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 서나 걱정뿐인 초보 임산부
앉으나 서나 걱정뿐인 초보 임산부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0.09.09 16:1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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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사실 확인 후 왜 나쁜 글들만 눈에 띄는지 열달 내내 걱정뿐…이제야 알 것 같은 엄마마음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많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화장실에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고 나와서 남편에게 설레는 표정으로 임신소식을 알리면 남편은 아내를 안고 기쁨의 환성을 지르는 그 장면. 나도 임신을 하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나의 첫 임신사실 알림은 평생을 상상했던 프러포즈와는 확연히 달라서 실망했던 그것과도 같았다. 2009년 3월 3일, 생리예정일 하루 전이었다. 20살에 대학교 선후배로 만나 일주일에 3번은 술을 마시며 데이트를 했던 남편과 나.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 후 집 앞으로 치킨에 맥주한잔 하러 나가기로 합의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하다가 서랍장에 넣어둔 테스트기가 눈에 띄었다. 결혼 한지 일 년 반 만에 임신계획을 하고 연초 아기를 낳기로 계획을 하고 4월부터 시도를 해보려고 했지만 혹시나 요즘 불임부부가 많다는 주위의 걱정에 2월부터 피임을 하지 않은 터였다.

 

“오빠~ 혹시 모르니깐 이거 한번 해볼까?^^”

 

“그래 한번 해봐~”

 

평소 술을 자주 마시기 때문에 혹시나 피임이 실패해 임신이 될까봐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테스트기를 해본 나였기에 이번에도 아무 생각 없이 테스트를 해보았다.

 

“이.럴.수.가..........” 테스트기에 선명히 나오는 두 줄.

 

내 평생 처음 본 두 줄이었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수줍게 임신소식을 알리려던 나의 평생의 로망은 깨져버렸다.

 

 “오~~~~~~~~~~~~~~ 빠~~~~~~~~~~~~~~~~~~~~~~~~!!!!!”

 

 깜짝 놀라 달려온 남편이었다.

 

 “내 눈이 잘못 됐나봐. 이것 좀 오빠가 안경 끼고 자세히 좀 봐봐.”

 

 “두 줄 같은데….”

 

평소에 테스트기를 많이 사다둔 나였기에 바로 또 해보았다.

 

헉, 이럴 수가! 축하고 뭐고 우리 둘은 당황했다. 과연 임신인 것일까.

 

믿을 수 없어 여러번 해본 테스트기. ⓒ정옥예
믿을 수 없어 여러번 해본 테스트기. ⓒ정옥예

 

다음날 오빠는 출근을 하고 마음이 급했던 나는 혼자 집앞 산부인과를 찾았다. 너무 일찍와서 아기집이 안 보인다는 것. 자궁외임신일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초보엄마였던 나는 엄청난 실의에 빠져 집에 와서 엉엉 울었다.

병원 간 첫날 깨알만한 아기집. ⓒ정옥예
병원 간 첫날 깨알만한 아기집. ⓒ정옥예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임신소식에 기뻐서 회사에서 술까지 먹고 늦게 왔던 것이었다. 일주일 후 다시 와보라고 했기에 일주일동안 나는 맘스홀릭 게시판에 들어가 살았던 것 같다. 왜 나쁜 글들만 눈에 띄는지….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대체로 의사선생님들은 초반에는 최악의 상황만 이야기한다는 것. 일주일 후 아기집을 확실히 확인하고 나니 이번엔 아기심장 뛰는 것을 보러 오라는 것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일주일동안 맘스홀릭 게시판을 뒤지고 살았다.

 

아기집은 보였으나 심장이 뛰지 않아서 유산 됐다는, 심장이 약하게 뛰어 몇 주 후에 또 유산됐나는 등등 왜 이렇게 안좋은 얘기들만 많은지….

 

걱정 할 바에야 확인해보자, 하고 일주일간 세 번이나 병원에 가서 아기가 잘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유난스런 초보엄마였다. 오라고 한 날짜에 병원에 가니 심장도 정상으로 뛰고 건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열 달 동안 나는 끊임없이 걱정을 했던 것 같다. 12주 입체초음파 찍을 때도, 기형아검사를 할 때도, 태동이 조금이라도 줄면 병원으로 찾아갔었다.

 

12주 입체초음파. ⓒ정옥예
12주 입체초음파. ⓒ정옥예

26주 입체초음파. ⓒ정옥예
26주 입체초음파. ⓒ정옥예

 

이제 아기를 낳고 9개월을 키워보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나중에 둘째를 가지면 첫째처럼 빨리 병원에 가지 않을 것 같다. 아기집을 확인하고 심장 뛰는 것을 확인하기까지의 초조함과 불안함이 너무 컸다. 임신한 모든 엄마들은 아기가 뱃속에서 잘 놀고 있는지, 건강한지, 항상 염려하는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면 덜 걱정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태어나니 황달, 유문협착증 등등. 왜 이렇게 걱정거리가 많은지. 아마 아기가 성인이 되도 엄마의 마음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나는 엄마 속 안 썩이고 혼자서 큰지 알았는데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끔씩은 코가 찡해져온다. 엄마한테 고맙다고 하고 싶은데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셔서 마음속으로만 되뇌인다.

 

“엄마. 고마워. 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운줄 지안이 낳기전엔 잘 몰랐어. 밤잠 못자고. 먹을 것 못먹고. 화장도 못하고. 항상 내 걱정만 하면서 그렇게 엄마 자신을 희생하고 나를 위해 살았던 걸 왜 난 몰랐을까? 엄마 고맙고, 미안해. 엄마한테 받은 사랑 지안이에게 아낌없이 줄게. 사랑해 엄마!”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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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x**** 2012-01-29 21:25:00
겁이 정말 많죠..
저 역시 술을 너무 많이 즐기는 편이어서..
얼마나 놀랐던지..일반 말하는 한 두잔 정도가 아니어서..
걱정이 더 심했답니다..10달 내

no**** 2011-04-25 03:57:00
임신초 최악의 상황
병원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저는 지레 겁도 많이 먹고
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답니다. ㅜㅜ
병원에서 자궁외 임신, 겁을 먹게 되는 말씀들을 조금 자재 해 주시면 참 좋겠는데..
의사의 입장에서는 또 알려야 하는 상황인지.. 꼭 말

wo**** 2011-04-22 18:36:00
맞아요.
임신하고 나면.. 나쁜글들이 눈에 보이죠.
특히나 병원에서 확신하지 않

tenys**** 2011-02-28 23:28:00
첫아기는..
다들 그럴것 같아요~
저도 새삼 그

dnwls**** 2011-02-28 08:17:00
^^
요거 보면서 정말 .. 맘이 짠하네요.. 엄마에게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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