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3가지
집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3가지
  • 기고=이진희
  • 승인 2022.12.12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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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39. 이진희 몽실커피 대표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몽실커피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몽실커피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아동양육시설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시설에 있는 아이들조차 그 속에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가정에서의 생활보다 시설에서의 생활이 더 행복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동학대로 인해 시설로 가게 되었다. 보호시설은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만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다양한 상황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모인 곳이었다. 처음 시설에 들어가서 또래 친구들, 선생님들과 지내면서 ‘일찍 와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가정에서의 시간이 힘들었고 시설에서의 생활이 더 좋았다. 

요즘은 아동학대로 시설에 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나처럼 가정에서의 생활보다 시설에서 생활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경험하길 바란다.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하고 아이를 다시 원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들이 있다. 집에서 안전하고 행복하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악몽 같은 순간들, 기대감과 실망이 반복된다. 희망이 무너지게 되면서 다시는 희망을 꿈꾸지 않게 된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시설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시설에 있는 아이들도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행복함을 알게 되길 바란다.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끝이 없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잠을 잘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안전한 공간이 있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상황 등 행복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도 있듯이 각자의 상황 속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또 말해주고 싶다. 둘째, 힘들어도 살아내다 보면 반드시 행복한 날이 온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정말 힘겹게 살아내야 하는 그 기분, 하루를 사는 것 자체가 숙제이고 겨우 버티고 있는 그 느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겹고 무의미하고 가치 없다고 느껴진다.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에 있는 그 아이들에게 힘들어도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아 살아있기 잘했다!’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엄청난 상황과 환경의 변화가 아닌 살아낸 하루들이 모여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게 되면 싹이 언제 나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런데도 싹이 날 것을 알기에 물을 계속 주고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싹이 난다. 우리의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오늘 하루, 내일 하루, 자신의 삶에 물을 주다 보면 반드시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다. 이 사실을 꼭 기억하고 그 행복의 싹이 나는 순간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셋째, 진짜 자립은 혼자 그리고 함께일 때 이루어진다. 몽실커피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자립프로그램을 지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페이다. 우리만의 공간과 자립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이루어지는 곳이 ‘카페’였다. 카페라는 것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카페를 준비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업가들이 카페 창업을 추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패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경험이고 또 다른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가 익숙하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맞춰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진짜 자립은 혼자서도, 함께여도 괜찮을 때 진짜 자립이란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어려워서 혼자만 있거나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서 늘 함께 있으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혼자일 때와 함께일 때, 어느 순간에도 괜찮은 순간, 비로소 진정한 자립이 된다. 이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의 모임 중에 한 아이가 ‘이 모임이 너무 좋아’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 한마디가 우리가 함께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만의 공간,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의 자립프로그램,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 그곳이 몽실이다. 어디선가 또 혼자 있는 아이에게 우리와 함께하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이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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