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떠나보낸 어느 부부의 슬픈 이야기
아기를 떠나보낸 어느 부부의 슬픈 이야기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4.1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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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지난 한 주는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아이는 누구를 위해 낳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 것일까? 그리고 낳아야 하는 것일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뭐 이런 생각들을 주로 했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있다. 이들은 올해로 결혼 9년을 맞이하였다. 결혼하면서부터 꾸준히 아이를 낳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많은 불임 혹은 비임 부부가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힘든 나날이 주어졌다. 우선 자책감이 가장 컸을 것이다. 왜 우리는 아이를 갖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주변 사람들, 특히 시부모에게 많은 미안함을 가졌다. 주변에서는 스트레스를 안주려고 노력하지만, 당사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9년동안 8번의 인공수정을 했단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인공수정이 무척 고통스럽다고 들었다. 그러나 몸의 고통보다는 마음의 고통이 더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한 인공수정에서 몇 년전 성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산을 했다. 그러다 작년 극적으로 임신에 성공을 했다. 당사자는 무척 기뻤지만 주변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일마냥 기뻐했다.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가져서 지난주 출산을 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그들에게 아이를 내려주지 않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힘들게 낳은 아이는, 처음에는 엄마를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했다. 그러나 엄마는 강했다. 아이를 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가 사경을 헤맸다. 엄마를 찾아 나선 것일까? 다행히 아이도 몇 시간이 지나고 돌아왔다.

출산 다음 날.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해보였다. 아이는 힘들게 태어난만큼 이 세상의 공기와 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물조물 입도 놀려보고, 손도 휘저어보고. 그렇게 이 세상에 첫 날을 편안하게 보냈다. 여기까지 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해피엔딩일 것 같았다.

출산 두 번째 날 오후. 병원에서 다급하게 보호자를 찾는다. 아이가 숨을 잘 안 쉰다는 것이다. 인공호흡도 해보고, 심장 마사지도 해본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의 생을 다했다. 아이는 힘들게 부모의 품으로 찾아왔는데, 다시 힘들게 부모의 품을 떠났다. 부모는 퇴원할 때 입히려고 샀던 옷을 아이에게 입힌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를 꼭 품으로 안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차가운 아이 몸에, 따스한 부모의 품과 하염없는 눈물 뿐이었다.

 

이들을 지켜보던 나도, 가족들도 모두 울었다.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났다. 아이를 갖지 못해서 그렇게 힘들게 보낸 시간이, 겨우 아이를 가져서 뱃속에서 지켜냈던 시간이, 뱃속의 아이가 세상의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했던 시간이, 아이의 생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간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렇게 아이는 생을 마감하고 차가운 영안실에서 뜨거운 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처음 왔던 곳으로 그렇게 떠나갔다.

 

토요일 오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산하를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산하를 꼭 안았다. 산하와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마음이, 죽은 아이의 부모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는 모르지만 아이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는 분들이 많다. 모두 힘내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이고 말하고 싶다. 어떤 말로도 죽은 아이 부부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묵묵히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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