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에 저항하라'는 성폭력교육 멈춰야
가해자와 맞서라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위험
[연재] 이향숙 센터장의 현장에서 배우는 성교육
우리 아이들 가해자와 맞서라는 저항교육 너무 위험하다. 아이들에게 폭력 앞에서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말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을 때는 가능했다.
1990년대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면서의 목적은 성폭력피해 아동을 줄이자는 사명감을 갖게 되면서부터였다. 성교육(性敎育)이란 용어 자체를 불편해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性)을 양지(陽地)로 드러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무렵이었다.
성(性)에 대해 교육을 하다니, 어른이 되면 자연적으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아는 것이 성(性)인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개척해 나가야 하는 분야의 하나였던 것은 분명했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예방교육에서는 아직도 변화되지 않은 교육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그 당시 주로 체계적인 성교육보다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많이 시행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성교육을 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성폭력 피해를 우선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 발생이 많으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처 교육을 해야 했다.

마음이 급했다. 주어진 시간은 일 년에 한 번 한 시간, 예방교육을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간신히 마련된 귀한 한 시간이기에 대처법을 잘 배워서 아이들 스스로 범인을 퇴치해야 한다는 저항 교육으로 “안돼요,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 도와주세요.” 이렇게 소리쳐라. 그러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희를 도와줄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피해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현장에서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물론 효과는 있었다. 많은 아이가 용감하게 소리를 질러 범인 퇴치도 잘하고, 의심되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줄행랑도 잘 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범인과 사투를 벌여 살아남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위험천만한 대처 교육이었다. 이렇게 해서 많은 생존자가 피해를 모면한 사례는 많다. 그러나 참혹하게 희생된 아이들도 많다.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을 때는 가능했다.
우리 아이들이 가해자와 맞서면 너무 위험하다. 아이들에게 성폭력 앞에서 저항하며,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말자.
몇 해 전부터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이현혜 교수가 나섰다. “대한민국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현장에서 교육하는 강사들도 대처교육에 고심하며, 때와 장소에 따른 대처교육을 나름의 방식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교육을 했다.
바뀌었다. 이미 이렇게 현장에서 교육이 달라졌다. 아이들의 안전이 무너졌을 때,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우선 범인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범인을 자극하지 말고, 안정을 시키며, 지혜를 모아라라고 가르쳐 줘야 한다. 이 또한 아동에게 무리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현실이다.
또래 끼리에서 일어나는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히 ‘싫다’는 표현을 하게 가르쳐라. 소꿉놀이 시간에 주사놀이 하자며 속옷 내리라고 할 때, 엄마 아빠 놀이하자며 뽀뽀한다고 일방적으로 뽀뽀하자는 친구에게도, 아이가 호기심에 하는 행동 중에 화장실에 따라와 몰래 숨어서 보는 것을 알았을 때, ‘몰래 훔쳐보지 마’ ‘하지 마’ ‘싫어’ 등의 표현을 할 수 있게 가르쳐라. 거절하는 방법을 역할극으로 연습을 통해 잘 가르쳐 주자.
혼자 힘으로 어려울 때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도 알려주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자기주장을 하면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문화는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됐을 때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되리라 믿는다. 서로가 존중받는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전사회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어른들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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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2013.03.26 10:15
진짜 쓸 수 있는 교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