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에게 교육권 보장은 생명권… 언제까지 부모가 무릎 꿇어야 하나요?"
"장애학생에게 교육권 보장은 생명권… 언제까지 부모가 무릎 꿇어야 하나요?"
  • 기고=민용순
  • 승인 2022.03.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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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민용순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회장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교육부의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계획에 따른 한국교통대학교 국립특수학교 설립 추진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지난 11일 내놨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교통대에 교육부에 국립특수학교 설립 신청서 제출과 구성원의 장애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 강화, 장애인 인권 문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요구한 바 있다. 장애학부모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슈화가 쉽지 않아 베이비뉴스에 기고를 해왔다. -편집자 주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7일 오후 2시 충북 충주시 한국교통대학교 앞에서 ‘장애인 교육 의지 없는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의 숲놀이키움학교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7일 오후 2시 충북 충주시 한국교통대학교 앞에서 ‘장애인 교육 의지 없는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의 숲놀이키움학교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추진 배경

지역사회에 유·초·중·고 학교 설립을 할 때 지역주민에게 묻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특수학교 설립에는 찬반을 묻는다. 혐오시설이라는 것인데 서울 서진학교 건립 시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장애학생의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어렵사리 특수학교를 지은 이후, 교육부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예비 특수교사가 다니는 전국의 특수교육과가 설치된 국립대학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특수교육과 설치 국립대 중 공주대, 부산대, 교원대가 특수학교 설립 중이고, 2022년 1월 24일에 교육부에서 한국교통대, 전남대, 창원대의 특수학교 설립 업무 관계자와 함께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추진 협의회를 열어 3개 대학이 설립 의향이 있고 수요조사서를 제출하면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국가의 땅인 국립대에서 부지를 제공하면 지역사회 주민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 국립 한국교통대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

충북 장애학생 부모들의 절실한 염원으로 교육부에서 2022년 1월 28일에 교통대 기획처에 3월 18일까지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수요조사서 제출을 요구하였음에도 유휴부지가 있는 한국교통대학교는 특수학교 설립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기사를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교수들이 공무원 신분으로 특수학교 유치의견을 공식적으로 찬반을 물어봤다고 공개적으로 알렸다. 심지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교수들이 공무원 신분으로 장애인 교육기관 설립에 대해 찬반을 묻는 과정에서 특수학교를 지으면 무엇을 줄 것인지 묻고, 혐오와 차별을 공론화한 대한민국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 장애인교육권에 대한 국립대의 인권 수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교통대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들은 지난 24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앞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집중 결의대회에 참석해 한국교통대 숲놀이키움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시위를 함께 진행했다.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교통대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들은 지난 24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앞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집중 결의대회에 참석해 한국교통대 숲놀이키움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시위를 함께 진행했다.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취업률로 대학의 가치를 함부로 평가하는 세상이라도 국립대만큼은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지켜야 한다고 할 정도로 지성인의 전당인 국립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높다. 때문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교통대에 유독 실망이 크다. 교육부의 의견 수렴은 교육과정 특성화, 대학의 전공별 연계 방안, 학교가 지어지면 다닐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는 과정이다. 통계의 함정에 빠진 총장과 교수들이 찬반으로 결정을 하는 대국민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찬반을 묻는 과정에서 일어난 차별과 혐오가 대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 중에는 장애학생의 형제·자매, 부모, 친지가 있다.

최근 대학생들의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교수들이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어떤 학생은 증평캠퍼스 일부 교수들이 충주캠퍼스로 이전하려고 반대해서 못 짓는다는 의견, 곧 충주로 캠퍼스를 이전할 것인데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냐는 의견, 언제 갈지도 모르는 충주캠퍼스 이전 때문에 교수들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의견, 반대한 교수들 명단이 궁금하다는 의견, 학생들은 반대 안하는데 교수들이 뭔데 반대하느냐는 의견, 유아교육과는 반대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도 의견을 묵살하고 교수들이 학생들 편의라는 명목 뒤에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려 충주로 이전했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비장애인 대학생들이 장애학생들에게 운동장을 빼앗길까 두려워서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 유치 제안조차 반대하는 교통대 총장과 교수들의 결정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과반수가 넘는 교수들이 학생을 핑계 대는 교통대 특수학교 설립 반대 천명은 교육자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행태이다. 장애인 학생을 위한 투자가 비장애인 학생을 위한 희생이 된다는 인식은 장애인 혐오와 차별에 대한 전형적인 의식이다 못해 무지한 것이다. 마치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을 지으려면 “우리 아이들이 어디를 쓰죠, 딱하지만 공간이 없네요”라고 하는 정중하고도 교묘한 차별과 유사하다. 오죽하면 서울시교육청은 기관장이 공간을 핑계 대 장애학생 교육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례안을 만들었을까.

◇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대한민국 교육자의 윤리와 가치 부재

헌법 31조에 보장된 교육 받을 권리를 혐오시설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지역주민의 반대 속에서 부모들이 무릎 호소로 사정해 지은 서진학교의 여정을 ‘학교 가는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남겨 현재도 상영 중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숱한 사람들은 장애인 교육을 차별하고 혐오했지만 지금 한국교통대의 현주소는 과거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국립대 유아특수교육학과를 찬반 투표로 폐과시키려 했던 데자뷰 현상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엘리트라는 집단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사회적 책무에 무심한지, 부모들에게 사죄는커녕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빈약한 인식을 당당히 드러내는 차별적 인식과 무지함은 충격적이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체장애인들의 시위가 시민들의 출근에 피해를 주었다고 정치인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하듯, 운동장으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갈라치기하는 총장과 교수들의 방식은 이성이 마비된 잔인함으로 느껴진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차별이 낳은 인식의 민낯이 대한민국 국립대의 현주소라면 역설적으로 지성인으로 불리며스스로 완벽하다는 착각에 갖혀 있는 것이다.

코로나 비상 시국에 다양성과 적응력을 가진 조직이 생존이 더 높다고 하며, 유능한 과학자, 훌륭한 예술가와 발명가, 최고의 부자들은 모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노벨상을 받은 히로나타 헤이스케는 “이제 더 이상 다양성에 대하여 눈을 감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자신의 방법만을 고집하였고 ‘고집은 편견을 부르고, 그 편견을 또다시 고집’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일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것을 방해하여 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독자적인 인생의 보람을 창조하지 못함으로써 변동에 방치되고, 다양화에서 낙오되고 절망하게 되는 사람의 비중이 커지면,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잘못하면 전복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렵고 고생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시대를 살아나가기 위하여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공자님 말씀처럼 눈꼽만큼 다른 각도로 본다면 장애수용이 따로 필요할까 반문한다. 비장애대학생 학습권을 공론화해 왜 장애학생에게 책임을 묻는가. 교육관은 곧 인간관이다.

국가에 세금을 내는 장애학생의 부모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에서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충북에 존재할 필요와 가치가 있는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국립대 총장과 교수들이 나의 현재의 위치를 혹시 내가 유능해서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국가에서 잠시 빌려 쓴 직함이 없을 때 나라는 실존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권한다. 제 한 몸만 돌보는 공무원이 아니길 기대한다.

장애학생에게 교육권 보장이 생명권인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우리 부모들이 무릎을 꿇지 않고 장애자녀를 위한 학교를 지을 수 있는 날이 살아 생전에 가능할지 대한민국의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다. 장애학생 교육권에 대한 기대와 책무성을 저버린 교통대에 실망하고 좌절하였지만, 그래서 숲놀이키움학교를 교통대에 반드시 설립하고, 학교를 지역사회에 시설을 개방하여 온마을이 함께 키우고 교류하며 교육자의 인식을 바꾸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교통대는 장애학생을 키우는 부모와 형제·자매, 친지도 우리가 함께 사는 이웃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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