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만약 어린이집에서 지진이나 화재가 난다면?'
예고 없이 닥친 재난·안전사고는 다 큰 어른도 혼란에 빠뜨립니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요? 최근 화재로 48명이 희생된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보며 문득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떠올랐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혹은 이동 간의 자동차나 기차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요? 우리는 1999년 6월 30일을 기억합니다. 이날은 화성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로 23명이 희생된 가슴 아픈 날입니다. 특히 희생자 중 19명은 송파구에서 온 유치원생이었습니다.
지난 9일 오전. 그 날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고 설립된 서울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을 찾았습니다. 재난·안전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대처하고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은 최근 리모델링과 증축 공사를 끝내고 시범 운영 중입니다. 3월에 개관될 예정이지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많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여러 교육장 중에서 재난안전교육장을 살폈습니다. 올망졸망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모여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한 아이가 손을 불쑥 들고 직접 경험한 지진의 무서움을 털어놓습니다.
"선생님, 저번에 우리 어린이집에서도 지진이 조금 났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이 아이가 겪었다는 지진이 재현됩니다. 몇몇 아이들이 주방처럼 꾸며진 세트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선생님이 버튼을 누르자 세트장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쿵쾅쿵쾅" 식탁은 물론 싱크대까지 사정없이 흔들립니다. 아이들은 머리를 손으로 가린 후 침착하게 식탁 밑으로 피합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아이들은 선생님이 건네준 방석으로 머리를 보호합니다.
"지난해 포항에 진도 5.4의 지진이 났었잖아요. 이곳 지진 체험장도 진도를 5~6 정도로 설정하고 있어요"
기자는 함께 동행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포항 지진의 위력을 깨닫습니다. 사실 실제 이 정도의 지진을 경험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태풍을 체험하는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형선풍기가 돌아가자 굉음과 함께 세찬 바람이 불어닥칩니다. 깜짝 놀란 아이들 중에는 바람에 맞서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아이도 보입니다.
비록 수업이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이 얼마 안 가 지진과 태풍을 놀이로 받아들였지만, 경험만큼 중요한 선생님은 없기에 이보다 더 좋은 교제도 없어 보입니다.
3층과 4층에 마련된 대형교통안전교육장도 훌륭한 교실이자 재미난 놀이터입니다. 지하철과 똑같이 생긴 행복열차에 탑승한 아이들이 화재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좌석 밑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자 아이들이 교육받은 데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폭풍우를 만나 좌초 위기에 처한 송파안전호 아이들도 실제 같은 상황에 잔뜩 겁먹은 얼굴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차분한 설명과 지시에 따라 용감하게 바다로 뛰어들어 탈출에 성공합니다.
항공사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행 중에 발생한 화재에 아이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구명조끼를 착용합니다. 선생님의 인솔하에 비상 탈출에 성공하는 아이들이 대견합니다.
"실제로 이런 재난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어린 아이들이 오늘 배운 대처방법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요?"
교육 내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교육을 받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들이라 충분한 대처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일단 재난이나 안전사고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체험을 통해 인지능력과 대처법을 교육하고 있어요." 응급처치 교육을 담당하는 장미래 선생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잇습니다. "그리고 한번 체득한 안전교육은 대물림된다고 생각해요. 안전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다른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으니까요."
새해 들어 연이은 대형 화재 참사로 많은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평소보다 교통사고나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설 연휴도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만약’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각종 재해 재난 및 안전사고에는 '만약'이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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