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라는 것, 언제쯤 알 수 있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것, 언제쯤 알 수 있을까
  • 기고=김현수
  • 승인 2021.09.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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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26. 쉼터 퇴소 청소년 김현수(가명) 씨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김현수 씨가 촬영한 나의 공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현수 씨가 촬영한 나의 공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혼란스러웠던 자립 초기의 기억

재작년 겨울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청소년쉼터를 퇴소해 자립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만의 공간을 얻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기분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 것 같다. 원하는 가구를 사서 집을 꾸미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고 쉼터에서 사용했던 책상, 수리비가 더 나온 세탁기, 이전 세입자가 사용한 낡은 신발장이 현실적인 조건이었다.

생활을 위해 일을 해야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할 수 없었다. 생계비가 부족해 라면으로 식사를 떼우기 일쑤였다. 친구는 돈이 있어야 만나는 것이 아니지만, 돈 한 푼 없으니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아 점점 고립됐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것은 사람들이 나를 '일을 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부터 쉼터퇴소청소년들에게도 공공임대주택 우선입주자격이 주어졌다. 그 덕분에 열악하지만 삶을 꾸릴 수 있는 주거공간은 어느정도 갖출 수 있게 됐다. 물론 일정 기준에  해당해야 하고, 임대보증금을 본인부담으로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쉼터에서 퇴소하고 주거지를 마련한 주변 쉼터 퇴소 청소년들의 삶을 살펴보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부모의 역할을 대신 할 울타리가 없고, 그나마 서로 믿고 의지해온 친구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리니 더욱 막막한 것이 아닐까 한다.

◇ 함께할 때 비로소 온전한 자립을 이룰 수 있어

의식주는 매우 중요하지만, 사람은 절대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아무도 없는 곳에 밥이 있고 집이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은 서로 함께 할 때 더욱 힘을 얻게 된다. 하물며 당일치기 등산도 혼자 가기 버거운데, 자립은 얼마나 더 고되고 힘들겠는가. 쉼터퇴소청소년들이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스스로의 관리 능력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교육의 부재도 크다. 경제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로 과소비라도 하게 되면 바로 생계의 문제로 직결된다. 우리에게는 함께 해주는 누군가가 절실하다.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통해 주거 지원과 더불어 사례 관리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맞춤형 사례관리를 통해 개별 특성을 고려한 복지 및 자립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 내에서는 우리와 같은 쉼터퇴소청소년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에 쉼터퇴소청소년들은 자립을 도와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마저 시급한 상황이다. 

자립은 함께 하는 것이다. 단순히 물질적 공간만 주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그렇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더이상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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