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혼자 떠난 일본여행 마지막 이야기
엄마 혼자 떠난 일본여행 마지막 이야기
  • 칼럼니스트 한민정
  • 승인 2013.04.23 11: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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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외롭다면 떠나세요, 혼자서…

◇ 사람냄새 물씬 풍겼던 츠키지 시장의 추억

 

78년 전통의 세계 최대의 수산물 도매시장 츠키지시장. 정말 이름이 거창하죠? 저 또한 '도대체 얼마나 생선을 많이 잡고 팔기에 세계 최대일까?' 라는 호기심으로 츠키지시장 구경에 나섰습니다. 원래 새벽에 가야 참치경매도 보고, 진짜 츠키지시장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오후 4시 경에 겨우겨우 길을 물어가며, 구불구불한 길을 1시간 동안 헤매면서 찾아갔죠. 머리가 ‘띵~’ 해오고, 팔다리도 저려오고, '도대체 어디여~!!'를 외치며 찾아다녔던 그 곳!
 

두둥!! 드디어 찾았다! 세계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츠키지시장. 엥? 근데, 분위기는 부산의 한 동네시장 같았어요. 이게 뭐냐고요~! ⓒ한민정
두둥!! 드디어 찾았다! 세계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츠키지시장. 엥? 근데, 분위기는 부산의 한 동네시장 같았어요. 이게 뭐냐고요~! ⓒ한민정

 

두둥. 드디어 찾은 78년 전통의 세계 최대 수산물 도매시장인 츠.키.지. 시장.

 

그런데 아니 이게 뭐냐고요~! 제가 부산 출신인데다가  부모님이 통영에 사셔서, 수산물 시장 구경은 많이 다녔지만, 정말 '동네 시장'이랑 똑같았어요. 아마도 새벽에 대량으로 경매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진풍경이 유명했던 것 같습니다. 흠흠. 진정하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서민적이고 소박한 분위기의 츠키지시장이 없어지고, 2014년 새롭게 넓고 큰 현대적인 건물로 츠키지시장을 리모델링한다고 하네요.)

 

어쨌든 배가 많이 고파서, '아줌마의 촉(?)'으로 맛집을 찾아 골목골목을 누볐습니다.

 

싱싱한 참치~! 참치를 자르기 전, 큰 소리로 '축가(?)'를 부르시더라고요. 깜짝 놀랬습니다요. ⓒ한민정
싱싱한 참치~! 참치를 자르기 전, 큰 소리로 '축가(?)'를 부르시더라고요. 깜짝 놀랬습니다요. ⓒ한민정

 

축복받고 예쁘게 태어난 참치 초밥들. 전 원래 참치회를 안 좋아하는데요, 이건 진짜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었어요. 죄송합니다. 근데 진짜 맛있었어요. 혼또니 오이씨데쓰요!!! 흑흑. ⓒ한민정
축복받고 예쁘게 태어난 참치 초밥들. 전 원래 참치회를 안 좋아하는데요, 이건 진짜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었어요. 죄송합니다. 근데 진짜 맛있었어요. 혼또니 오이씨데쓰요!!! 흑흑. ⓒ한민정

 

저는 원래 '맛집' 검색을 절대 안합니다.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오로지 '촉'으로만 찾아가는데요, 밝고 따뜻해 보이는 초밥 집에 들어갔더니 역시나, 정말 맛있었습니다. 사실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일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일본은, 테이블 자체가 요리사를 바라보면서 혼자 먹기 좋게 돼 있는 곳이 많아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음식의 맛도 더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었고요. 
 

푸근했던 츠키지 시장 골목의 한 초밥집. ⓒ한민정
푸근했던 츠키지 시장 골목의 한 초밥집. ⓒ한민정

 

초밥과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의 혼자 오신 할머니가 말을 거시더라고요.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몰라서,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나는 혼자 왔고, 한국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도의 이야기를 나눴죠.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시면서 반가워하셨어요. 더듬더듬 일본어를 하는 제 모습이 귀여웠는지, 옆자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엄청 즐거워하셨습니다. 작은 기쁨 드리고 와서 행복했어요.

 

◇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도쿄의 밤

 

도쿄도청에서 바라본 일본 전경. ⓒ한민정
도쿄도청에서 바라본 일본 전경. ⓒ한민정

 

해가 저물고, 깜깜한 밤이 됐어요. 혼자 걷다 문득 하늘을 보니, 노오란 보름달이 떠 있었어요.

 

내가 무엇을 찾으러 '이곳'을 헤매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쿄도청 꼭대기까지 올라가 반짝이는 도쿄전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반짝이고 출렁이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지지리 볶고, 울고, 웃으며, 또 하루를 버티거나, 즐기면서 살아가겠지.'

 

늘 뭐가 뭔지 모르게, 옆도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살아왔던 제 모습을 떠올리면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 있게 즐기니, 차츰차츰 마음이 안정되고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주쿠의 사던테라스. 정교한 일본의 일루미네이션 작품들. ⓒ한민정
신주쿠의 사던테라스. 정교한 일본의 일루미네이션 작품들. ⓒ한민정

 

'빛의 천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일루미네이션이 유명한 나라입니다. 사던테라스 작품들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어요. 연인들이 반짝이는 조명사이를 다정하게 걷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더군요. 뭉클…. 어머 저 왜 이러죠. 흑흑. 

 

저 혼자서 정말 잘 놀지 않나요? 흐흐.

 

◇ 미치도록 외롭다면, 떠나세요! 혼자서

 

혼자 도쿄 거리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풍경. ⓒ한민정
혼자 도쿄 거리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풍경. ⓒ한민정

 

결혼해서도, 아이를 낳고서도, 미칠 것 같은 외로움을 느껴보신 적 있나요? 정말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공허함을 느껴보신 적 있나요? 누군가는,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보며, 또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또 누군가는 일탈을 감행한답시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감히 저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미치도록 외롭다면, 여행을 떠나세요. 혼자.

 

2박 3일. 짧았던 혼자만의 여행. 혼자 여행을 하면서, 처음에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계속 들떠있었어요. 하지만, 저의 존재에 대해 무심히 지나치는 거리의 사람들,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풍경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 짐을 잠시 내려놓고 내 마음을 달래고 들여다봤던 소중한 시간들. 이런 모든 것들이, 저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물했습니다.

 

아이와 남편에게 소리 지르며 화를 주체 못하고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모습,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다, 가슴이 답답하고 외로워서 혼자 눈물지으며 일기를 쓰던 모습, 난 왜 이렇게 모자라지, 살림도 애 키우는 것도 일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열등감에 빠져있었던 모습.

 

영화같이 힘들었던 기억들이 마음속에 스쳐지나가고, 마음이 비워지면서, 한결 가벼워졌어요. 저는 크게 두 가지를 깨달았어요. 첫 번째는, 결혼은 나의 선택이고, 나의 성향이었다. 두 번째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엄마이자 아내이자 한 여자이다.

 

솔직히 엄청나게 멋지고, 휘황찬란한 경험을 하고 느낀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고, 진리를 새삼 다시 깨닫고 느끼고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린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쉽게 잊고 살지요. 돌아와서도 삶은 똑같고, 또 방황하고 싫증내고, 고민하고 살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더 여유 있게 제 상황을 보고 풀어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답니다. 앞으로도 혼자만의 여행과 아이들과의 여행을 함께 연재할 계획입니다.

 

우린 엄마들. 언제나 파이팅.

 

*칼럼니스트 한민정은 대학시절부터, 성우, 연극배우, 의학방송 진행자로 활동했다. 24살에 10살 많은 노총각과 눈에 콩깍지 잔뜩 씌어 결혼. 20대에 여자인생 최대 4대 산맥이라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정신없이 살 것 같다. 그리고 장난꾸러기 두 아들래미와 아주 지지리 궁상을 떨며 싼티여행을 할 계획이다. http://www.facebook.com/minjeong.han.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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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jj**** 2013-04-23 13:36:00

와~정말 대단하시네요. 누구나 생각은 할수 있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건 힘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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