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가 되면 스스로 ‘어른’이 돼야만 하는 아이들이 혼자이지 않길...
만 18세가 되면 스스로 ‘어른’이 돼야만 하는 아이들이 혼자이지 않길...
  • 기고=이효진
  • 승인 2022.05.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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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9.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종합사회복지관 아동 보호자 이효진(가명)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체육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취득한 아동의 태권도 품증.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체육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취득한 아동의 태권도 품증.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위탁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위탁보호가 종료된다.

내가 위탁하고 있는 아이도 1년 후면 위탁보호가 종료된다. 지금까지 많은 도움과 관심을 받아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도 종결이 될 예정이다. 위탁보호가 종료되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던 아이는 만 18세가 되면 바로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혼자서 감당하고 버텨야만 하는 ‘어른’이 된다. 아니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직 사회에 진출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혼자서 생활할 거처조차 없지만, 스스로 그리고 혼자서 살 길을 찾아야만 보호종료를 앞둔 아이를 지켜보는 위탁모들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학비마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용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집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가전을 살 돈도, 가구를 구입할 돈도.. 어른인 나조차도 이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만 한데 아무런 경험과 준비도 없이 혼자서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일반 가정의 아이들은 학업이나 진로 걱정만 하면 되지만, 보호종료아동은 학업에 대한 걱정보다 혼자 살아가야할 걱정을 해야 한다. 이 아이의 살 길을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이 내 책임인 것만 같다.

대부분의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모든 상황들을 혼자서 도전하고 해결해야 하는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할 것이다. 이런 두려움과 더불어 자립준비청년을 ‘어른’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들 속에서 외롭고 힘겹게 혼자 서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건강한 성인이 되어 사회진출을 준비해야 할 아이를 곧바로 세상 한가운데로 내보내는 심정이다.

내가 7살 때부터 키워온 아이는 이제 1년 후면 위탁보호가 종료가 된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다는 기쁨과 기대보다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돌보는 이 아이는 체육교사가 꿈이다. 꿈을 위해 태권도 단증을 취득하며 지금은 복싱을 배우고 있다.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체육학과에 진학하는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교 입학부터 학자금 마련, 생활비까지 자신의 삶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야 하고, 자기 자신의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 자립을 앞둔 아이를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마음이 답답하다. 아이의 꿈을 응원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하는 마음을 잠시 접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부모교육을 받기도 했다. 어떻게 이 아이를 잘 길러서 자립을 도와줄 수 있을지 말이다.

자립을 준비하는 아동을 둔 위탁모의 마음으로 현재 자립지원 정책들을 볼 때, 비록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조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한 실정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아동들이 보호종료가 되는 현실이니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지원체계 마련이 간절하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며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배울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다. ‘자립’으로 가는 길을 아이들이 혼자 걷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힘이 필요하다.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많은 법안들이 개정되고 있지만 아직 생활 가까이 밀접하게 지원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혼자 설 자립체계를 만들 때까지 사회의 보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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