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라비의 생활 섭생(攝生) 이야기
필자나 집사람이 편하게 교류하는 사람들 가운데 자폐아를 가진 분들이 네 분이나 됩니다. 편하게 교류한다는 뜻은 직업이나 소속 단체와 관련 없이 언제라도 청첩장을 돌릴 수 있는 정도의 범위를 말합니다. 이 네 사람의 사회적 특징은 부모가 모두 50대 이상이고 고등교육자이고 중간층이상입니다.
자폐증은 주위의 사람들과 감성과 이성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과 눈빛이나 얼굴의 감성이 어딘지 부족해 보이고 그리고 한 가지에 몰두하는 특징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방에서는 발달장애가 있고 감성과 이성의 포괄적인 부족함이 있으니 뇌의 실질조직이나 혹은 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문제는 왜 뇌에 이상이 생기는지 그리고 뇌에 이상이 이미 있다면 그것의 최선의 치유가 무엇인지 알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일반화가 성급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의 네 사례의 공통부분은 자폐에 관한 중요한 원인을 찾아내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참고로 추론과정은 개인정보를 고려해 대략적인 배경만 언급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사례의 공통점을 나열하면,
첫째, 부모의 정신적인 장애는 없었고 적어도 부모세대에 가난으로 인한 부모의 성장발육에 영양이 모자라지도 않아 부모나 조부모의 유전적인 결함이나 육체적인 결함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네 가지 사례 가운데 세 사례는 부모의 계층이 상층에 한 사례는 중층에 속하므로 자폐는 사회적인 계층과도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셋째, 네 가지 사례의 가장 결정적인 공통적인 점은 엄마가 자폐아를 임신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멀지 않은 인간관계에서 파악이 가능했던 면은 주로 시가로부터의 스트레스였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오십대의 며느리들은 지금과는 환경이 매우 달랐습니다. 불과 20, 30년 전만해도 이혼이란 금기적인 정서였으므로 며느리들의 스트레스는 탈출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네 사례의 엄마들은 이런 상처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결국 위의 사례는 자폐는 유전적인 요인 혹은 영양적인 요인이 문제가 아니고 임부의 정신적인 원인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태아의 발육은 엄마의 피를 양분으로 하는데 엄마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의 기미가 비정상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예컨대 기쁠 때와 슬플 때의 눈물의 성분이 다른 것처럼 엄마의 핏속에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하는 기미가 형성되고 그러한 기미는 태반혈을 통해 고스란히 태아한테 전달될 것입니다. 그러한 기미가 태아의 뇌의 성장에 반영되어 출산 후에도 현실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미리 피하고자 하는 현상과 피한 만큼의 기운은 어딘가에 집중되는 현상이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곧 위에서 말한 자폐증의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폐증의 예방과 치료는 쉽게 추론할 수 있겠습니다.
예방은 임산부의 정신적인 안정감을 유지시켜주는 것입니다. 임부의 정신적인 안정은 임신기간 동안에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시집과의 관계는 이미 결혼 전부터 시작하므로 평소에 시가나 남편이 새로운 환경에 접하는 아내를 편하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임부는 시집과의 관계 이외에 친정이나 개인의 또 다른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역시 되도록 빨리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리적인 예방은 체질적인 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주로 심장의 허약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소심하다란 말은 심장이 작다는 뜻인데 이는 심장이 약하다는 뜻도 포함합니다. 따라서 소심을 극복할 수 있는 임부의 평소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고 심장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는 한방의 탕약치료를 병행해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자폐아의 치료는 뇌에 충분한 영양공급과 활동이 필요하므로 간과 심장을 보해주는 탕약처방이 정신훈련과 함께 같이 가야 할 것입니다. 자폐증하면 일단 부모들은 운명에 대한 불만 그리고 치료를 해도 해도 안 되는 좌절감 등이 의료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또한 선천적이라는 말에서 오는 선점된 불치개념이 최선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합니다. 물론 백번의 치료보다는 한 번의 예방이 나은 것이니 가족들의 사람다운 감성이 가장 중요합니다만 그래도 이미 자폐아가 태어났다면 보다 근본적인 생리적인 기본 조건인 간과 심장을 보하는 한약처방을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칼럼니스트 조연상은 현재 '하라비(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원장으로 선(仙)의학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올바른 섭생법을 알려주고자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의원 홈페이지(www.harabiclinic.com)를 통해서도 환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의 기미』, 『밥상 위의 한의학』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