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 여성의학과' 65년만에 명칭 변경 추진
'산부인과 → 여성의학과' 65년만에 명칭 변경 추진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2.10.14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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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아이 낳을 여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 불식" 전문가들은 "의료 상업주의로 흐를 수도" 지적

65년간 사용됐던 산부인과의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임신·출산만 떠올리게 하는 산부인과 명칭이 미혼여성 등의 진료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일각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의료상업적인 이윤 추구방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7일 산부인과의 전문과목 명칭 변경을 위해 대한의학회와 국회 승인을 얻는 후속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라는 명칭이 '아이를 낳을 여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 때문에 청소년이나 미혼여성들이 가기에 불편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어, 미혼여성의 진료 활동에 편의를 주기 위해 '여성의학과'라는 명칭으로 변경하겠다는 게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설명이다.

 

앞서 학회는 지난 6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도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학회는 지난달에는 산부인과 전문의 650명을 대상으로 명칭 변경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85%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으며, 58%가 여성의학과를 선호했다고 전했다. 학회는 이제 대한의학회와 국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후속조치에 들어간다는 방침인 것.

 

하지만, 이같은 산부인과 명칭 변경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11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개최한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배은경 교수는 "여성의학과로 바뀌면서 좀 더 생애 전체적인 여성의 생식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전달하겠다는 건데 이 이면에는 여성의 특수한 의료적인 부분을 자신들이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 교수는 "이 측면이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의료가 스포이트처럼 빨려들어갈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여성의학과라고 얘기하며 여성의 의학적인 요구를 다 반영하겠다는 방식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여성건강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견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의 박주영 상임연구원은 "명칭 변경뿐만 아니라 의료상업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병행돼야 하는데,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미용다이어트 시장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를 위해서는 상업적 의료행태 반대, 1차의료기관의 역할강화,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이 기본적으로 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산부인과 고경심 원장은 "이같은 조치는 미혼 여성이 갖는 산부인과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 여성의 전 생애를 걸쳐서 건강을 위해 찾아야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줘 여성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이름만 바꿀 것이 아니라, 의료서비스 제공자로서 의사, 간호사, 기타 의료기사들은 모두 의과대학 및 관련 학과 교육과정에 인권교육, 여성주의 교육, 인문학 교육과 훈련을 실제 커리큘럼에 넣어 젠더감수성을 키워야 실제 이름에 걸맞는 전문과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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