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밖 청소년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주세요"
"가정 밖 청소년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주세요"
  • 기고=고미림
  • 승인 2022.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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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10. 고미림 고양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 둥지 팀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지난해 12월, 고양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 둥지의 청소년들이 관계형성프로그램에 참여해 감귤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해 12월, 고양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 둥지의 청소년들이 관계형성프로그램에 참여해 감귤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우리 사회는 성년에 도달한 보호종료 아동 및 청소년에게 나이가 되었으니 독립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소위 ‘가출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가정 밖 청소년’들도 자립 연령이 되면 청소년 쉼터에서 나와 독립을 해야 한다.

청소년 쉼터는 가정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 등의 이유로 집을 나와야 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보호서비스(의식주제공, 학업지원, 심리정서지원, 문화여가활동지원 등)를 제공해주는 청소년보호시설로 만 24세가 되면 퇴소해야한다.

가정 밖으로 나와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부모와 집이 싫다는 단순한 이유로 가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폭력과 갈등 속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미성년의 나이에 아무 준비와 지지기반 없이 가정 밖으로 내몰린 학대 피해 아동인 경우가 많다. 일생 가정에서 안정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무조건적 내 편’이 있는 청소년과 아무런 지지기반 없이 가정 밖에서 생활해와 시작부터 다른 가정 밖 청소년들을 같은 기준으로 보지 않아야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부정적 인식이 해소될 것이다.

청소년 쉼터는 여전히 안정적인 형태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상시 운영이 돼야 하는 시설이지만 직원 수는 적었고 담당자는 시설 거주 청소년의 의식주 지원과 상담, 행정업무와 병행해 자립이나 자활에 대한 계획까지 수립하기 어려웠다.

일반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받던 청소년은 퇴소 후 자립지원금이나 주거 지원을 보장받게 된다. 하지만 쉼터 청소년은 법률이 개정되어 현재의 ‘청소년복지시설’로 분류되기 전까지 지원 범주에 해당하지 못했으며 최근에야 제도권으로 유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터에서 보호가 종료된 청소년은 아직까지 사회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까지도 많은 민간지원사업에서조차 시설퇴소 아동 및 청소년의 주거지원 사업 대상에서 쉼터 퇴소자는 제외됐다. 부모라는 울타리 없이 자립해야 하는 상황은 일반 보육시설 퇴소 청소년들과 동일하지만 받는 지원은 동등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현장인 쉼터의 사회복지사로서 필자가 처음부터 대상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많은 아이들과 언쟁으로 시작하는 하루를 겪다 보면 때로는 아이들이 밉고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라 ‘역시 문제’라고도 생각했다.

점점 감정 없이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이 자연스럽게 쉼터의 기능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될 즈음, 필자와 많이 부딪히며 보호가 어려웠던 청소년을 가정으로 복귀시키게 되었다. 생활 과정에 있어 애를 먹은 친구였기에 섭섭한 마음과 동시에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그 청소년을 잊어갈 때쯤 보호자로부터 아이가 사고로 인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장례식에서 많은 눈물로 후회했고 큰 죄책감을 느꼈다. 더 준비해서 보냈다면 어땠을까, 아이 말에 더 귀 기울이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결과가 달랐을까, 소용없는 후회로 몇 날을 보냈다. 준비되지 않은 청소년을 사회로 돌려보내 참혹한 결과를 낳게 한 것이다.

시간은 또 지나 고민할 겨를도 없이 보호 연령이 도래한 청소년이 사회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됐다. 여전히 그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나 자원은 거의 없었다. 서너 명의 청소년들이 월세와 보증금이 비슷한 방을 얻어 나갔고 배달 일을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들은 지내온 날들이 감사하다며 오며 가며 들러 커피나 붕어빵을 사다주기도 했고 오토바이 타는 것이 할 만하다며 안심을 시켰다. ‘힘들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그럭저럭 지낼만한가 보네’, ‘사실 별다른 방법도 없는데 어쩌겠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결국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어쩔 수 없었을까, 그 많은 복지정책과 자원에 이 아이들이 편입될 수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자원의 한계와 법령의 문제였을까’ 깊은 후회로 과거를 곱씹고 곱씹어야 했다.

준비 없이 사회로 진출해야 하는 가정 밖 청소년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퇴소 시의 주거 지원과 생계는 필수적이다. 법령과 규정, 지침으로만 따지며 필요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보호의 의무를 지닌 어른들이었다. 사회가 이들을 못 보고 지나친 결과는 홀로 세상에 나올 준비가 미처 되지 않은 청소년이 오롯이 지게 된다. 보호자의 부재, 학대, 방임으로 자의 및 타의에 의해 시설에 오게 된 청소년들. 그냥 정해진 대로 받을 수 있는 것만 받아서 스스로 자립하라는 것은 또 다른 방임일 것이다.

청소년들이 살아내고 있는 이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그들 인생의 전성기다. 가장 힘든 시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인생의 한 자락이다. 이 과정에서 외롭고 힘든 기억, 사회와 사람들의 각박함만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내 옆의 누군가가 함께 성장과정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해주었다는 따뜻함을 배운다면 어떨까? 이들은 반드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우며 상생할 수 있다는 가치를 실천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차별 없는 지원'을 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많은 힘을 보태줄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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