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의 '깔끔' 조기교육
"이러다 나까지 갖다 버리는 건 아니지?"
[연재] 추주형의 명랑가족 창조기
저는 만 13개월 된 아들(이름 연재, 2011년 12월 11일생)을 키우는 35살 가장 추주형입니다. 두 남자를 키우고 있다시피 한 31살 -기왕이면 만 29세라고 적어달라네요- 아내는 키가 170㎝로 여성 치고는 큰 편입니다. 불과 수개월 만에 몸무게 52㎏을 회복하며 남들 입엔 ‘산후다이어트’ 성공사례로 꼽힙니다만, 실제로는 너무 말라 불쌍해 보일 정도인, 그야말로 제겐 ‘산후스트레스’참기 종결자입니다. 외향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산후우울증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은 채 감내하고 있는 아내와 육아를 함께 하고 있노라면, 안쓰러움과 고마움 두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합니다.
어느 부모나 그렇듯 우리 부부도 갓 돌 지난 아들의 몸짓, 표정, 눈빛 하나하나에 신기해하며 혼을 빼고 넋을 놓고 삽니다. 저는 앞으로 지면이 허락하는 날까지 우리 부부와 아들의 일상을 읽는이 여러분과 나눌 생각입니다. 이 시간만큼은 우리 부부와 함께 혼을 빼고 넋을 놓고 각자 출산의 두려움이나 육아의 피로함을 잊으시길 바랍니다.
◇ “이러다 나까지 갖다 버리는 건 아니지?”
우리 아내는 깔끔합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세상의 모든 티끌을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우리 집 바닥에서는 그 흔한 머리카락과 먼지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세상에, 현관에 신발 벗어둔 곳까지 깨끗하다니까요.
오죽하면 제가 “이러다 나까지 갖다 버리는 건 아니지?”라고 물었을까요. 그만큼 깔끔하다는 얘기겠지만, 피부병으로 착각할 정도로 유난히 여드름이 많은 제 등과 어깨, 또는 본인의 손톱주변 살점까지 발견 즉시 뜯어버려 기어이 피를 내는 걸 보고 있자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연재가 보고 따라하면 어쩌려고 그래?”
13개월 아들 연재도 깔끔합니다. 아무래도 본인 엄마의 행동을 모방한 것이겠죠. 물론, 단점이 아닌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참 부모의 모든 행동과 말을 유심히 보고 따라할 시기여서 저는 아내의 괴팍스런 성격만큼은 연재가 배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 등과 어깨는 두 모자에 의해 고달파지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재가 보고 따라하면 어쩌려고 그래?”라며, 아들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나까지 갖다 버릴라’라는 말은 약효가 떨어져서이기도 했지만, 우려와 걱정도 진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연재가 바닥을 유심히 보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무엇인가를 힘겹게 주워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내미는 것이 아닙니까. 아내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연재만큼이나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제게 말했습니다.
“이거 봐, 연재가 바닥에선 잘 잡히지도 않는 머리카락을 주워서 줬어. 나한테 배웠나봐. 아유~ 똑똑해 우리아들”
저 역시 이물질을 본인 입에 넣지 않고 엄마에게 건네는 모습이 대견할 뿐만 아니라 꼼지락거리면서도 쓰레기를 줍는 아들의 손이 마냥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 감동이 길면 여운이 짧다
감동 에피소드는 길지만, 제겐 딱 여기까지였으면 합니다. 더 길지 않게, 여운으로 느끼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감동 에피소드는 이어졌습니다.
이를테면, 기저귀를 갈던 중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연재가 헌 기저귀를 먼저 줍더군요. 어느새 부엌 옆 다용도실로 달려가더니 알아듣지 못할 발음으로 문을 열라는 시늉을 하는 겁니다. 기저귀 버리는 쓰레기통이 다용도실에 있었거든요. 또 어느 날은 아빠에게 감귤을 까준답시고 주황색 속살에 붙은 흰색껍질을 집요하게 떼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표정의 얼굴을 하고 있는 제게 아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러나 으쓱한 표정으로 말하더군요. “새로 사온 물건이나 반찬통에 붙은 상표스티커도 연재가 다 떼어줘.”
13개월 된 아들의 학습수준은 이미 손톱깎이를 들고 오는 제 엄마에게 체념하듯 발톱을 내미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던 것입니다.
◇ 우리 아내의 ‘깔끔’ 조기교육
요즘 젊은 엄마들의 과도한 조기교육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아내의 ‘깔끔’ 조기교육, 사회문제는 아니지만 제겐 위험요소로 보여 걱정이 앞섭니다. 감귤의 속살이 제 등과 교차편집 되면서 신기함은 어느새 겁먹은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오늘도 제 등짝이 시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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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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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워2013.02.05 08:29
ㅋㅋ
응가~ 정말 실감난 사진이라
깜짝 놀랬어요^^
우리 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