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때찌'하는 버릇 생긴 이유 짚어보니…
폭력적 사고방식에 길든 사회에서 아이 키우기 - 2편
[연재] 추주형의 명랑가족 창조기
잠금 장치를 힘으로 떼어 내서라도 기어이 궁금한 물건들을 꺼내 확인하는 아들(이름 연재, 2011년 12월 11일생)이 만 16개월이 됐습니다. 이번 편 주제는 지난주에 예고한대로 폭력적 사고방식에 길든 사회에서 찾는 평화적 대안입니다.
신체적 형질의 변화에 대한 가족생활상이 사회적 유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번져 글이 다소 무거워졌습니다. 가볍게 읽히도록 흥미로운 정보들을 가미했습니다.
◇ 지난 편 줄거리
연재 오른발이 문 아래에 끼어 엄지발톱이 들려버렸는데,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다친 발도 같은 오른발입니다. 유심히 보니 다리를 절고 있네요. 석고붕대는 성장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지지대를 대고 붕대를 감았습니다.
본인을 다치게 한 물건을 보면 ‘대찌’라는 말을 연거푸 외칩니다. 어디선가 배운 ‘때찌’를 따라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직 어려서 거친 발음이 불편한 것 같네요. 그 모습이 재밌어서 한동안 ‘대찌 연재’라는 별명도 붙였더랍니다.
울음이 짧고 금방 유쾌해지는데다 먹성이 좋은 점이 제가 생각하는 연재의 장점입니다. 울음 짧은 녀석이 어린이집에서 다리 다치던 날은 꽤 오래 울었다는데, 자기를 아프게 한 그 물건에 대고 또 얼마나 ‘대찌’를 했을까요. 회사에서 맘 조리며 기도한 아비의 마음은 적어도 정말 많이 ‘대찌’를 맞은 날이었습니다.
◇ 폭력적 사고방식에 길든 사회
기저귀 찬 아이가 기어가다가 책상다리에 부딪혔을 때, 우린 보통 어떻게 할까요. 먼저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그 다음엔 책상다리를 혼내고, 때리고, 또 아기에게 책상다리를 때려주라는 말도 하지 않나요. 그걸 때리면 박수까지 쳐주고요.
무엇이든 처음 경험하게 되는 아기가 여기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요. 아기는 아마 ‘내가 아플 때는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넘기고, 그 사람을 때리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캐서린 한 한국비폭력대화센터 대표는 이런 예를 들며, 우리 사회를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사회분위기에서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했었다”고 평합니다. “아기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방법을 배웠을 때, 그 습관이 여든까지 간다”는 것이죠. 말 그대로 우리는 “소통에 방해가 되는 폭력적인 사고방식에 습관이 들었었다”는 겁니다.
◇ 상생을 위한 평화적 대안, 모두 안 아픈 방법 찾기
그렇다면 ‘비폭력 대화’는 어떤 것일까요. 이를테면, 먼저 아기를 안고 ‘아팠어?’라고 위로한 뒤, 책상다리에게 가서, ‘너도 아팠겠구나’라고 같이 위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둘 다 아프지 않게 수건을 감아 놓자’라고 상생할 수 있는 평화적 대안까지 내놓는 것이죠.
이로써 아기가 깨우쳐 얻는 건, ‘내가 아플 때는 다른 사람도 아플 수 있구나.’라는 이해심과, ‘둘 다 안 아픈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소통과 상생의 방식이라고 합니다.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자살이 최근 들어 더욱 급증하는 걸 보면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텐데,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하는 다양성 존중의 문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신체적 진화에 사회적 진보를 더한, 핏줄의 역사
아들이 다치며 보인 행동은 폭력적 사고방식에 길든 사회를 떠올리게 했고, 상생을 위한 평화적 대안과 함께, 신체적 유전보다 사회적 유전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저는 연재가 ‘대찌’를 할 때면, 옆에 가서 연재가 ‘대찌’한 그 물건을 따뜻한 손길과 눈빛으로 어루만져 줍니다. ‘너도 아팠지?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말과 함께요.
핏줄의 역사는 단지 생물로서의 유전법칙에 따라 부모의 염색체가 자식에게 전해지는 경로, 즉 신체적 형질의 진화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한 세대가 발명하고 개선한 기술을 다음 세대가 계승·발전시키면서 발전하는 사회적 형질의 진보를 감안해, 습관화 돼 버린 ‘폭력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둘 다 아프지 않게 수건을 감아 놓자’고 제안합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갈등을 국가발전 원동력으로 바꾸는 것이 결국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너와 내가 상존하고 우리 후손들이 더불어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를 위해서입니다.
사회를 이루는 한 사람이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사회도 그 방향으로 자랄 겁니다. 연재는 오늘도 먼저 배운 이들을 따라 경험하고, 새로운 상상 속에 학습하며, 시나브로 자라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추주형은 한때 기자였고, 기자를 글쟁이가 아닌 정보쟁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대학에서 전공한 사회복지학문을 법정단체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활용하며, 학문적 지식 지평을 넓히기 위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언론과 사회복지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이자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말한다. 현직 부부 사회복지사로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베이비뉴스 칼럼 연재를 통해 고민하며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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