음걸이를 교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리치료부터 언어, 인지, 행동, 발달치료 등으로 한 달에 드는 치료비는 약 280만 원. 아빠의 한 달 급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이미 쌓인 빚에 생활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벅차지만 치료를 한 개라도 중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며칠만 치료를 받지 않아도 걸음은 심하게 틀어지고 인지 능력 역시, 언제 훈련했냐는 듯 도로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는 서울 병원에서 집이 있는 횡성까지는 약 세 시간이 걸린다. 집 근방에는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이 씨 가족은 어쩔 수 없이 기러기 가족이 된지 오래다. 주중에는 현지 이모네 집에서 엄마와 현지가 머물고 주말에만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이 함께 한다.
 

 

현지는 행동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놀이치료 등 10개 가량의 재활치료를 매일 받고 있다. 현지의 집은 위험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는 현지의 안전을 위해 거실과 부엌 사이를 비롯한 위험한 곳마다 물건을 놓아 길을 막아 놓았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현지는 행동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놀이치료 등 10개 가량의 재활치료를 매일 받고 있다. 현지의 집은 위험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는 현지의 안전을 위해 거실과 부엌 사이를 비롯한 위험한 곳마다 물건을 놓아 길을 막아 놓았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살아서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

요즘 현지는 미끄럼틀 타기에 푹 빠졌다. 엄마가 “미끄럼틀”이라고 말하는 순간 “아빠”를 외치는 현지. “미끄럼틀은 아빠랑 타러 가야 한다”는 의사표현을 엄마가 알아채고 대신 말해주니 그렇다는 듯 제 엉덩이를 두드린다. 미끄럼틀 탈 때는 엉덩이로 앉아 내려오는 것이라는 시늉이다.

“저는 현지 심장이 맨 처음 멈췄던 그날, 현지가 죽었다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죽은 사람 같았거든요.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심정지를 겪고도 현지는 스스로 고비를 넘겼어요. 죽었다가 살아난 아이에게 뭘 바라겠어요. 살아서 우리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고마워요.”

아이를 평생 지금처럼 돌봐야 할 것이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마음의 무게를 현지 엄마는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현지의 모습을 보며 견딘다. 장난감 건반을 두드리는 현지를 주시하며 “현지가 음악적으로 발달했나봐요”라고 말하는 엄마 이 씨의 목소리에 아이를 향한 희망이 서려있다.

현지의 의료비 지원을 돕고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는 현지네 가족에게 쌓인 빚과 앞으로 필요한 치료비 마련을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이다. 김주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 과장은 “할 수 있는 게 치료뿐인 상황에서 경제적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현지의 가정에 함께 희망을 나눌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거울 속 모습을 보는 현지.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거울 속 모습을 보는 현지.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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