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황혼기? 내 시간이 하나도 없어!"
"인생 황혼기? 내 시간이 하나도 없어!"
  • 이경동 기자
  • 승인 2012.04.30 15:2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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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한국워킹맘연구소 공동기획 '통 큰 수다' 제12회 할머니 육아의 어려움을 아십니까?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맞벌이 자녀를 둔 친정엄마들이 통 큰 수다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워킹맘연구소(소장 이수연)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가정집에서 이른바 황혼육아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초청해 황혼육아의 현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순열, 손예헌, 이수연 소장, 김귀옥 씨.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맞벌이 자녀를 둔 친정엄마들이 통 큰 수다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워킹맘연구소(소장 이수연)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가정집에서 이른바 황혼육아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초청해 황혼육아의 현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순열, 손예헌, 이수연 소장, 김귀옥 씨.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조부모가 손주를 맡아 돌보는 이른바 황혼육아가 보편화되고 있다. 조부모들은 자녀 양육을 둘러싼 가치관 차이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아이를 돌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노후를 즐겨야 할 인생 황혼기에 알게 모르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

 

여기, 친정엄마들이 모였다. 한국워킹맘연구소(소장 이수연)는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의 한 가정집에서 할머니 세 명을 초청해 ‘할머니 육아의 어려움을 아십니까?’라는 주제로 제12회 통 큰 수다를 진행했다.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진 가운데 진행된 할머니들의 황혼육아 생생 토크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 황혼육아, 가장 힘든 점은? = 황혼육아의 경우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문제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각하다. 인생은 60부터라는 의미가 이런 건 아닐 텐데, 손주 돌보고 집안 일 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허무함이 밀려온다는 게 할머니들의 푸념이다.

 

김귀옥 : 내 시간이 없어. 밑에 층에 사는 딸 내외가 7시 반쯤 아이를 맡기고 가면 아침먹이고 씻기고 유치원에 데려다 줘. 집에 돌아와서 빨래하고 설거지 하고 장 보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아이들이 돌아올 4시야. 씻기고 간식 먹이고 학습지 숙제 하는 거 도와주다 보면 내 시간이 없어. 그러다 보니 아파도 병원에 못가.

 

며칠 전에 감기가 걸렸는데 쉬어서 피로를 풀어야 하는데 아침·저녁 챙기다 보니깐 보름이 지나도록 안 낫더라고. 결국 입원까지 했어. 그러다가도 엄마가 애 혼냈다고 하면 내 잘못 같은 거야. 요즘 젊은 엄마들이 교육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알자나. 옆 집 엄마랑 비교하게 되고 뭘 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고. 할머니가 그게 죄야.

 

손예현 : 나도 내 시간이 없는 게 가장 힘들어. 나한테 토·일요일은 내 자유시간이거든. 근데 어떤 날은 그 시간까지 뺏어가. 할머니 스케줄은 일절 생각을 안 해. 할머니도 인생이 있는데…, 뺏긴다고 생각하니깐 속상하지. 속상해도 말 못해.

 

김순열 : 나는 다리가 안 좋아. 근데 하루는 애들 출근 시간에 맞춰 애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날따라 다리가 너무 아픈 거야. 아픈 다리 질질 끌면서 도착했는데 딸이 지각했다고 하더라고. 나 때문에 지각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병원을 못가니깐 병 키운다고 생각하지 이렇게 수다라도 안 떨고 갇혀만 지내면 우울증 걸릴 것 같다니깐.

 

◇ 이럴 때 서운하다 = 자식은 그냥 예쁘다. 손주들은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예쁘다. 하지만 그 예쁜 손주 때문에 자녀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갈등보다는 서운한 감정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노인들도 누구나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다. 다만, 자식 앞에서 참고 있을 뿐이다.

 

김귀옥 : 자기만 애가 귀하고 예쁜 줄 아는 거? 나도 손주들이 똑같이, 아니 더 예쁘거든. 아침에 좀 바빠. 애가 아침밥 안 먹는다고 하거나 그러면 대충 국에 밥 말아서 먹이고 유치원 보애야 하잖아. 엄마는 반찬 골고루 먹여야 한다고 애랑 씨름 하면서 할머니들이 버릇 나쁘게 한다고 할 때 진짜 서운해.

 

손예헌 : 맞아. 자기만 자식 예쁘게 키우는 줄 알 땐 정말 서운해. 그럴 땐 ‘나도 너 예쁘게 키웠어’라고 말하고 싶어. 우리집은 세탁기도 2대야. 애기 옷 섞어 빨 수 있자나. 근데 엄마들은 안 그래. 애기들 꺼 따로 빨라고 하는데 무슨 친정 엄마가 파출부나? 

 

김순열 : 난 반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애 엄마가 아이 먹일 반찬 따로 하거든. 근데 죄다 기름에 볶은 거야. 속이 니글니글하니깐 김치만 먹고 반찬을 남긴 거야. 근데 골고루 안 먹였다고 뭐라 하는데 애가 안 먹겠다는데 억지로 먹이나? 엄청 기분이 상하더라고. 아무도 그 심정 몰라주지. 신경이나 쓰나. 어는 때는 정말 울고 싶어.

 

김귀옥 : 애들이라도 다쳐봐. 난리나지. 그래서 나는 애시 당초 맡아준다고 했을 때 다치는 것 가지고 날 원망하지 말라고 못 박았어. 그래도 애들은 넘어지기도 하고 어디 박아서 혹도 나고 하잖아. 말은 안 해도 미안하지.

 

◇ 육아도 노동, 노동의 대가는? = 육아도 당연히 노동이다. 자녀들도 용돈이란 명목 하에 일정의 대가를 지불한다. 엄마와 자녀간의 관계를 떠나 육아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인 것이다. 하지만 그 얼마 안 되는 몇 푼의 용돈도 손주 옷이나 과자 값으로 돌아간다.

 

김귀옥 : 전에는 50만원 받았어. 통장에 돈 들어오면 고맙고 미안해서 문자하지. 근데 사실 그 돈 내가 쓰나? 다 저 식구들한테 들어가지. 애들 옷 사 입히고 장 보고…. (웃음) 그마저 애가 유치원 들어가니깐 끊데. 요즘은 애들 과자 값이나 좀 받아.

 

김순열 : 맞아 큰 딸 애 키울 때 옷 다 사 입혔어. 당연한 걸로 알어. 지금은 막내딸이 애 봐준다고 30만원 씩 주는데 사위는 모르는 거 같아. 이거는 (기사) 나가면 안 되는데…. (웃음)

 

손예현 : 나는 용돈을 안 받는 대신에 공과금이나 이런 거 대신 내줘. 아프다고 하면 카드 주는데 또 그 카드 마음대로 쓸 수 있나. 벌벌 떨기만 하지. 카드는 족쇄야.

 

◇ 그래도 친정엄마 = 최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조부모들이 황혼육아를 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하게 도와주기 위해서 이거나 빨리 경제적 안정을 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였다.

 

손예헌 : 사회 생활하니깐 힘들고 스트레스 받자나. 엄마한테 미안하니깐 말도 못해. 우리 딸은 시어머니랑 같이 사는데 어쩔 때는 괘심하고 미워. 자기 힘들다고 애를 안 본다는 거야. 우리 집에서 산후 조리할 때 캐물었거든. 그런 딸보면 가슴 아프지. 그냥 딸들은 무조건 화목하게 살아야 돼. 그래야 친정엄마가 신경 안 쓰지. 애기 보는 것도 힘들고 귀찮은데 정말 예뻐. 내 자식보다 더 예뻐. 애교 부리고 여우 짓 하는 거 보면 행복하지. 대신에 그거 잠깐 보겠다고 고통을 감내해야지만…. (웃음)

 

김순열 : 친정엄마들은 딸 생각해서 하는 거야. 집안일 해서 무릎 아프고 해도 사회에서 스트레스 받는 거 집에서는 받지 말라는 생각해 해 주는 거지. 근데 어제 사위가 와서 딸이 울었다는 거야. 어제가 딸 생일이었는데 회사에서 파티를 해줬나봐. 엄마가 날 낳아줘서 생일잔치 받는데 자기 때문에 치다꺼리하고 고생한다고 생각했다는 거야.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워.

 

김귀옥 : 나는 며칠 전에 손주랑 어디 갔다 오는데 건널목에서 유치원 선생이 애가 운다고 몰래 꼬집는 거야. 당연히 애는 더 자지러져서 울지. 알고 보니 소풍 갔다 오는 길에 엄마랑 마주쳐서 따라간다고 울었다는 거야. 우리애도 그런 일을 당할까봐 내가 보는 거지.

 

손예헌 : 애 한명 보는 것도 힘든데 선생 한 명이 그 많은 애를 어떻게 다 봐.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감정과 인격이 있는데 명령조로 말하고. 그런 거 보면 자기 식구가 키우는 게 낫지.

 

◇ 딸들아 사랑한다! = 할머니들의 수다는 4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몰랐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어진 이야기의 결론은 딸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김순열 : 엄마가 애기 봐 줄 때 한푼 두푼 아껴서 집도 사고 논도 샀으면 좋겠어. 애들도 건강하면 더 좋고.

 

김귀옥 : 엄마가 마냥 살아 있는 거 아니잖아. 빨리 기반 잡고 가족들 건강하고 우애 있었으면 좋겠어. 덜 벌면 덜 쓰면 되니깐 알뜰하게 살아야지.

 

손예헌 : 여유를 가지고 생활했으면 해. 가정과 애들이 먼저지. 돈 벌겠다고 밤늦게 들어오는데 좀 더 비우고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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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 2012-05-02 00:00:00
ㅋㅋㅋ 울 엄마는..
절대 안봐주

yeoj**** 2012-05-01 23:15:00
정말
남 일 같지 않네요..저희 친정맘도 조카들을 보면서 개인시간도 제대로 활용하

wo**** 2012-05-01 20:25:00
짠해지네요.
우리 엄마는 아들 아이만 봐주고
우리 아이는 우리 시어머님하고 알아서 하라고 하

hkkim**** 2012-05-01 02:22:00
요즘은
누구하나 편한 사

slc**** 2012-04-30 21:52:00
아무래도
아무래도 힘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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