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없는 도서관, 시청 앞 놀이터, 울산맘 전주에 반하다
문 없는 도서관, 시청 앞 놀이터, 울산맘 전주에 반하다
  • 칼럼니스트 노미정
  • 승인 2022.05.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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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과 함께하는 마을육아+지구수다] 전주 도서관 탐방기

◇ 도서관은 이런 곳? 도서관의 틀을 깨다

이팝나무, 꽃심, 첫마중길. 들을수록 예쁘고 멋진 이름은 전주에 있는 도서관들이다. 작년 7월, 마을의 교육공동체 공간 구성을 위한 모임에서 전주로 탐방을 갔다. 작은도서관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며 도서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주에서 만난 도서관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꽃의 힘은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란 뜻이다. 개방형구조, 문이 없고, 서가가 낮고 여백이 있는 공간. 곳곳에 창밖의 경치를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은 나만의 서재 같은 느낌이다. 이 자리는 누구나 탐낼 것 같다.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쉼이 있는 도서관. ⓒ노미정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쉼이 있는 도서관. ⓒ노미정

2층 전체를 모두 청소년이 이용하는 '1216 우주로' 청소년 특화도서관. 꿈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만들 때부터 공간구성 감리에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했다. 1년 동안 아이들의 의견을 받고 트윈에이저 모임을 만들어 서울 등을 탐방한 후 기록하고 반영해서 공간을 만들었다. 패시브 프로그램 운영으로 언제든지 와서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다. 시간이 없고 바쁜 청소년을 배려한 운영이다.

공간이 시끌벅적했다. 학교의 구름다리 같은 철봉이 연결돼있어 매달리며 놀 수 있다. ‘철봉’을 보니 고등학생 큰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공부에 관심 없던 아이가 공부를 하겠다며 동부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한 두시간 집중하고 나니 몸도 뻐근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싶은데 도서관 밖에 철봉이나 운동기구가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도서관에도 철봉 같은 걸 설치할 수 있냐고 물어서 도서관 홈페이지 의견 받는 곳에 글을 올려보라고 했다. 도서관은 공부하고 책 읽는 곳, 놀이는 놀이터에서 하는 거라 생각했던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전주에 와서 와르르 깨졌다.

‘우리가 주인이 되는 공간’이라는 뜻의 ‘우주로’. 울산에 있는 청소년문화의 집이나 청소년센터처럼 또래들만 따로 분리해서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립도서관 안에 있다는 게 좋았다.  전날 한옥마을을 둘러보며 길에서 봤던 문구가 자꾸 떠오른다. ‘아이 속에 어른 있고, 어른 속에 아이 있다’ 전 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도서관이 바뀌고 있다.

1216 우주로 '우리가 주인이 되는 공간' 청소년특화도서관. ⓒ노미정
1216 우주로 '우리가 주인이 되는 공간' 청소년특화도서관. ⓒ노미정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미리 예약하면 탐방할 수 있다. ⓒ노미정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미리 예약하면 탐방할 수 있다. ⓒ노미정

두 번째로 방문했던 삼천도서관은 더 당황스럽고 놀랍다. 세상에나 도서관 안에 놀이터라니. 어린이실에 실내놀이터가 있고, 미끄럼틀이 지하 소극장으로 연결된다. 공연이 없을 때는 키즈카페처럼 운영하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시간 예약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다리위 오두막집. 미니오두막. 흔한 책꽃이형 서가가 아니라 공간 전체가 하나의 책 놀이터였다.

도서관 층층마다 의자, 테이블, 조명마저도 똑 같은 게 하나도 없다. 모두 다르고 너무 예쁘다. 문이 없고, 경계가 없는 복도는 얘기를 나누며 쉴 수 있고 편하게 책을 읽기도 한다. 독서실 같은 열람실이 없고, 직장인들, 청소년들을 위해 평일에도 저녁 10시까지 자료실을 이용할 수 있게 오후 근무자를 따로 배치한다고 한다. 주민들이 여가시간에 편하게 놀러가듯 방문할 수 있도록 평지, 좋은 위치에 점을 찍듯 도서관이 곳곳에 있다. 사람과 문화공간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철학. ‘이래서 전주를 책의도시, 문화의 도시라고 하는구나.’ 다음에 꼭 전주 도서관 여행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더 많은 도서관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 울산시립도서관의 빽빽한 서가. 조용한 도서관. 휴식공간이 별로 없는 곳. 마을마다 작은도서관이 있지만 지원이나 관심이 부족한 울산의 현실이 생각났다.

삼천도서관 어린이실, 도서관 안에 놀이터가 있다. ⓒ노미정
삼천도서관 어린이실, 도서관 안에 놀이터가 있다. ⓒ노미정

◇ 시청 앞 나무 놀이터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작년 교육탐방으로 왔을 때 전주의 도서관에 반해서 올해 초 가족여행으로 다시 전주를 방문했다. 첫날은 한옥게스트하우스, 이튿날은 호텔을 이용했다. 중학생 둘째가 들어오는 길에 큰 놀이터를 봤다며 알려줬다. 숙소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에 있었다. 미끄럼틀, 시소, 그네같이 정형화된 놀이기구는 없고, 오래된 나무를 기둥으로 연결해서 만들어진 밧줄놀이터, 자연놀이터다. 중앙은 넓은 공터로 뛰어 놀 수 있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 문화가 만들어지는 곳. 놀이터에서도 그게 느껴졌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바로 앞이 전주시청이다. 대박이다. 시청 앞 너른 공간을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놀이터로 내어주다니. 시청 안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도 있었다. 관공서를 지역주민들과 가깝고도 밀접하게 연결하는 생각의 전환. 울산시청 앞에 자리잡고 있던 큰 대리석 돌덩이들이 생각나서 씁쓸했다.

비정규직과 노동자들의 다양한 외침이 표현된 현수막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교육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전환학교, ㅂㅏㅇ‘야호학교’의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소수와 약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들이 도시의 주인임을 이곳에서 온몸으로 느꼈다. 작년에 이어 다시 방문한 전주는 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다녀온 이야기를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전해야겠다. 그리고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 약자와 아이들을 생각하는 시장, 최고가 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을 품어줄 수 있는 교육감, 개발형 관광정책보다 주민들이 계속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해 노력하는 구청장 후보에게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야겠다. 문없는 도서관, 시청앞 놀이터, 울산맘 전주에 반하고 왔지만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울산에서도 뭔가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 되기를 바란다. 

전주시청앞 나무 놀이터, "시청은 모든 시민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합니다". ⓒ노미정
전주시청앞 나무 놀이터, "시청은 모든 시민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합니다". ⓒ노미정

*칼럼니스트 노미정은 고등학생, 중학생, 늦둥이 일곱 살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울산 동구의 더불어숲작은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공동육아·마을공동체를 고민하며, 함께 읽고, 쓰고, 밥도 먹는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 우리가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해 지금 나부터 ‘꿈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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