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주거권, 공공공간으로 확장해서 생각해야"
"아동의 주거권, 공공공간으로 확장해서 생각해야"
  • 기고=김동완
  • 승인 2021.08.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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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20.김동완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시 연구자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알려진 이 말은 한국의 마을 만들기 운동에서 종종 등장하는 구호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아이 부모의 노력 외에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상징적인 경구다. 흔히 이 말을 통해 마을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는데, ‘거주하기’라는 의미에서 집과 동네의 경계를 조금 느슨하게 봐도 좋을 것이다. 거주한다는 동적 의미에서 아동의 주거권은 집 대문 안에 갇히지 않는다. 우리는 아동 주거권의 지리적 지평을 집 바깥 동네, 나아가 도시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다. 도시 연구자로서 아동 주거권에 관한 논의의 장에 던지고 싶은 화두는 동사로서 ‘거주하기’이다.

이번 기획 연재 <집다운 집으로>를 통해 여러 논자가 주장하고 있듯이 아동이 살아가는 집의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은 아동 주거권의 본령이다. 모든 논의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만 동네의 다양한 장소가 가능성의 영토로 열려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본래 ‘주거는 이런 것이다’라고 정해진 형식이 있지 않으며,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주택의 기능, 주택 내부에서 거주하는 형식이 고정불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 내부와 외부는 아이의 시간 속에서는 전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거주하기를 주택에 가두지 않고 아동의 이동과 머무름 차원에서 볼 때 우리에게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거주하기라는 형식 속에서 주택과 동네 장소들이 배치된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펍(pub) 문화다. 처음 영국의 펍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다. 우리네 술집과는 다른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가족 단위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이라면 펍이 공적인 것을 의미하는 ‘public’에서 왔다는 이론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공적 공간으로서 펍의 역할은 19세기 산업혁명기 노동자들의 거주하기와 관련이 있다. 당시 도시화의 역동 속에서 노동자 가정의 주택 조건은 악명 높았다. 좁은 방에 여러 명의 가족이 화장실도 없이 지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처참한 사적 공간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공적 공간을 생성했는데, 그곳이 바로 펍이다. 결과적으로 펍은 수동적 대응의 산물이었지만, 거주하기의 새로운 형태를 구성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만약 우리가 능동적으로 거주하기의 혁신을 도입한다면, 아동 주거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공부, 놀이, 휴식 등 아동의 거주하기는 다양한 활동을 포함한다. 그 활동은 저마다의 공간을 요구한다. 한국의 경우 도시의 지배적 주거 형식으로, 이 활동들이 대체로 주택 내부에서 일어난다. 간혹 집 바깥의 장소와 연결이 되더라도 대개 장소를 소비하는 형식으로 일어난다. 비싼 완구를 가지고 놀거나 놀이 기구를 이용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은 전형적인 초단기 임대 공간이다. 부양인의 자산이 많고 소득이 높아 아동의 거주하기에 관련한 모든 활동을 집 내부에서 실현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아동의 거주를 도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집 바깥 공적 시설, 공적 공간 전반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필요가 제기된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집 안으로 후퇴했다. 어떤 논자들은 미래의 주택이 우리의 사회 활동 중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때론 사무실이, 때론 놀이방이 되어 줄 미래 주택의 새로운 그림을 제시한다. 마치 아이들의 거주하기가 현관문 안에서 시작해 그 안에서 끝나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이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는 거주하기의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아동의 거주를 바라보는 도시적 관점에서 적극적 정의, 구체적인 실천을 고려할 때다. 우리의 아이들은 건강하고 안전한 주거권을 집 바깥, 마을 곳곳에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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