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의 글은 어떤 피드백을 받았을까
이슬아 작가의 글은 어떤 피드백을 받았을까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2.04.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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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고 보는 책] 어딘 지음 '활활발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물은 이는 60대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기사로 채택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던가 봅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 질문을 한 것이겠고요. 그 질문에 제가 답변을 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만약 답변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잘 모르겠더군요. 마음은 수학 1타 강사이고 싶은데 현실은 생전 처음 보는 문제를 마주한 기분이랄까요. 너무 막연했습니다. 역시 질문은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더 고민해 봤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가능하면 도움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결정적인 문제를 하나 찾았습니다. 그건 바로 제가 그에 대해 아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거였어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최근의 관심사나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야 이런 것을 한번 써보시라고 해볼 수 있거든요. 자주 하는 일, 자주 보는 것에서 글감을 찾으면 잘 쓸 수 있는 가능성이 크더라고요. 이렇게 글쓴이의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섣불리 피드백을 할 수 없습니다.

피드백은 좋은 내용보다, 부족한 부분, 더 보강되어야 하는 부분을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제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에요.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자신에 대해 지적한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꼭 해야 하거나, 가이드 방향(대안)이 확실하거나 본인이 직접 요청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먼저 나서서 글에 대해 피드백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딘(김현아). ⓒ위고
'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딘(김현아). ⓒ위고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어요. 바로 작가 어딘(본명 김현아)이 쓴 '활활발발'입니다. 김현아씨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 있거든요. 그 기사의 제목은 ‘90년대생 작가들의 글쓰기 혁명이 시작된 곳은 ‘어딘’가… 이슬아, 이길보라, 이다울 북 토크’였는데요. 그렇습니다.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이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어딘글방 선생님 어딘이 바로 김현아씨고, 그 글방을 대표하는 90년대생 작가가 바로 이슬아 작가예요.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어딘이라는 사람과 어딘글방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이요. 무엇보다 제일 알고 싶었던 내용은 ‘피드백’에 대한 것이었어요.

피드백 없는 글방은 없으니까요. 글방은 피드백이 전부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지금 가장 뜨겁게 활동하고 있는 90년대생 작가들이 다녀간 글방에는 어떤 특별한 피드백이 있었을까, 그런 것들이 제 호기심을 자극 시켰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길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하지 않나요? ‘쓰라고 보는 책’을 소개하는 글인데, 쓰기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피드백에 대한 내용을 다루겠다고 하는 것이요. 그 대답은 어딘의 말로 대신해 볼게요.

“다른 사람의 글을 잘 볼 수 있을 때 내 글도 잘 보인다는 말을 믿읍시다. 사실 합평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이면서 곧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 모두 쓰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아픈 말이 나오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다음 글을 쓸 때 반영하는 걸로 합시다.”

그리고 이건 제가 “완전 동의" 하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글을 읽고 편집하는 제 일이 일로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글을 꼼꼼하게 읽는 것이 제가 글을 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거든요. 실제로 사는이야기를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들으면 저는 이미 기사로 채택한 사는이야기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좋은 글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이유를 알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저도 앞서 밝혔지만, 어딘 작가도 ‘글을 읽고 그 자리에서 바로 피드백을 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해요. 하지만 재미없는 글을 재미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어딘글방에는 유일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에 관한 한 정직할 것’입니다. 읽은 그대로 생각을 말해야 하는 거예요.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도 고역인 이 원칙을 어딘이 고수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진척 없는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어느 날 점핑의 순간이 온다. 지난주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진 글이 그야말로 쨔잔 하고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어딘은 또 말합니다. ‘섬세하게 예리하게 맹렬하게 피드백을 하라’고요. ‘명징하고 깐깐하고 정직한 비평의 언어가 쌓이고 쌓일 때 자신의 글에도 엄정할 수 있다’라면서요. 글방러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어딘 글방을 찾았던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특히 글방이 활활발발해지는 순간은, 그러니까 분위기가 가장 불타오를 때는 ‘어떤 글이 금기를 넘어설 때’라고 해요. ‘모두의 마음 밑바닥에 있지만, 차마 쓰지 않는 쓰지 못하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말도 하게 되죠. 

“어디까지 쓸 것인가? 알고 보면 글쓰기는 용기와 관련된 행위다. 눈부신 한 편의 글 안에 전투의 상흔이 이곳저곳 깊게 배어 있는 까닭이다.”

어딘이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글방에서 합평을 한 시간이 10년이라고 해요. 이토록 오래 글방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작가는 그저 “재미있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여요. “아직 작가라는 이름을 달지 않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세상 웃기는 가슴 시린 독보적인 때로는 혁명적인 이야기. 그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곳이 글방”이라고요. 

저는 여기에 배움과 성장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요. 배움과 성장은 제가 오래 편집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주고 받는 피드백에서 저는 배움과 성장이 일어난다고 믿어요.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읽힙니다.

어느 글방러는 ‘작가라면 하고 싶은 말과 그 말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어딘에게 배웠다고 쓰고, 어딘은 글방러의 글을 보면서 ‘때로 한 편의 탁월한 글은 다른 사람들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문화적 카오스를 만들어내며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활활발발해지는 순간이다’라고 말해요. 어떤가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지 않나요?   

저자 소개에서 '(글방은) 글쓰기 수련의 장이자 글쓰기의 고민과 더불어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며 배우는 곳이었다. 어딘은 그 한 중심에서 글방러들과 글쓰기를 의논하고 나누었다'라고 밝힌 것도 그런 이유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책 일부를 글방러들의 글 모음으로 할애할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요?(약 81페이지 분량). 그래서인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글을 쓰고,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 가장 정직하게 피드백을 해 온 제자들의 말도 귀담아 듣게 되었어요. 가령 이런 말들이요.

“에세이에 대한 피드백은 어쩐지 요새 잘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만든다. 글이 재미없다면 요즘 내가 이상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 테일러

“어딘의 피드백은 언제나 나의 개인적인 글을 이 세상의 흐름과 연결해주었다. 그뿐인가. 나의 글쓰기 역사를 모조리 알고 있는 어딘은 이 글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까지 해석해주곤 했다.” - 조개

혹시 이 글 처음에 나온 질문을 기억하시나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라는. 어딘은 이 질문에 이렇게 말해주었대요. “300명의 작가가 네 안에 함께 살면 돼.” 300이라는 숫자에 적지 않게 놀라셨겠지만, 유치원, 초등학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우리에겐 이 300명에 달하는 혹은 그 이상의 작가를 이미 마음속에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않기로 해요. 

그런데 이 말은 저도 좀 무섭네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라고 물은 또 한 명의 제자에게 어딘이 한 말입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한 번도 빠지지 않고 3년. 그곳이 도착지가 어니라 출발점이라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일간 이슬아’의 탄생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요?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성에 대해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성교육 전문가에게 질문한 성교육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펴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글 쓰고 책 내는 작가가 글쓰기에 도움 되는 책을 소개하고자, '쓰라고 보는 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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