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재활난민'들이 외면받지 않는 세상
어린이 '재활난민'들이 외면받지 않는 세상
  • 기고=김재연
  • 승인 2019.06.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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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재연 전 국회의원

지난달 27일 김미희·김재연 전 국회의원은 경기도청 앞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민중당 의정부시위원장인 김재연 전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 편집자 말

지난달 27일 김미희·김재연 전 국회의원은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촉구했다. ⓒ민중당 경기도당
지난달 27일 김미희(오른쪽)·김재연 전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촉구했다. ⓒ민중당 경기도당

출산율 OECD 꼴찌 예약… “돈 주면 애 낳는다” 효과없네

며칠 전,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어느 기자가 쓴 글 제목이다. 정말 돈다발을 뿌리면 애를 낳는다고 생각한 것일까. 얼마나 돈을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계산했을까.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기가 힘들다는 한탄은 단순히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는 부모 역할의 어려움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부모와 가정을 넘어 사회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몫임에도 이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몸이 아파도, 장애가 있어도 존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권리.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이것을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먼 곳의 병원을 전전하는 어린이 재활 난민들이 있다. 이 아이들과 가족들의 오랜 호소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약속으로 담겼다. 정부 출범 2년, 그 약속은 어떻게 되었을까.

당초 계획과 달리 어린이재활병원은 경남·전남·충남권역 세 곳에만 짓고, 강원·경북·전북·충북권역에는 외래 중심의 치료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축소됐으며, 수도권과 제주는 아예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지난 4월까지 신청받았던 보건복지부의 ‘2019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모사업’에 신청서를 낸 시‧도가 없어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대전지역 단 한 곳만 병원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일단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지원 예산으로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용과 향후 운영비 감당이 어렵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현재 짓고 있는 대전의 경우 건립비용이 4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한 곳당 고작 78억 원의 국비 지원을 내걸고 공모 신청을 기다린다는 것은 정부의 '의지 없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필수 병동 기준이 ‘입원병실 30병상 이상, 낮병실 20병상 이상’이라 고작 50병상짜리 소규모 병원에 권역별 소아재활거점병원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꼴이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장애아동 지원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 약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 소아환자 절반 수도권 사는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계획에 수도권 제외라니

정부가 이 사업 계획에 수도권을 제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재활의료기관의 40.2%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재활치료를 필요로하는 소아 환자의 51.5%가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사실은 감안하지 않았다.

또한 어린이재활의료기관의 의료보험 청구액을 분석했을 때,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에 청구된 치료비가 전체의 60.2%를 차지한 것을 보면 상당수의 타 지역 환자들도 수도권 병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경기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18년) 수도권 소아 환자들 역시 대기자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지난 3월 동국대일산병원은 소아낮병동 운영을 중단하고 외래진료도 축소했다. 재활 의료수가 자체가 낮은 데다 소아 환자의 수가는 더욱 낮다보니, 환자를 볼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서 민간병원들은 넘쳐나는 환자들을 대기상태로 방치하게 된다. 민간병원의 일방적인 진료 축소와 반복되는 오랜 대기로 고통받아온 환자와 가족들이 공공병원 건립을 애타게 호소하는 이유다.

이처럼 정부가 약속 이행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지자체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 도지사가 2만 708명으로 추산되는 경기지역 장애아동과 청소년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공공어린이재활의료기관 운영'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경기도는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경기도 건립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경기도 자체의 힘으로라도 공공병원이 지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 또한 경기 남·북부가 거리상 멀고 북부지역의 의료 여건이 낙후되었음을 감안했을 때 경기 남부와 북부 두 곳의 병원이 필요하다.

걷고, 말하고, 삼키는 것조차 힘겨운 아이들이 의지할 병원을 찾아 난민처럼 떠도는 사회. 이들이 외면당하는 세상에서 더 많은 출산을 부르짖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우리 곁의 가장 아픈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끝내 그 약속을 지켜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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