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거꾸로 보는' 동요 콘서트가 열렸다
세상을 '거꾸로 보는' 동요 콘서트가 열렸다
  • 기고=박은주
  • 승인 2019.11.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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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서울녹색당 초록육아당 박은주

서울녹색당 양육자모임 초록육아당은 지난 18일 서울 역촌동 초록길도서관에서 ‘지구별의 노래’ 음반발매기념 축하파티 겸 작은콘서트를 열었다. 베이비뉴스 독자들을 첫 콘서트 현장으로 안내한다. - 편집자의 말

초록육아당은 지난 18일 서울 역촌동 초록길도서관에서 ‘지구별의 노래’ 음반발매기념 축하파티 겸 작은콘서트를 열었다. ⓒ초록육아당
초록육아당은 지난 18일 서울 역촌동 초록길도서관에서 ‘지구별의 노래’ 음반발매기념 축하파티 겸 작은콘서트를 열었다. ⓒ초록육아당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딸 손녀 사위들 다 모여서~.”

특별한 동요콘서트가 열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겨울밤, 조용한 은평구 어느 주택골목의 한구석에 자리 잡은 마을도서관 ‘초록길도서관’에 옹기종기 마을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10월 유튜브에 공개된 “지구별의 노래” 음반 출시 기념 작은 콘서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성별 고정관념을 뒤엎고(‘아빠 좋아하는 분홍색’ 등) 가부장제를 넘어선(‘개구리’ 등) 생태주의(‘지구별의 노래’) 동요를 만든 사람들은 서울녹색당 내 영유아양육자 모임 ‘초록육아당’. 

“워낙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나다 보니 가사에 어느 단어를 넣을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요. 노래가 완성될까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초록육아당 구성원 김지학 씨는 과정을 회고하며 이처럼 말했다.

이 날 콘서트 무대에는 초록육아당뿐만 아니라, 노래에 참여한 초록길도서관 초등학생들도 함께했다. 초록길도서관 학생들은 이미 밴드 ‘그린웨이’를 만들어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동요앨범 제작에 큰 어려움 없이 참여했다.

“녹음실에서 서서 노래 부르는 게 좀 다리 아팠지만 재미있었어요.”

“저는 ‘지금 당장 시작해’가 제일 신이 났어요.”

“저는 ‘우리, 우주’가 가장 좋아요.”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 쭈뼛쭈뼛하던 아이들은 작은 목소리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꼽았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아이들은 한껏 들떠 보였다.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 쭈뼛쭈뼛하던 아이들은 작은 목소리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꼽았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아이들은 한껏 들떠 보였다." ⓒ초록육아당

◇ 가사에 거부감이 들던 양육자도 제작과정 보며 생각 달라져

“혹시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초록길도서관 아이들의 노래지도를 맡았던 초록육아당 김영준 씨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니요!!!”

잠시 고민하느라 갸우뚱하던 아이들은 한결같이 이상한 점을 못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정작 가사에 거부감을 느낀 것은 아이들의 양육자였다.

“처음에 가사를 접했을 때 뭐든지 거꾸로 해놓기만 한 것 같아 공감이 잘되지 않았어요. ‘아빠가 분홍색을 좋아한다’거나, ‘엄마가 버스기사’라거나 그런 거요. 그런데 오늘 곡 설명을 듣고 아이들이 직접 부르는 걸 보니 이제야 이해되네요.”

초록육아당의 가사에는 세상의 편견을 거꾸로 뒤집는 부분이 많다. 행위적 성고정관념을 깨거나(“아빠가 카페에서 소곤소곤”) 기존 사회에서 규정한 정상가족의 범위를 벗어난(“기린가족 아빠 아빠 아기”) 파격적인 가사들에 멜로디가 붙어 동요가 됐다.

지난 18일 서울 역촌동 초록길도서관에서 열린 ‘지구별의 노래’ 음반발매기념 축하파티 겸 작은콘서트 현장. ⓒ초록육아당
지난 18일 서울 역촌동 초록길도서관에서 열린 ‘지구별의 노래’ 음반발매기념 축하파티 겸 작은콘서트 현장. ⓒ초록육아당

“저는 작업하면서 동요를 제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휘파람, 기타, 드럼 등 기존 가요에서 쓰는 소리를 그대로 적용하며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했어요.”

이번 앨범은 동요앨범을 두 번째 제작하게 된 이지음 PD가 함께 했다. 

“이번 동요프로젝트 이후 초록육아당이 어떤 활동을 할 지 논의 중이에요. 어떤 활동을 하든 아이들이 자연과 공존하고, 성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 거예요” 

향후 활동을 묻는 질문에 김영준 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초록육아당의 활동은 다른 모임과 달리 모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밤 10시에 온라인 화상회의를 하고, 각자 사는 곳이 달라 유아차와 함께 1시간 거리를 이동하여 주말회의에 참석하며 조금씩 결과물을 완성해왔다. 초록육아당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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