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난대림 숲 ‘금산공원’을 아시나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난대림 숲 ‘금산공원’을 아시나요?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3.05.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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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77. 초록빛 성성한 신비의 숲 납읍리 난대림지대 금산공원

오늘은 여행객들에게 다소 생소한 제주 난대림 숲 금산공원으로 떠나보려 하는데요. 가본 사람 보다 아직 이 초록빛 성성한 신비의 숲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텐데요.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된 난대림지대 금산공원은 애월읍 납읍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주에는 난대림 지역으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곳이 두 곳 더 있습니다. 바로 천연기념물 378호 천제연 난대림과 379호 천지연 난대림입니다. 이곳도 메모해두시고 꼭 방문해보세요.)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된 금산공원 입구. ⓒ김재원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된 금산공원 입구. ⓒ김재원

금산공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려면 공원이 위치한 납읍 마을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1300년 충렬왕 시절 제주지역 동서도현을 설치할 때 지금의 애월읍 지역에는 귀일·고내·애월·곽지현이 설치되었습니다. 이후 마을이 확장되면서 곽지현 지역 남쪽에 ‘곽지남동’이 설촌 되었는데 이 지역을 줄여서 ‘곽남’이라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이후에도 계속 주민들이 입주하여 큰 마을을 이루게 되었는데 후에 이 지역에서 과거급제자가 10여 명 출연하면서 ‘과거에 합격한 마을’이라는 의미로 ‘과납’ 마을로 바꿔 불리게 되었고요. 이후 숙종 원년(1675년)에 제주목사 소두산이 이 지역을 순찰하면서 마을의 형세가 마치 읍과 같다고 하여 지금의 ‘납읍’이라 명명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납읍을 중심으로 반경 2km 이내에 곽지·애월·고내·어음·봉성·상가·하가까지 7개 마을이 모여있기 때문인데요. 

선비마을 납읍리. ⓒ김재원
선비마을 납읍리. ⓒ김재원

마을에는 노꼬메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애월곶자왈 지대를 형성하고 다시 끝자락에서 용암이 부풀러 올라 여러 바위 형태로 지대를 덮어버린 곳이 있었는데 지금의 금산공원 일대입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납읍에서 위쪽을 쳐다보면 금악봉이 마을 남쪽에 노출된 암석 너머로 화체로 보여져 노출된 암석지대에 나무를 심어 가리지 않으면 불(화)의 재해를 면키 어렵겠다는 풍수사의 결론에 따라 조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목과 벌목 심지어 나뭇잎과 가지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금하였고 숲 안에 포제단을 설치하여 금할‘금’자를 사용하여 ‘금산’이라 불렀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자연림이 원형 그대로 잘 간직되어 있어 지금은 비단‘금’자를 사용하고 있고요. 난대림에는 난아열대 기후대에 자생하는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생달나무, 곰솔, 식나무와 보리밥나무, 송악, 마삭줄, 콩짜개덩굴 등과 같은 덩굴식물, 밤잎고사리 같은 희귀식물 등이 숲을 이뤄 자생하고 있는데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3년 8월 19일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되었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습니다. 현재 숲은 일부만을 탐방할 수 있어서 그 규모를 작게 볼 수 있지만, 숲의 지대는 무려 1만 평에 달하는데 커다란 축구장을 다섯 개쯤 더한 크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겨울에도 금산공원 난대림 숲은 푸른 빛을 유지한다. ⓒ김재원
한겨울에도 금산공원 난대림 숲은 푸른 빛을 유지한다. ⓒ김재원

이곳은 한겨울에 눈이 내리면 더욱 멋진 경치를 선사해줍니다. 숲 밖으로는 눈이 쌓여 있지만, 숲에는 눈이 전혀 없는 도무지 겨울이라 믿어지지 않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요. 또한 비가 오는 날에는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비가 떨어지는 소리와 비에 젖은 숲의 향기가 오래 묵은 스트레스까지 말끔히 사라지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숲길을 걸을 때는 마지막 종착지까지 정복하듯이 걷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발을 붙드는 수많은 것들을 오롯이 느끼면서 걸었으면 합니다. 숲과 숲 사이로 드는 햇살, 신령스러운 숲의 느낌과 신선하고 따스한 공기와 오만가지 소리로 짖어 귀는 새소리들을 듣고 마시고 느끼면서 말이지요.

제주도 무형문화제 제6호로 지정된 납읍 마을 포제를 드리는 포제단. ⓒ김재원
제주도 무형문화제 제6호로 지정된 납읍 마을 포제를 드리는 포제단. ⓒ김재원

숲 안에는 남성들이 제사를 주도하는 포제를 드리는 포제단이 위치해 있습니다. 1986년 4월 10일 제주도 무형문화제 제6호로 지정된 납읍 마을 포제는 제주도에 전래되고 있는 마을제 가운제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규모도 큽니다. 포제단 앞 마당에는 포제를 지내는 제단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토신(마을수호신), 포신(인물,재해신), 서신(홍역 마마신) 순으로 제를 올립니다. 매년 정월 초정일(양력 2월 13일)과 칠월 초정일 각각 일 년에 두 번 치르다가 지금은 봄 제사 한 번만 치르고 있습니다. 제일이 다가오면 마을 입구에 금줄을 치고 며칠 전부터 제관들이 모여 몸과 마음을 정결케 합니다. 요 때는 공원 출입이 금지된다는 것 꼭 기억해주세요. 제관은 12명이 하는데 제를 지내기 3일 전에 제청에 들어 준비합니다. 먼저 이장이 술을 올리고 나면 노인회장이 다음 술을 올리고 제물로는 통돼지, 메(밥), 갱(국), 채소, 과일 등이 올려집니다. 

금산공원 초입 양쪽에는 유생들이 강학하던 인상정과 송석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김재원
금산공원 초입 양쪽에는 유생들이 강학하던 인상정과 송석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김재원

금산공원 초입 왼쪽에는 인상정이라고 새긴 비석이 남아 있는 곳이 있고 바로 오른쪽에는 송석대라 칭하는 공간이 나옵니다. 인상정을 새긴 사람은 현일락 이라는 이 고장 출신의 한학자인데 인상정은 바로 현일락의 호이기도 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송석대 역시 강학하던 장소였다고 하는데 인상정보다 송석대의 제생(유생)이 더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일제강점기 말까지 주위에 있는 하가·장전·어도·고성리에서도 이곳까지 찾아와 수학하였다고 하니 선비의 마을 답습니다. 

난대림 숲 금산공원은 올레 15-A코스가 지난다. ⓒ김재원
난대림 숲 금산공원은 올레 15-A코스가 지난다. ⓒ김재원

천년을 살아온 난대림 숲 금산공원은 원시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깁니다. 바깥세상은 빠르게 변해가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분명 달라 보입니다. 숲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경쟁 관계가 아닌 모두 함께 태어나 긴 시간 함께 살아온 듯 보이고요. 제주에 왔다면 혹은 올 계획을 갖고 있다면 이번에는 꼭 한번 금산공원에 방문해 보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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