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워킹맘은 오늘도 웁니다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워킹맘은 오늘도 웁니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11.15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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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미안한 워킹맘, "우리 미안해하지 말아요"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올 것이 왔다.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아주 가끔은 ‘언제 오나’ 했던 날. 15개월이라는 시간이 이렇게도 빨리 지나가다니. 지난달 나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워킹맘(직장맘)’이 됐다.

출근 일주일 전부터 온갖 걱정에 머리가 아팠다. 가장 큰 걱정은 당연 아이였다. 시어머니 덕분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보다는 마음이 놓였지만 걱정을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 마트에 가서 아이 반찬거리, 간식거리도 잔뜩 사서 쟁여놓고 기저귀도 주문해서 차곡차곡 쌓아두며 실전 준비에 돌입했다. 회사 다니면 언제 할지 모르는 냉장고 청소며 화장실 청소, 이불빨래도 몰아서 했다. 비상시 먹일 해열제와 연고도 찾기 쉬운 자리에 챙겨놓았다. ‘괜찮을 거야’ 생각했다가도 일과 육아를 같이 하는 게 처음이니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워킹맘이 됐다. '일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컸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인 것 같다. 사진은 믹서기보고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모습.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휴직을 마치고 워킹맘이 됐다. '일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컸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인 것 같다. 사진은 믹서기보고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모습.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엄마랑 떨어지는 걸 알고 시위라도 하는 걸까? 새벽 내내 아이 열은 40도까지 올랐고 해열제를 먹이면 잠깐 뿐, 다시 열이 났다. 울고 달래고를 반복하다 밤을 꼴딱 새고 아침 7시 집을 나섰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아이를 어머니 품에 안겨놓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해 텅 빈 책상 앞에 앉았다. 1년 3개월 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잘 하고 싶은데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아이 생각만 났다. 몸은 회사인데 마음은 자꾸 집으로 향했다. 틈틈이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아이 동영상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퇴근 후 회사에서 지하철역으로, 환승 구간으로, 버스정류장으로 쉼 없이 뛰었다. 하루 종일 징징댔을 아이를 1분 1초라도 빨리 안아주고 싶었다. “아들, 엄마 왔어!”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종일 우느라 힘이 하나도 없는 아들. 다 나 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없어서, 나와 떨어지기 싫어서 아픈 것 같았다. “엄마가 미안해” 아이를 안은 채 목 놓아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도 안쓰럽다며 같이 울었다. 일 말고 그냥 ‘엄마’만 하고 싶었다. 아니면 공부나 열심히 해서 3년 육아휴직이 가능한 선생님을 할 걸, 후회스러웠다.

아이는 엄마와 놀이터에 가는 걸 제일 좋아한다.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로, 시간날 때 최선을 다해 함께하기로 다짐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엄마와 놀이터에 가는 걸 제일 좋아한다.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로, 시간날 때 최선을 다해 함께하기로 다짐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워킹맘이 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퇴근 후 숨이 차도록 열심히 달리기를 하는 건 여전하다. 집에 도착해서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신나게 놀아주고 재우면 어느새 밤 10시다. 그제야 씻고 한숨 돌린다.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나아졌다. 아이는 이제 제법 손을 흔들며 엄마의 출근을 응원할 때도 있다. 아이가 둘 이상이거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워킹맘은 나보다 몇 배는 더 힘들 것이다.

사실 육체적인 피로는 괜찮다. 오히려 집에서 온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와 비교하면 덜 힘들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워킹맘은 항상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아침에 자는 아이에게 작별인사조차 못하고 나와 미안하고, 하루 종일 기다렸을 텐데 야근 때문에 일찍 가지 못해 또 미안하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은 어떤가. 친구들이 떠나고 아이 혼자 남아있는 걸 알면서도 제일 늦게 찾으러 갈 수밖에 없는 엄마. 미안하고 또 미안할 것이다.

잠도 못자고 하루 종일 전전긍긍하며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늘 미안해하는 엄마, 워킹맘. 시간이 지날수록 이 미안함이 더 커질까봐 걱정이다. 육아, 일 모두를 다 잘하려고 하면 이 미안함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미안한 마음 대신,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안 될까?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쉽게 거둬지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한 번 내 자신에게 말해보자. ‘미안해하지 말자.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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