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세계 어린이의 날'을 기억하며
코로나19 시대에 '세계 어린이의 날'을 기억하며
  • 기고=오혁준
  • 승인 2020.11.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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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오혁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국제개발협력본부 대리
11월 20일은 세계 어린이의 날이다 ⓒ베이비뉴스
11월 20일은 세계 어린이의 날이다 ⓒ베이비뉴스

2020년은 아동권리를 위한 옹호 활동이 조금은 결실을 이룬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강화 및 안전시설물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었고, 의제강간 나이가 만 13세 미만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높아졌으며, 아동 대상 음란물 소지·구입·저장·시청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고,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징계권 조항 삭제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러한 결정이 있기까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집단의 지속적인 옹호 활동이 있었다. 법∙정책의 개정은 반가운 일이지만 수많은 아동들이 극심한 학대, 폭력, 착취를 겪은 후 그것이 사건∙사고로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달 전 인천의 어느 공공임대주택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보호자 없이 라면을 끓이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사망까지 이른 사건 역시 아동 학대와 방임이 부른 참변이다.

◇ 1989년 11월 20일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날

대한민국 정부는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에 따라 1961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처럼 유엔과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아동 관련 기념일이 있는데, 바로 ‘세계 어린이의 날(World Children's Day)’이다.

지난 1959년, UN에서는 11월 20일을 ‘세계 어린이의 날’로 지정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30년 후 1989년, 같은 날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유엔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역시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이후 지금까지 그 뜻을 함께 지켜나가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지 어느덧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바이러스는 국가, 나이, 성별, 인종, 빈부, 기후조건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가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고통을 받는 것이 바로 아동이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폐쇄된 곳 중 하나는 학교였다. 개발도상국에서 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을 받는 공간 그 이상의 존재이다. 학교는 아동이 한 끼 식사와 영양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거나 떠갈 수 있는 공간이며, 또래 친구들을 만나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직업 훈련과 생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며, 재난에 대응하고 예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고, 심리 치료와 기초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며, 부모 및 양육자가 아동 보호 및 권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원격, 비대면이라는 이름의 교육은 전 세계 모든 아동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고, 그러한 인프라 서비스가 학교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존재하는 곳에서만 적용될 수 있었다.

도서산간지역에 살거나, 장애 등 신체적인 어려움이 있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동일수록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쉽게 교육권이 박탈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아동 사망률 줄었지만 '아동 성착취' 등 새로운 이슈 발생

1년 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국제어린이재단연맹과 함께, 세계 어린이의 날을 맞아 ‘작은 목소리 큰 꿈(Small Voices Big Dreams)’이라는 국제적인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15개국의 10~12세 아동 5500명이 참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동이 폭력, 학대, 착취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아동의 목소리는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었다.

올해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비롯해 5개의 아동보호전문 NGO가 함께 주최해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각국의 아동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동 참여의 의미와 중요성이 정부와 국제사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온라인 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은 아동이 코로나19 상황과 아동의 가능성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이자, 정책적 반영을 위해 정부, 시민사회단체,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리이다. 11월 20일 포럼 이후 이를 바탕으로 정책보고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되고 나서 30년이 지난 지금, 아동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유니세프의 통계에 따르면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은 50% 이상 감소했고, 영양부족 상태의 아동 역시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은 아동은 26억 명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사회가 발전함과 동시에 온라인 성 착취 등 새로운 형태의 아동보호 이슈가 발생하며 여전히 많은 수의 아동들을 낭떠러지 끝으로 내몰고 있다.

아동을 위한 노력에는 끝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무관심은 언제고 다시 아동을 취약하고 소외된 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다. 아동 권리의 실현은 우리의 작은 귀 기울임에서부터 시작된다. 전 세계 모든 아동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따듯한 품과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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