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것의 새로움 ‘제주 올레길 탐방’ 두 번째 이야기
알고 있는 것의 새로움 ‘제주 올레길 탐방’ 두 번째 이야기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2.05.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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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40. 제주 걷기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올레 16코스

(사)제주올레는 지난 2007년 9월 올레 1코스를 개장한 이래 지난 2월까지 총 26개 코스 425km에 1005만 7084명이 올레길을 걸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제주 올레길 탐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올레길 개설 이후 14년 만인데요. 

2007년 올레길 개장이래 지난 2월까지 제주 올레길 탐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김재원
2007년 올레길 개장이래 지난 2월까지 제주 올레길 탐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김재원

특히나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한동안 뜨겁게 사랑받다 잠시 시들해졌던 올레길 탐방이 다시금 새롭게 조명 받게 되었는데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생긴 우울증 등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극복하기 위해 쉬엄쉬엄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려는 여행객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여행이 가능한 올레길 탐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재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여행이 가능한 올레길 탐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재원

올레길에 대한 새로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올레꾼들의 성지라 불리는 추자도에 18-2코스가 새롭게 개장이 된다는 소식인데요. 추자도 올레길 18-2 코스는 총 길이 10.2㎞로 신양항을 시작점으로 출발하여 상추자항을 종점으로 끝나는 코스로 조성되었습니다. 코스 내에는 석두청산정자, 졸복산, 대왕산 황금길 등 기존에 없었던 길들이 포함되게 되었는데요. 이로써 총 길이 425㎞였던 올레 26개 코스는 6월 4일을 기준으로 437㎞의 27개 코스로 변경되게 됩니다. (추자도 올레길은 제가 직접 다녀온 뒤에 생생한 소식을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릴게요) 

추자도 올레 18-2코스가 새롭게 개설되었다. 올레길은 현재 총 437km 27개 코스가 있다. ⓒ김재원
추자도 올레 18-2코스가 새롭게 개설되었다. 올레길은 현재 총 437km 27개 코스가 있다. ⓒ김재원

그래서 오늘은 알고 있는 것의 새로움과 숨어 있던 제주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올레길 탐방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애월 바다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중산간 올레로 이어지는 올레 16코스를 함께 걸어볼까 하는데요. 

올레 16코스는 2010년 3월 27일 개장했고 고내포구부터 광령1리사무소까지 약 17.8km로 성인 기준으로 5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올레 16코스는 고내에서 구엄까지 이어지는 에메랄드빛 제주바다와 아직도 하얀 소금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구엄리 돌염전을 지나 평화롭고 소박한 마을을 두른 돌담길과 수산저수지와 곰솔과 함께 멋진 풍경을 담아내는 수산봉과 삼별초가 항전을 벌였던 옛 토성까지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이어놓은 아름다운 길입니다.

고내포구에서 구엄 돌염전까지 이어지는 올레 16코스 바닷길. ⓒ김재원
고내포구에서 구엄 돌염전까지 이어지는 올레 16코스 바닷길. ⓒ김재원

오늘은 올레 16코스에서 조금 눈여겨보면 좋을만한 포인트들을 짚어드릴까 해요. 먼저 고내포구를 지나 중엄리에 들어서면 ‘중엄새물’을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 이 산물은 10m가 넘는 낭떠러지 바위 절벽 밑에서 솟고 있어서 식수를 길러 오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합심하여 1930년 방파제를 쌓고 길을 내어 식수를 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요. 단어 그대로 새로 만들었진 물이라고 해서 새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새물' 주변 해안 암반은 '주상절리'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주상절리는 화산 폭발에 의해 분출된 용암이 바닷가로 흘러와 물과 만나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만들어진 돌기둥을 말하는데요.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는 주상절리가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하지만 올레 16코스에서 만나는 주상절리도 세월의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사진으로 담아두면 좋습니다. 

구엄리 돌염전. ⓒ비짓제주
구엄리 돌염전. ⓒ비짓제주

먼가 특이한 해안 지반에 도착했다고 느껴지신다면 벌써 구엄포구까지 걸어오신 것인데요. 바로 그곳이 구엄리 돌염전입니다. 최근 주변을 복원해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표지판을 만들어 세웠는데요.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소금을 만든 것은 명종 14년(1559년)에 강려(姜麗) 목사가 부임해 바닷물로 햇볕을 이용해 소금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리면서부터라고 합니다.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 돌염전에서는 거북등처럼 갈라진 틈에 찰흙으로 메워 둑(두렁)을 쌓고 옆에 증발시키는 ‘호겡이’를 만들고요. 거기에 바닷물을 채우고 증발시켜 염도가 짙어진 ‘곤물’을 얻어 보관했다가 볕 좋은 시기에 증발시키면 소금이 남는데, 여기서 생산된 소금은 품질이 뛰어난 천일염으로 중산간 주민들을 찾아가 농산물과 교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소금밭은 이 마을 일부 주민들의 생업의 터전이 되어 약 400여 년 동안 이어져 왔으나 1950년대 들어 전매를 통해 들어온 소금이 거래되면서 점차 그 기능을 잃게 되었습니다.

올레길에서 만나는 황금보리. ⓒ김재원
올레길에서 만나는 황금보리. ⓒ김재원

구엄 돌염전을 뒤로한 채 마을로 들어서기 전 구엄포구 동쪽 해안암반 위에 자리 잡은 도대불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통은 올레길 표식을 따라 지나쳐버리는 곳이지만 도대불도 한번 살펴보고 가시면 좋아요. 제주의 도대불은 바닷고기의 기름이나 송진 등을 태워서 바다에 나간 어선들이 포구를 찾게 했던 등대의 역할을 했습니다. 구엄리 도대불은 1950년대에 상자형 도대불을 축조하고 상단에 철제탑을 세워 호롱불로 불을 밝혔는데요. 조업 여부를 떠나 매일 불을 켰다가 새벽녘에 껐다고 합니다. 지난 1973년 인근에 아세아 방송국이 개국한 후 방송국 안테나의 불빛으로 선창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되자 더 이상 도대불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요.

수산봉 그네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 ⓒ김재원
수산봉 그네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 ⓒ김재원

구엄리를 벗어나면 원추형 오름인 수산봉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수산봉은 오름 정상에 연못이 있어 물이 있는 산이라 하여 물메오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엔 정상에 봉수를 설치해 동으로 도두(도원) 봉수, 서로는 고내봉수에 응했다. 오름 초입에서 정상까지는 500m가 채 안 되어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릅니다. 경사도 역시 가파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데요. 정상에서 수산저수지 방향으로 올레길 표식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사람들의 말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리는 곳을 만나게 됩니다. 인스타 핫스팟으로 유명한 한라산이 보이는 그네가 있는 곳인데요. 그네 너머 보이는 한라산과 수산저수지, 그리고 천연기념물 441호인 곰솔까지 아름다운 저수지 둘레길의 평화로운 풍경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입니다. 

수산리 물메밭담길. ⓒ김재원
수산리 물메밭담길. ⓒ김재원

수산리 마을과 연결된 올레길은 물메밭담길과 만나게 됩니다. 제주의 밭담 길이는 지구 반 바퀴로, 약 2만2,000㎞나 된다고 해요.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리는데요.(밭담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지난 칼럼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제주 밭담 여행’을 참고해 주세요.) 특히 수산리 마을에 조성된 밭담길은 한국시인협회와 함께 시인 100인의 시비(詩碑)를 밭담길에 조성을 했는데요. 올레길을 걷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시를 읽어보는 소소한 행복을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물메밭담길에 새겨진 시비. ⓒ김재원
물메밭담길에 새겨진 시비. ⓒ김재원

수산리 마을을 벗어나면 가을 코스모스가 아름다운 항파두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항파두리에 자주 들리게 되는데요. 조용한 마을길을 여유롭게 걷다 보면 어느덧 올레 16코스의 종점인 광령1리사무소에 도착하게 됩니다. 올레 16코스에서는 아름다운 바다와 오름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경과 고즈넉한 제주 농촌의 밭담길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길을 걸을때마다 평화로운 기운이 마음 가득 차오르는걸 경험하게 되는데요. 꼬닥꼬닥 걷는 제주 올레길 탐방 어떠셨나요? 길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진 제주 올레길 탐방 이야기를 칼럼을 통해 자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치유와 회복의 제주올레길 이야기 계속 기대해주세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치유와 회복이 있는 올레길. ⓒ김재원
치유와 회복이 있는 올레길. ⓒ김재원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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