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할 때 있었던 어린이집 선생님께 꽃 드리고 싶어!"
"깜깜할 때 있었던 어린이집 선생님께 꽃 드리고 싶어!"
  • 정리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08.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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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육수기 공모전 우수작

보건복지부는 6월 한 달간 ‘아이와 함께 커가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보육수기 공모전을 열었다. 총 511건의 응모작 중 우수작에 선정된 조은경(45) 씨의 수기를 소개한다. _편집자의 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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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육수기 공모전 우수작] “엄마, 어린이집 다닐 때가 정말 좋았어!”


“엄마, 일찍 오면 안 돼요?”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출근하는 내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고 혹시나 집에서 전화가 오거나 하는 상황에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심장이 ‘철렁’하는 상황을 상상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친정엄마는 고혈압과 교통사고로 아이를 보기 힘들어했고 용돈을 따로 드리는 것도 아니어서 매번 불효하고 죄짓는 심정으로 아이를 맡겼는데, 천만다행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런데 기뻐하던 것도 잠시 직장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때로는 주말에도 일해야 할 경우가 많았고 퇴근하고 뛰어오면 7시 30분이 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던 중에 시간연장반을 신청하는 가정통신문을 받게 되었고, 뛸 듯이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녁 10시 30분까지 돌봐줄 뿐 아니라 저녁 식삿값도 1000원으로 매우 저렴하였다. 항상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러 갈 때면 오후 간식 시간이 3시 정도 되니 아이가 매번 “엄마, 배가 고파요.” 하고 이야기하곤 해서 마음이 아팠기에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었다. 혼자 남으면 혹시 내 아이를 미워할까 싶어 아이 친구 엄마에게 혹시 시간연장을 함께하면 어떨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치과위생사였던 아이 친구 엄마도 때마침 이런 제도가 있으면 꼭 이용하고 싶었다며 신청했고 나와 아이 친구 엄마는 안심하고 직장을 다닐 수가 있었다.


거의 매일 10시에 도착하면 아이는 뛰어나와 “엄마, 이거 만들었어.” 하며 종이컵을 이용한 인형을 만든 것을 보여주기도 했고, “엄마, 선생님이 나 책 읽어줬어.” 하며 쉴 새 없이 어린이집에서 지낸 이야기를 퇴근하는 차 안에서 이야기하곤 했다. 아침에 헤어지고 일찍 오라고 울먹이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고 항상 아이 안전과 노모의 건강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렇게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모든 시간들을 좋아했지만 특히 시간연장 선생님을 무척 따랐고 시간연장반에 남은 아이들과 어울리며 색종이도 접고, 동화도 듣고, 오늘은 뭘 했는지 내일은 뭘 할 건지 온통 이야기했다. 하루 중 얼굴 맞대고 보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어린이집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더욱이 어린이집에서 친환경 급식을 해서 그런지 아이는 무럭무럭 무탈하게 잘 성장하고 있었고 그런 아이를 보면서 우리 가족은 안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직장에서 매일 늦는 것은 아니고 간혹 휴가를 받는 날에는 아이를 데리고 외식도 하고 함께 못 보냈던 시간을 보상도 할 겸 일찍 데리러 간 날도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얼른 아이를 데리고 가서 좋아하는 음식을 사줘야지.’ 하고 어린이집 벨을 눌러 딸을 안아주려고 했는데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의 얼굴은 차에 탈 때까지 온통 붉으락푸르락 했고 인상을 얼마나 쓰는지 미간 사이 가뜩이나 튀어나온 파란 힘줄이 터질 것처럼 주름이 잡혀 흡사 못난이 인형처럼 되어버렸다. 나는 어린이집에서 무슨 큰일이 있었는지, 친구랑 다퉜거나 선생님께 혼이 났나 싶어 아이 얼굴을 살피면서 운전을 하려는데 아이가 갑자기 “엄마, 오늘 나 정말 재미난 거 하는 날이란 말이야. 점토로 선생님이랑 집 꾸미기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와서 내가 못하게 됐어. 정말 나 화가나!”라고 말해 순간 얼음이 돼버렸다.


난처해 하고 아이를 달래주는 사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다시 데려다주고 올까? 아냐, 선생님도 평상시 힘들었는데 오늘 모처럼 외식도 하고 선생님도 좀 쉬시고 그러면 좋지. 벌써 시간연장 하원 시간에 서명했는걸!’, ‘아냐, 다시 데려다주고 사정 이야기를 해볼까?’ 이랬다 저랬다 순간 생각만 많아졌다. 겨우 아이를 달래고 얼러서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왔는데 아이는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아 보였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린이집이 너무 재미있고, 간식도 너무 맛있고, 저녁에 늦게까지 친구들이랑 남아서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엄마는 모를 거라면서 훌쩍거리는 아이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내가 엄마 맞나?’ 할 정도로 섭섭했다. 한편으로는 ‘어린이집이 얼마나 좋으면, 친구들이 얼마나 좋으면, 선생님이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생각이 들면서 감사한 생각이 들어 콧잔등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그토록 어린이집을 좋아하면서 건강하고 즐겁게 어린이집 생활을 마무리했고, 처음 어린이집을 보낼 때는 ‘졸업할 때 꼭 선물해드려야지! 꼭 상품권이라도 사드려야지! 너무너무 감사하고 우리 가족이 행복하도록 도와주셨으니!’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졸업할 때, 감사하다는 편지 하나 쓰지 못하고 감사하다는 꽃 선물 하나 하지 못하고 마음에 걸린 상태에서 아이는 졸업을 했다.


그것도 잠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자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다. 학교에서 오면 낮 12시, 늦어야 1시였다. 이런저런 방과후 수업이 있었지만 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체격이 다른 아이들이 한 곳에 있는 것이라 스스로 무엇인가를 대처할 능력도 없는 아이를 학교에만 둘 수 없는 상황이 왔다. 방과후 교사와 담임교사 간의 소통이 잘못되어 아이가 혼자 집에 와버린 것이다. 다행히 이 날은 할머니가 집에 있었기 때문에 다행이었는데, 다시 내게 맞벌이가정의 불행이 시작되고 있는 날들이었다. 결국 나는 등하교를 도와주는 학원에 다시 의지해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 스승의 날이 돌아왔다. 학교 선생님을 찾아봬야 하고, 나의 은사님도 찾아봬야 하고 마음이 바쁘고 뭘 해야 하나 걱정도 하면서 아이에게 “고마운 선생님께 카네이션도 드리고 편지도 쓰자!” 하고 말하자, “응, 엄마! 나 어린이집 다닐 때 돌봐주셨던 깜깜할 때 있었던 선생님, 그 선생님께 드리고 싶어!” 하고 아이가 대답해서 순간 너무 놀라고 부끄러웠다. 졸업 후 찾아뵙지도 못하고 아이가 받은 사랑이나 관심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말로만 “한번 찾아뵐게요!”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던 나인데, 정말 부끄럽고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다.


곧바로 죄송한 마음과 죄책감 같은 마음이 함께 밀려왔고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어린아이도 자기를 사랑해주고 돌봐주고 고마워하고 감사해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데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배우는구나! 결국 아이와 이야기한 끝에 어린이집 시간연장반 선생님께 편지도 쓰고 꽃과 선물을 준비해 찾아뵙기로 했고 실천했다. 선생님은 콧잔등도 빨개지시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우리 아이가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해줬고, 우리 아이가 있어서 시간이 늦은데도 정리하고 가는 일들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말해줬다. 지금은 오히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아이가 없어 심심하기도 하다면서 웃었다.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올바르게 잘 성장하고 논리적으로 얘기하거나 뜻밖의 상식을 이야기할 땐 ‘내가 낳았나? 저런 말을 어디서 배웠지? 제법 똑똑한걸? 가르쳐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하면서 의아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배운 모든 것은 ‘어린이집’에서 였고,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내겐 행운이었다.


매스컴이 아동학대 등 어린이집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쏟아낼 때마다, 지극히 0.1%도 안 되는 일부라는 사실이지 실제 99.9%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를 맡았던 선생님들처럼 오늘도 본인의 가족보다, 본인의 자녀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힘쓰고 노력하고 사랑해주고 뭘 더 해줄 것은 없는지 생각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나처럼 맞벌이 가정을 위해 시간연장반을 만들어주신 보육정책 관련 공무원분들과 그 외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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