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캠프' 출신에 기대했지만... 9개월간 책상만 지킨 공익신고자
[단독] '문캠프' 출신에 기대했지만... 9개월간 책상만 지킨 공익신고자
  •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셜록 박상규·이명선 기자
  • 승인 2019.02.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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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의 수상한 시절①] 운전대를 잡을 수 없는 관용차 운전원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셜록 박상규·이명선 기자】

전국의 많은 부모가 육아로 골머리 앓을 때, 육아정책연구소장은 하나님과 자기 피부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소장이 직원이 운전하는 관용차를 타고 개인 용무를 본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교회 120번, 마사지숍 10번, 골프연습장 6회, 동창 모임….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 수장에게 국민 세금으로 관용차와 기사를 배정한 건 이유가 있다. 육아 문제에 집중해 좋은 정책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의미다.

운전기사 최홍범 씨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소장의 비위를 언론에 알리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 최 씨의 공익신고는 모두 사실이었다.

소장이 받은 징계는? 감봉 1개월이 전부다. 문제의 소장은 3년 임기를 꽉 채우고 연구소를 떠났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돼 2017년 10월에 물러난 우남희 소장 이야기다.

공익신고자 최홍범 씨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연구소는 그에게 기관장 관용차가 아닌 연구소에 배정된 다른 업무 차량을 운전하라고 했다. 연구소가 밝힌 이유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한 불편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무 차량은 직원들이 직접 운전을 하기에 최 씨가 운전대 잡을 일은 거의 없다.

공익신고 2개월 뒤인 2017년 9월부터 약 두 달간, 최홍범 씨는 컴퓨터와 전화기 한 대가 전부인 책상에서 버려진 사람처럼 종일 앉아 있어야 했다. 자존감은 땅으로 추락했다.

비위를 저지른 당사자는 건재하고, 공익신고자가 오히려 큰 피해를 입는 일이 하늘(대한항공)만이 아니라 땅에서, 그것도 국책 연구소에서 벌어지다니.

최 씨를 비롯한 직원 8명은 노조를 만들었다. “부당하게 징계를 받는 사람들, 갑질 등 횡포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홍범 씨가 노조 지부장이 됐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육아정책연구소. 공익신고자인 운전원에 대한 업무배제 의혹이 일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육아정책연구소. 공익신고자인 운전원에 대한 업무배제 의혹이 일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전 소장 비위 알린 뒤 업무배제… 문재인캠프 출신 새 소장에 기대했지만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는 최 씨에게 희망이었다. 새 소장이 취임하면 문제가 바로 잡힐 게 분명했다. 2017년 12월 8일 드디어 새 육아정책연구소장으로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취임했다.

백 소장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복지공약, 특히 육아정책을 짜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때도 복지국가위원회 위원으로 문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백 소장의 남편 김연명 중앙대 교수 역시 두 차례 대선에서 문 후보의 복지공약 수립에 적극 참여했다. 김 교수는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을 거쳐 2018년 11월부터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으로 일하고 있다.

최홍범 씨는 백선희 소장 취임으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했다. 공익신고자 최 씨는 지금 자기 업무인 관용차를 운전하며 노동자로서 자존감을 회복했을까?

“자존감이요? 그런 건 기대도 안 합니다. 정말 모멸감이 듭니다. 제 아이가 ‘아버지는 뭐 하느냐’고 종종 묻는데요. 할 말이 없습니다. 종일 일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는 말을 어떻게 합니까. 작년 5월부터 또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최 씨는 지난해 10월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상담과 약물 치료를 계속해오고 있다. 

“새 정부 공공기관이 이 정도인데, 일반 기업은 어떨까 싶습니다. 공익과 부패방지를 위해 누군가 공익신고를 하겠다고 하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당사자가 더 큰 피해를 입으니까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 씨는 9개월간 거의 운전대를 못 잡고 책상에서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 사이 몇 차례 운전대를 잡을 일이 있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공익신고자 업무 배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넓게 보면 공익신고자 불이익 조치, 좁게 보면 부당노동행위 강요가 의심되는 상황.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홍범 씨는 업무에서 배제됐지만, 백 소장의 관용차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 누가 운전대를 잡았을까? 

지난 1월 31일, 출근 시간에 맞춰 경기 고양시에 있는 백 소장이 사는 아파트 앞으로 갔다. 오전 7시 15분께, 연구소 관용차가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 멈췄다. 운전석에서 한 남성이 내려 경비원과 인사를 했다. 경비원은 공동현관 안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남성을 경계하지 않았다. 둘은 안면이 있는 듯했다.

그가 갑자기 공동현관 문을 열고 문 옆으로 비켜섰다. 백 소장은 7시 30분께 신문과 텀블러를 들고 나타났다. 남성은 조수석 뒷문을 열어 에스코트했다. 일산에서 출발한 차는 도로 위에서 1시간 반 넘게 시간을 보내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육아정책연구소에 도착했다.

관용차를 몰고 온 한 의문의 남성이 아파트 공동현관 문을 열어 백선희 소장을 의전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관용차를 몰고 온 한 의문의 남성이 아파트 공동현관 문을 열어 백선희 소장을 의전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관용차를 몰고 온 한 의문의 남성이 뒷자석 문을 열어 백 소장을 의전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관용차를 몰고 온 한 의문의 남성이 뒷자석 문을 열어 백 소장을 의전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백 소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고, 그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백 소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고, 그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출근 운전을 마친 남자는 차를 주차한 뒤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했다. 운행일자와 시간, 행선지, 차량에 표시되는 계기판을 기록했다. 동승자로 ‘소장님’이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운전자 이름을 적었다. 

‘김OO.’

연구소에 없는 이름, 그는 백 소장이 따로 쓰는 대리기사다. 이날도 최홍범 씨는 책상에 일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백선희 소장은 자신이 타는 관용차 운전을 직원이 아닌 외부 대리기사에게 맡겼다. 기존 기사는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리기사를 이용하니 국민 세금이 이중으로 낭비되는 셈이다.

◇ 운전원이 운전석 대신 책상만 지킨 9개월 동안 누가 관용차를 운전했을까
 
백 소장은 왜 개인 돈이 아닌 국민 세금으로 대리기사를 이용할까. 지난 2018년 4월, 노조와 단체교섭 상견례 때 백 소장은 이런 취지로 말했다.

“어떻게 기관장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 노조 지부장을 할 수 있나요?”

백 소장은 노조 지부장이 자기 관용차를 운전하는 걸 불편하게 여겼다. 그는 “기관장 차량 기사는 노조 지부장을 맡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라면서 “차 안에서 노조 지부장과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때부터 최홍범 씨의 ‘대기발령 아닌 대기발령’은 시작됐다.
백 소장이 밝힌 ‘최홍범 업무배제’ 이유는 그럴 듯해 보인다. 최근 백 소장에게 직접 연락해봤다.

Q. 기관장 기사가 있는데, 따로 대리기사를 이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사분이 노조를 만드셨어요. 기사가 지부장이에요. 사용자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한 차에 타게 생긴 거잖아요.”

백 소장은 외부 자문을 받았다며 “기관장 차 운전기사는 노조에 가입을 안 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말했다.

Q. 기관장 차량 운전기사는 노조 지부장이면 안 되는 규정이라도 있나요?

“여러 군데 자문을 구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재차 물어도 백 소장은 어떤 규정에 의해, 누구에게 자문을 받았는지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반면 백 소장의 견해를 반박하는 전문가도 있다. 

“최홍범의 업무상 직위와 노조원으로서 자격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면 교섭을 통해 해결할 사안입니다. 지부장의 업무를 바꾸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상식이죠. 업무를 이유로 지부장의 자격을 문제 삼거나 또한 지부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입니다.”

박공식 이팝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의 말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05년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이다. 말 그대로 육아정책연구소에서는 육아와 유아교육, 보육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정책을 개발한다. 2018년 기준 연구소 정부 출연금은 67억7000만 원이다.

국책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직원은 공개 채용이 원칙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인사관리규정 제3장 제14조에 따르면 공개경쟁시험에 의해서 채용하는 게 1차 원칙이고, 특별전형으로 뽑을 경우에는 제한경쟁시험을 치르지만 그래도 사전에 채용기준 혹은 자격요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써 있다.

연구소 측은 대리기사 채용 공고도 내지 않았다. 제한경쟁시험으로 치러지는 특별전형을 거치지도 않았다. 백 소장의 대리기사 이용은 육아정책연구소의 차량관리 및 운행 지침에도 벗어난 일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차량은 공인된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연구소 소속 직원에 의해서만 운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백 소장에게 대기기사 비용 처리 문제도 직접 물어봤다. 

Q. 대기기사에게는 어떤 명목으로 세금을 집행하셨나요?

“인건비에서 처리된 것은 아니고요. 당연히. 경영과 관련된… 운영비와 관련된 부분이 나간 것인데요. 경영(지원)실장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말과 달리, 경영지원실장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13일 연구소를 방문했으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그날 보낸 서면 질의서에는 18일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연구소는 대리기사 인건비로 그동안 얼마나 지불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9개월간 최소 수백만 원이 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백 소장은 최 씨를 업무에서 ‘배제’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운전원인 최 씨에게 소장 관용차가 아닌 업무용 차량 운전을 맡겼다는 것. 하지만 최 씨는 이에 대해 업무용 차량을 운전한 것도 한두 차례에 불과하다고 다시 반박했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백 소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고, 그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백 소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고, 그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연구소는 “업무 ‘배제’ 아닌 ‘변경’” 설명… 운전원은 정신과 치료 중

최홍범 씨의 업무배제는 부당노동행위, 세금 낭비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그는 공익신고자다. 백 소장은 그의 노조 지부장 자격을 문제 삼지만, 최 씨에게 노조는 공익신고자 불이익 침해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결국 백 소장은 ‘갑질’ 논란은 물론이고,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다. 

“백 소장은 제가 공익신고를 한 전력이 있어서 불편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노조 지부장이든 아니든, 기사와 소장은 서로 각자의 공적 업무를 하면 되는 거잖아요. 공익신고 후 수개월간 업무 배제를 당해보니 노동자로서,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 생명이 끊어진 것 같아요.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어요.”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부당행위를 고발한 박창진 전 사무장의 인터뷰를 다룬 서울신문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대한항공의 잘나가는 서비스맨이었던 박창진 전 사무장은 스스로 “생물학적으로 살아남았을 뿐 사회적으로는 죽임당한 존재”라고 했다. (중략) 잘못된 조직문화에 균열을 낸 공익제보자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문제 직원’으로 낙인찍혔다. 그는 이후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의 문제를 폭로한 공익신고자 역시 최근 업무에 복귀했다. 구속된 양진호 회장은 그를 “배신자”라고 지칭했다. 회사는 공익신고자에게 컴퓨터도 없는, 창고 같은 방에 배치했다. 

공익신고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건, 공공기관-대기업-웹하드 회사가 똑같다.

한 가지를 빠트렸다. 2018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육아정책연구소에 관한 또 다른 공익신고가 접수됐다. 분명한 건 또 다른 누군가가 신고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2019년 1월 육아정책연구소에 공문 한 장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국무조정실 감사실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하겠습니다.”

기사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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