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준다연구소 이동학 소장의 결혼 꼬집기
올해 7월 통계청에서 35세에서 49세 사이의 서울시 미혼인구가 발표됐다. 남자는 1990년 2만 4,239명에서 2010년 24만 2,590명으로 20년 새 10배(20.1%) 증가했다. 여자는 1990년 2만 2,529명에서 2010년 14만 5,218명으로 20년 새 6.4배(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녀의 결혼 평균연령은 약 4년씩 늘었다.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라 개개인의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목적도 달라졌다.
수명이 연장된 만큼 기존의 관행이나 제도들은 조금씩 길이를 늘여야 주어진 수명을 채울 수 있다는 식의 사고도 형성돼가고 있다. 정년 연장도 그렇고, 노인에 대한 나이 개념 논의도 그렇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기간과 함께, 집에서 부모의 보살핌 속에 있는 기간이 늘었다. 과거 20대 중후반이면 독립을 했고, 가정을 꾸렸던 부모세대와 삼촌세대와는 달라진 풍속이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도 여전히 부모의 용돈을 받는 처지에 놓인 청년들. 이러한 세태에 결혼을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모를 과중한 미혼자의 통계를, 청년만의 탓도, 부모만의 탓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있다.
20년 전 남자는 28세, 여자는 26세가량에 결혼했던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지금은 애어른이 많다.
한국인구학회에서 발표한 ‘배우자 있는 30~34세 남녀비율’ 자료에 따르면 1995년 남자는 80.4%, 여자는 91.9%이었던 것이 15년이 흐른 2010년에는 남자 49%, 여자 69.1%까지 떨어졌다. 위에 말한 35~49세의 미혼비율이 상승한 것과 30~34세 배우자 있는 비율이 떨어진 것은 서로의 연결점이 분명하고, 필히 대체 어떤 문제가 있기에 미혼의 숫자가 상승하고, 결혼의 연령이 뒤처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부모세대가 자주 하는 말 중 우리 땐 숟가락 두 개만 놓고 단칸방에서 살았다는 말이 있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헤아릴 수 없는 이 말은, 당시엔 남의 눈치 안 보고, 서로가 살고 싶으면 살았다는 이야기다. 거꾸로 말해보면, 지금의 세대는 남의 눈치를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직장도 중요하고, 연봉도 중요하다. 차도 있어야 하고, 결혼하면 살아야 할 집을 어떻게 장만하느냐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문제가 됐다.
자가, 전세, 월세를 따지기도 하고, 지역이 어디냐를 따져지기도 한다. 이른바 남이 볼 때…, '그래도 이 정도쯤 되면' 정도로 넘어갈 정도는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자녀세대의 인식도 그렇지만, 부모세대의 인식도 한몫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미 한 세대 전에 단칸방과 숟가락 두 개로 시작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너희는 그렇게 살면 안 돼'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어렵사리 시작해 평생 일궈놓은 것이 집 한 채 달랑인대, 이마저도 담보대출 받아가면서까지 자녀 결혼비용에 보태고, 죽을 때까지 꼬박꼬박 은행에 이자 갚으며 살아야겠다고 결단까지 내리는 부모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럴 법도 하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니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단칸방에서 숟가락 두 개로 결혼하는 것이 정말 잘못인가?
*칼럼니스트 이동학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 배달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쓰라린 사회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TV 한국정책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했고, 경기도를 누비며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MC와 생활공감정책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디지털 싱글(오 친구여) 앨범을 낸 음치가수이기도 하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과정 중에 있다.
집이 있어도 내집이 아닌거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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