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행복” 사랑하는 아이와 만나게 된 위탁 엄마의 이야기
“이것이 행복” 사랑하는 아이와 만나게 된 위탁 엄마의 이야기
  • 기고=남현서
  • 승인 2022.06.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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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17. 남현서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위탁모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여행 중인 가족의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여행 중인 가족의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랑하는 아이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감사하게도 그 해 곧 딸이 태어났다. 아이가 30개월쯤 되니 육아 또한 편안해졌고, 가끔은 아이와 함께 있고 싶어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단둘이 공원과 바닷가 나들이를 가기도 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더없이 행복했지만, 가끔 형제 없이 아이 혼자 노는 모습을 보거나 형제자매와 놀고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 붙여보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안쓰러웠다. 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서울, 부산, 수원 등 유명한 난임병원을 찾아다니며 8번의 시험관 시술을 받았고, 더는 힘들다는 걸 느낄 때쯤 가정위탁에 대해 알게 됐다.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선생님과 첫 상담을 할 때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울먹이며 이야기를 했다. 그 후 2번의 시험관 시술을 더 받고 총 10번의 실패 후, 마음의 마침표를 찍은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남편과 아이에게 위탁가정이 되어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예비 위탁 부모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아이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지니고 있던 어느 날,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아이는 영아일시보호소에서 지냈고 현재는 가정위탁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그 가정에서 힘들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아이를 사랑으로 못 키울 거라면 처음부터 데리고 가지 말았어야지…’하는 원망의 마음도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환경과 양육자가 바뀌는 일은 정말로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일 거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일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곳에 여행을 갈 때면 그 아이가 문득 생각이 났다. 어찌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아이가 그리 염려되고 보고 싶은지…. 그 아이가 내게로 오기 전, 작은 천사를 기다리던 내 마음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떨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내 느낌이 맞는 걸까? 가현(위탁 아동/가명)이를 그 가정에서 더 이상 키우기 힘들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고 외쳤다. 21년 8월 4일, 아이의 위탁가정 변경 배치 날이 확정된 후 아이가 오기 전까지 기다리는 내 마음이 정말로 행복했다. 임산부가 출산을 기다리며 긴장하고 설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출산 준비를 하듯이 아이의 옷과 장난감, 영양제 등을 미리 준비하며 첫째 딸, 그리고 남편과 함께 행복한 만남을 기대했다. 무슨 자신감인지 아직 우리 집에 오지 않는 그 아이는, 그냥 내 딸이고 우리 가정에서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생후 36개월을 막 넘긴, 아직은 매우 어렸던 아이가 우리 집에 온 첫날 새벽에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아가야, 이제 내가 너의 엄마야, 이것 봐 아가야. 엄마가 너를 위해 언니와 똑같은 영양제도 사놓고 옷도 사놨어”라고 말하며 아이를 안아주면서 아이의 것을 보여주었다. “정말 이게 내 것이에요?” 다시금 확인하고 그것들을 매만지던 아이. 아주 작은 손으로 영양제 한 병을 꼭 쥐고 잠들던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더욱 깊게 다짐했다. ‘이 아이의 가장 슬픈 눈물은 오늘 밤이 마지막이라고. 너를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요즈음도 가끔 우리 집 두 딸이 싸우기도 하고, 고집부리기도 하고, 서로 엄마와 아빠를 독차지하겠다고 삐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천진하고 당연한 모습들을 지켜보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가현이가 우리 집에서 새로이 태어난 지 9개월로 접어든다. 우리 집 애교쟁이이자 때로는 말릴 수 없는 심술꾸러기인 가현이가 없는 날은 이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무서운 친할아버지에게도 덜컥 안겨 노래 부르고, 할머니네 집에 가자고 조르는 귀여운 떼쟁이. 가현이가 있어 내게는 어려운 존재인 시부모님과도 더 자주 만나게 되고 마음의 거리를 좀 더 가까이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여수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엄마, 이번 여행 너무 행복했어요. 다음 여행은 또 어디로 가요?”라고 자기 마음을 표현해주니, 이 커다란 세상 속에 아이와 내가 한집에서 자녀-부모 관계로 만난 것이 감사하다.

가현이를 양육하면서 다시 한번 주변인들의 수고로움에 고개를 숙인다. 귀한 한 생명을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이가 즐겁게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돌봐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어 나는 온종일 육아에서 벗어나 잠시 홀로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주 작은 고민이 생기면 가정위탁지원센터 선생님께 이야기했다. 가정위탁지원센터 선생님은 귀찮은 내색 한번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늘 도움을 주셔서 감사했다. 엄마가 지치고 힘들면 그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둘째 아이가 생긴 이후로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안 하던 운동을 하며 더 젊은 엄마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의 존재가 나를 더 가꾸게 하고 돌보게 한다.

가끔 언니의 피아노 학원에 가현이를 데리고 간다. 아이가 먼저 선생님께 인사를 건네고 “나도 피아노 배우고 싶어요”라며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아이의 꿈이 쑥쑥 자랄 수 있도록 엄마가 늘 함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아이의 여물어 가는 손을 꼭 쥐었다. 외로운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셋에서 넷으로 더 풍성하고 온기가 흐르는 가정을 비로소 이루게 되었다. ‘사람이 오지 않는 집에는 천사도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아이의 존재가 우리 집에 옴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연을 맺게 된 것에 감사하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 어른들의 사랑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 보인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이 행복을 더 많은 가정에서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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