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아이를 낳고 사라진 소소한 일상들
영화관은 절대 못가···그래도 아이 없는 일상은 더 상상할 수 없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선배, <미녀와 야수> 봤어요?"
"아니."
"요새 최고 인기인데···. <라라랜드>도 안봤어요?"
"어, 못봤지."
한때는 일주일에 세네 번은 찾아갔던 영화관. 맥주 한잔 마시며 영화를 보는 그 시간은 정말 행복 그 자체였다. 집에서도 밤새 영화를 본 뒤 자기 전 영화의 결말을 다시 검색하며 줄거리 의미를 곱씹어보는 것, 손꼽는 낙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는, 나의 대표적인 취미 활동인 영화를 안 본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 본지 꽤 됐다. 2015년 9월 아이가 태어난 후 영화관 방문은 꿈도 꾸지 못했다. 왜냐? 영화관에 가려면 우선 누군가 아이를 봐줘야 한다. 집에서 영화관까지 오고 가는 시간에 영화 상영시간까지 계산하면 여유 있게 3~4시간은 잡아야 하는데, 그 시간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남편에게 맡기고 나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영화는 또 데이트하면서 보는 게 재미인데···. 결국 우리 부부는 18개월(아이 개월수랑 일치) 동안 영화관을 못가고 있다.
물론 집에서 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아이 부모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아이를 재워야만 영화를 볼 시간이 생길텐데, 아이는 꼭 엄마, 아빠와 함께 자려고 한다. "자장 자장 우리 아기~"를 부르면서 아이를 재우다 보면 나 또한 함께 골아 떨어진다.
정말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이 아이 부모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때가 많다. 친구들과의 만남? 갑작스런 술약속? 전부 NO, NO, NO가 된다. 아이가 없을 때는 자유롭게 약속을 정하면 됐지만, 아이가 생긴 후에는 아이의 밥먹는 시간, 자는 시간 신경쓰고 또 남편이 잠깐 아이를 봐줄 수 있는지 스케줄도(마음의 준비도) 상의해야 한다. 전에 너무 답답해서, 정말 밖에 나가고 싶어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한시간 정도 친구를 만나러 나간 적이 있다. 모유 수유 중이라 수유텀까지 맞추고 혹시 몰라 유축까지 해놓고 나왔는데도 남편은 "아이가 우는데 어떡하지", "배가 고파 우는 거 같은데 어떡하지", "먹다가 토를 하는데 어떡하지" 등등 "어떡하지" 권법으로 나를 집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꿀맛같은 휴일의 낮잠은 어떤가! 당분간은 절대 누릴 수 없는 소소한 일상이다. 신생아 때는 한시간마다 깨서 우는 아이 달래느라 낮잠은 물론 밤잠도 허락되지 않았다. 지금은? 놀아달라고 징징대는 통에 절대 낮잠을 생각할 수 없다.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인 화장실 타임도 내겐 사치다. 문닫으면 문 열으라고 울고 불고 난리난다. 결국 혼자 누리고 싶은 그 시간을 동요 부르고 아이를 달래가며 보내야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매운 음식을 먹는 횟수도 줄었다. 여자들은 특히 매운 닭발을 먹으며 스트레스 푸는 게 낙인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임신했을 때는 "아이 성격 나빠진다"는 우스갯소리에 못 먹었고, 출산 후 모유수유할 때는 "아이 똥꼬 빨갛게 된다"고 못먹었다. 지금은 아이가 어른 먹는 음식에 자꾸 관심을 갖고 먹으려고 해서 식탁에 매운 음식을 올려둘 수가 없다. '매운 맛을 보면 안 먹겠지' 싶었는데도 눈물, 콧물 흘리며 울면서도 또 매운 음식에 손을 갖다대는 통에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또 아이, 어른 반찬을 따로 만드는 게 귀찮아서 미역국이나 소고기무국과 같은 맑은 국을 끓인 뒤 어른 먹을 양만 간을 해서 먹다보니, 어른들만 먹을 수 있는 빯가고 매운 음식은 점점 안 만들게 된다.
정말 별거 아니었던 소소한 것들이 이렇게도 간절히 원하는 일상이 되었다니. 엄마, 아빠가 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가 싶다. 그러다가도 엄마에게 안겨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볼 때면, 무슨 음식이든 오물오물 잘 먹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던 일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어디서 저렇게 예쁜 아이가 태어났는지 감동 자체다. 그래, 영화 좀 못 보고 친구들 좀 못 만나면 어떤가. 저렇게 소중한 아이가 없었던 시절은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Copyright ⓒ 베이비뉴스 · pr@ibabynews.com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pr@ibabynews.com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