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육아'하고 있는게 이상한가요?
부모가 '육아'하지 않는게 이상하지 않나요?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모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김광백 선생님이시죠? 베이비뉴스 칼럼보고 연락드려요. 통화 괜찮으세요?”
“네. 말씀하세요”
“네. 저는 00방송국 00프로그램 00작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빠가 육아를 하는 것을 촬영 관련해서 몇 가지 여쭤보려고요.”
작가는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요지는 남자가 어떤 생각으로 육아를 하게 됐는지 였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의 성별을 가지고 육아를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서로 역할을 분담한다.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서로 잘하는 영역을 맡아서 하면 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내가 살림과 육아를.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물론 남자가 살림을 하는 경우는 소수다. 그래서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고, 이야기 거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게 아닌가? 남자와 여자의 역할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어느 개그 유행어처럼 ‘그때 그때 달라요’이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얼마나 많은 남자와 여자가 고통받고 있는가? 우리 부부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특별한 결단 혹은 생각이 있어서 남성인 내가 육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대대로 진행해왔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있는 이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단지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남자일 뿐이다. 그래서 남자가 ‘육아’를 하고 있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부모가 ‘육아’를 하고 있지 않는 게 매우 이상한 것이다. 부모가 돈을 벌고,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 혹은 어린이집에 내맡겨져서 아이가 양육되어지는 것. 이런게 이상한 것이다.
나의 방송출연이 결정된 것은 아니고, 작가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방송에 적합한 소재와 인물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떠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송이라는 것은 대개 웃기다. 마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단면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촬영으로 인해 나와 아이의 하루 패턴은 많이 엉크러 질 것이다. 카메라가 졸졸 따라 다니는데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방송국에서 해야할 일은 나와 같은 사람을 찍는 것이 아니라 육아의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직장을 고발하고, 시정이 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취재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이들에 대해 신상을 공개하고 집중적으로 취재해야 한다.
방송국에서 그렇게 한 달만 한다면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나같은 사람 취재하는 시간에 진짜 어렵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충을 담아내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내가 남자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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