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님,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알고 계신가요?"
"윤석열 당선인님,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알고 계신가요?"
  • 기고=함미영
  • 승인 2022.03.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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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특별기고] 3.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

24만 7077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득표 차다. 그만큼 치열했고 뜨거웠던 20대 대선이 끝이 났고,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에 모든 관심과 눈이 쏠려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 영·유아, 교육 단체·기관 측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기자 말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 ⓒ베이비뉴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 높은 교사 대 아동비율로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식사를 거르고 화장실도 제 때 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쉬지도 못했는데 쉬었다고 가짜 휴게시간 관리대장에 서명하고 연차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노동환경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급여는 늘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언론은 소수의 자극적인 사건을 일반화하며 보육교사에겐 잠재적 아동학대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고 CCTV 설치로 보육교사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식의 보도가 연일 이어지다 보니 보육교사의 인권과 자존감은 낮아져 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보육사업안내'에는 보육교사 채용에 대해 '가능한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을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가 2017년 이후 줄곧 명시되고 있으나 여전히 어린이집에서는 1년 단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작성하고 있다.

전체 보육교사 24만 명 중 71%에 달하는 약 17만 명의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90%가 같은 자격증, 같은 업무, 같은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국공립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늘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12월 22일 그간 보육료의 높은 인상율을 감안해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의 급여를 최소 국공립 1호봉 수준으로 지급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는 지침일 뿐 미이행에 대한 처벌이나 강제 조항이 없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보육교사의 연차를 지원해주는 대체교사들은 국공립 1호봉 수준 권고에 포함돼 있지 않아 또 다른 임금격차 해소 문제도 남아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른 교사대아동비율은 2006년 이후 무려 15년동안 단 한 번도 축소된 적이 없으며, 보육교사 1인이 책임지기엔 높은 아동비율로 인해 보육교사의 돌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교사 1인이 보육해야 할 인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원아모집의 어려움 호소만을 이유로 반별 정원기준의 원칙마저 깨고 초과보육이라는 허들을 허용하고 있다. 또, 담임교사의 휴게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교사대아동비율 예외규정을 두어 1인의 보육교사가 보육할 수 있는 인원을 두배수까지 허용하는 것은 영유아의 안전권과 보육의 질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며, 탁상행정이 만들어 낸 잘못된 정책이다.

보육체계 개편으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휴게시간과 많은 행정업무로 휴게시간 없이 초과근무를 해야하는 노동환경이 개선되리라 기대했으나 모호한 기본보육 시간과 담임교사 겸임으로 인해 여전히 쉼 없이 초과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는 개선되지 않아 대안이 필요하다.

보육교사들이 연차 사용을 할 수 있도록 대체교사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한달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하기에 갑자기 아프거나 자녀에게 일이 생겼을 경우엔 연차사용을 전혀 못하고 있다. 보육교사에 비해 대체교사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미리 대체교사 신청을 하더라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부족 해소 방안도 필요하다.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CCTV는 설치 목적과는 달리 무분별한 열람과 근태감시 등 목적 외 사용으로 보육교사를 괴롭히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2020년 보육교사노동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0명 중 8명(78.3%)이 괴롭힘 가해자로 원장 또는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라고 답했다. 원장이 가해자가 되어 보육교사를 괴롭히고 있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 조항이나 방안이 없어 현장 보육교사들의 고충이 더 과중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괴롭힘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고 피폐하게 만드는 악질적인 인권침해로 보육교사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영유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육현장에서는 더 더욱 있어서는 안 될 범죄행위다.

이에 더해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존중 받아야 할 감정노동자임에도 인식이 부족해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보육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몰고 지역카페에 글을 올려 신상을 털고 마녀사냥을 하며 끊임없이 민원을 넣는다. 개인적인 의심만으로 폭언과 폭행, 절차를 무시한 CCTV 확인 등 지속적인 괴롭힘에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한 참담한 일들이 일어났고 여전히 비슷한 일들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21년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에서 조사한 감정노동 실태조사에선 설문조사응답자의 81.7%가 보육교사가 감정노동자임을 알고 있었으며, 97.9%가 감정노동을 경험했지만, 91.5%인 대다수는 보호조치를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개정으로 보육교사도 '감정노동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그러나 '보육사업안내'는 아동의 안전과 보육교사의 자격, 결격사유, 복무관리를 위한 많은 지침이 세세하게 적혀있을 뿐 보육교사의 '안전하게 일 할 권리'는 단 한 줄도 명시돼 있지 않다.

감정노동 피해사례가 발생한 경우 원장에게 사실을 알리더라도 감정노동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와 책임은 보육교사 개인이 오롯이 감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유아보육법에는 어린이집의 균형적인 발전과 어린이집 간의 정보 교류 및 상호 협조 증진을 위해 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고 연합회의 기능 중 보육교직원의 복리 증진 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원장으로만 구성된 어린이집 연합회는 보육교사들의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원장의 입장과 어린이집의 이익 창출에만 몰두 하고 있다.

이렇게 운영의 이익이 목적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단체에 보육교사의 입장을 대변하길 기대한다면 보육교사의 권익과 노동환경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채 보육현장을 이탈하는 보육교사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보육교사들도 어린이집 연합회와 같이 보육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표성을 띄는 단체를 조직해 동등한 입장에서 보육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마련돼야 한다.

어린이집은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언제든지 CCTV를 열람할 수 있지만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제1항의 열람요구권에는 정보주체인 보육교사는 열람권이 없어 영상을 볼 수 없으며, 열람 시 행정처분을 받게된다.

아동학대 의심 시 영상을 확인하고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권조차 주어지지 않아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어 시급히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보육교사를 필수노동자에 포함하고 보육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늘 운영자와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육교사의 전문성만을 강조하고 책임감, 사명감, 열정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보육전문가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보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노동권을 보호하겠다는 20대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처럼 30년 동안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았던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사각지대가 부디 해소될 수 있는 단비 같은 보육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영유아는 보육교사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을 듬뿍 받아 행복한 성장을 꿈꾸는 사회, 보육교사는 고용안정을 바탕으로 보육전문가로서 자존감이 회복되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회, 학부모는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이 조성되는 사회, 그로 인해 모두가 행복한 미래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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