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 엄마 안 들려요" 대답 안 한다고 혼내기만...
"뭐라고요? 엄마 안 들려요" 대답 안 한다고 혼내기만...
  • 기고 = 손미희
  • 승인 2012.08.21 11: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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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중이염 수기공모전] 2등 손미희 씨 사연

베이비뉴스는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7일까지 자녀가 중이염을 경험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우리 아이, 중이염 때문에 이렇게 아팠어요!' 수기공모전을 실시했다. 중이염으로 아이가 수 차례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는 등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엄마들 총 55명이 수기 공모에 참여했다. 이번 수기공모전에 입상한 엄마들의 사연을 차례차례 싣는다.

 

중이염을 앓은 자녀의 현재나이 : 6살 - 2012년 4월경!!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라 수기공모전을 보자마자 그때일이 떠오르네요. 아가를 키우면서 중이염 한 번 앓아 보지 않은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자주 생기는 거지만 다른 감기등과는 다르게 완치가 어려운 것 같아요.

 

2살 다나 양은 중이염을 한 번도 앓지 않았지만 큰아이 6살 다현 군은 만성중이염인 것 같아요. 너무 자주 중이염이 생기는 게 처음에 제대로 치료를 못해서 그런가 싶어서 엄마로서 미안하더라고요.

 

봄이 왔음에도 유난히 쌀쌀한 어느 주말. "엄마 귀 아파~~ 너무 아파~!!" 하는 말에 무심한 엄마는 "장난치다가 부딪힌 거야? 왜 아파?"라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자기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6살 갓 된 우리 다현이는 윽박지르는 엄마의 말씀에 기가 죽어 참았나 봅니다. 하루 종일 귀를 만지작거리더라고요.

 

아침나절에 너무 귀가 아프다고 했던 아들이 초저녁이 되니 데굴데굴 구르며 "엄마~!! 병원가요. 의사선생님한테 고쳐달라고 할래요. 빨리 가요 너무 아파요" 하는 겁니다.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병원을 가자네요. 당장 가자네요. 아파 죽겠다고 하네요.

 

그렇게 표현을 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그 반응만으로 깜짝 놀란 저는 작은애를 친정에 맡기고는 병원응급실로 내달렸습니다. 마침 그날은 남편이 야근조인 날이라 남편이 회사에 있었거든요.

 

병원에서는 만성중이염이력에 급성중이염까지 현재 많이 염증이 생겨 심한 상태라 아마도 아이가 많이 아팠을 거라고 놀라시더라고요. 왜 이렇게 될 때까지 있었냐며 많이 아팠을 텐데 아프다고 말 안 했냐고.

 

맞아요. 아프다고 말했었죠. 그것도 여러 번이요.

 

아… 아… 아픈 아이에게 저는 그냥, 그냥 별거 아닌 듯 사내자식이 찡얼댄다며 윽박지르기만 했더라고요. 어찌나 미안하던 지요. 어찌나 자책이 되던 지요.

 

이전부터 간간히 중이염을 앓았던 지라 그냥 그전처럼 보통의 아픔 정도일거라 그냥 치부해버린 거죠. 중이염으로 일 년에 한두 번은 병원에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했죠.

 

늦은 밤까지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간 후 한동안 열도 떨어지지 않다가 이틀 후 겨우 체온이 잡혔을 때쯤 늘 그러 했듯이 약복용을 멈췄어요.

 

열이 내리면 완치가 된 거라 믿기도 했었지만 저는 약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평소에 저나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바로 한두 번 먹이고는 이내 먹이지 않곤 했었어요. 저 나름의 이유는 너무 약을 자주 먹으면 약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나중에 약을 먹어도 약이 듣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열이 떨어진 후에는 아이들에게도 약을 잘 챙겨주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열은 내리고 다 나았나 싶어서 평소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픈 끝에 아이가 투정이 는다고 하잖아요. 우리 아이는 투정부리는 건 아니지만 엄마 말 안 듣고 뺀질거리는 거예요. 엄마가 심부름을 시켜도 대답도 하지 않고 tv를 본다거나 엄마 말을 본체만체…. 평소엔 인사성도 정말 밝고 엄마 심부름을 한 번도 싫다고 하지 않는 다정하고 착한아이였는데 아픈 끝에 투정을 부리나 싶어서 처음엔 컨디션이 좋지 않을 테니 이해하고 넘어 갔어요. 그런데 멈추지 않는 거예요. 그 행동들이….

 

화가 쌓인 저는 어느 날 엄마 말을 또 무시하고 뺀질거리기에 이 녀석 한번 혼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눈물 나게 혼을 냈거든요. 그런데 계속 몰랐다고 우기는 거예요.

 

'이 녀석이 끝까지 뺀질거리며 모른척하네' 생각하면서 울컥하면서 지대로 혼을 내고 있는데 엉엉 울면서 아니라고 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느껴 지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는 목 놓아 울고 그 모습에 짠한 전 좀 진정을 했고 이내 당부하는 어감으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현아 엄마가 말하는 거 잘 듣고 대답도 잘 해야 해!"라고 했더니 저를 바라보며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귀에 손을 대고 "모라고요? 엄마 안 들려요" 하는 거예요.

 

어? 안 들려? 듣기 싫어서 안 들린다고 뺀질거리는 게 아니라 정말 들리지 않는 거였어요.

순간 제가 맥이 탁 빠지면서 '아~!!! 어쩌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봤어요. 제 입을 막고 작은 소리 큰 소리 중간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를 하고 들리는 걸 따라하라니까 큰 소리 중간 소리정도는 잘 따라하는데 작은 소리는 안 들린다는 거예요.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요.

 

어쩌나어쩌나 이러다가 귀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바로 이비인후과로 달렸어요. 그런데 의사선생님께서 염증이 치료되지 않은 채 아직도 고인 채로 있다는 거예요. 부어 있기때문에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요.

 

왜 병원에 오다가 안 오셨냐고 하시면서 중이염은 꼭 완치해야 한다고 나을 때까지 꼬박꼬박 잘 챙겨 오라셨어요. 중이염이 아프거나 열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완치가 되지 않고 진전된다면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가 있다니 그동안 무식했던 엄마 때문에 우리 아이가 혼자 고생을 하고 있었구나 싶은게….

아! 정말 미안함에 먹먹해 지더라고요. 다른 감기와는 다르게 중이염은 완쾌될 때까지 꾸준히 약을 먹여야하고 완치 전에 치료를 그만두면 재발이 매우 잘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완쾌되기까지 다른 감기 등에 비해 기간도 길다고….

 

안 들리는 불편한 공포를 제가 알거든요. 어릴 적에 귀를 좀 다쳐서 고막이 살짝 찢어진 적이 있는데 자동차가 뒤에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급히 방향을 틀어 길을 건너다가 사고가 날 뻔하며 식은땀범벅이 됐던 일을 겪은 후로 말이에요.

 

그렇게 들리지 않고 답답했던 건 정작 우리 아이였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못난 엄마는 대답하지 않는다고 혼내기나 하고 너무 미안해서 고개를 들기 어렵더라고요. 그날 정말 미안한 맘에 아들을 많이 않아주었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참으로 많이 한 것 같아요.

 

그간 우리 아들은 뺀질거려서 대답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던 거죠. 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착하고 다정한 우리 아들이었는데 엄마가 괜히 널 잡았구나 싶은 게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그렇게 착하고 다정한 우리아들은 엄마에게 많이 혼나서 속상했을만한데도 속상해하지는 않고 오히려 트레이드마크인 보조개 미소를 지으면 "엄마 괜찮아요!" 하는데 정말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치료하면 들릴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희망이 생겼고 그 후로는 정말 의사선생님께서 오라는 날마다 잘 갔고 처방해주신 약도 빠짐없이 먹였답니다. 근 한두 달이 지나서 겨우 치유된 우리 아들 지금은 잘 들린 답니다.

 

하지만 중이염에 걸렸던 적도 많고 급성 중이염도 온 우리 다현이는 늘 중이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니 늘 조심하라고 하셨어요.

 

가볍게 치부했던 중이염에 대한 공포를 느낀 후로는 정말 조심하고 있답니다.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달려가고 있어요. 우리 소중한 아이가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뻔 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거든요. 저 때문에 더 악화가 된 것 같아 정말 먹먹했거든요. 그 후론 귀가 아프다는 말에 무척 예민해져 있지만 늘 조심하고 신경 쓰며 관리 잘 해야겠다는 다짐도 굳게 가지게 됐답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맘이 가슴에 담겨 가끔 못 듣는 것 같은 아이 모습이 눈에 보일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하답니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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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12-08-22 01:58:00
중이염
아이 아픈거 알고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중이염이 제

sksx**** 2012-08-21 20:20:00
중이염..
잘못 관리하다가는 청력까지 잃을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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