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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아동에게 칭찬보다 ‘뭘 원하는지’ 물어봐 주세요"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10.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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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김선희. ⓒ초록우산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김선희. ⓒ초록우산

“어른들이 제게 힘내라고 하는 것보다 제가 뭘 하고 싶은지를 물어봐 주시는 것이 좋아요.”

필자가 만난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중학생 유진(가명)이가 했던 말이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몸이 불편한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을 말한다.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유진이는 집에 오면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를 씻겨드리거나, 식사를 차려드린다. 유진이는 가족이 가족을 돌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어서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 스스로 성장하고 미래를 꿈꿀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유진이는 말한다.

유진이처럼 위탁가정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동·청소년 중에는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위탁부모가 나이가 들고 질병 등이 생기면서 반대로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은 몸이 불편한 부모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족돌봄에 들어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본인의 진로·꿈·여가 등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충분히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보다 일상에서의 가족돌봄, 생활의 문제가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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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환경에 있는 많은 아이들은 주변에서 ‘효자’ 또는 ‘효녀’라는 말과 함께 칭찬과 응원을 듣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히려 부모의 어린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압력이 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유진이를 비롯한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을 만나보면 ‘장하다’, ‘네가 가장이니 잘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기보다는 단순한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하거나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필자는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 아동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고, 스스로의 삶을 탐색하는 과정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특하다는 말보다 ‘요새 관심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어?’라든지 ‘어떤 것을 하고 싶어?’라고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방향의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겠다. 아동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질문하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아이들도 주변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도우려 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나아가 아동복지현장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 정책 차원에서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을 찾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자기탐색과 진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자립을 준비해 나갈 수 있는 인프라이다. 일례로 2022년 보건복지부의 ‘가족돌봄청(소)년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를 보면 18세 이하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의 복지 욕구 1순위는 진로 및 교육 서비스 였는데, 그 충족률은 절반 이하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이 함께 가족돌봄아동·청소년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상담, 진로 탐색프로그램 등 실제 아동 수요에 맞는 대안들을 고민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유진이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필자도 어린 보호자가 된 아이들이 돌봄의 무게를 내려놓고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현장에서 힘써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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