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린이집 보내기, 정말 쉽지 않네요
아이 어린이집 보내기, 정말 쉽지 않네요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4.3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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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 보낼 수 있다면 좋을 것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이제 산하를 어린이집에 보낼 시간이 다가왔다. 육아를 전담하는 내가 9월부터 대학원에 가기 때문이다. 우선 언제부터 보낼 것인지, 어디를 보낼 것인지 고민이 든다. 우리 아파트에 가정 어린이집이 있어서, 거기를 보낼까 했는데 왠지 미덥지가 않다. 조금 일찍 알아봤어야 하는데 게을렀다.

 

월요일(22일) 오전. 날씨도 좋다. 산하랑 같이 ‘00구립어린이집’을 찾아갔다. 이 어린이집 원장님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기도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다. 평판이 매우 좋은 곳이라,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였다. 대기자도 매우 많을뿐더러, 다문화 혹은 저소득 가정이 아니면 들어오기가 매우 힘들단다. 나는 속으로 ‘어린이집도 그냥 초등학교처럼 주소지로 해서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이라고 생각했다.

 

원장님에게 부탁을 해서, 괜찮은 다른 어린이집을 소개받았다. 역시 집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고, 이곳은 가정형 어린이집이다. 목요일(25일) 오후. 내가 사는 동네에서 약간 잘사는 곳에 속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평수도 넓고, 깔끔하다. 그리고 단지 내 놀이터 시설도 잘 돼 있다. 부모의 사는 형편이,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어린이집에 대한 이런저런 안내를 받고, 입학원서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낮잠을 자는 산하를 보니 왠지 마음이 짠했다. 산하가 어린이집에 가는 것은 그리 짠하지 않았다. 어차피 산하가 겪어야할 세상이고, 이런 부모를 만난 것은 서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산하랑 함께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가 산하의 모든 것을 해줬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어린이집을 많이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가 매우 단편적임을 알았다. 시설의 구조 및 환경, 커리큘럼, 식단, 아이들 구성원 등 객관적인 정보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생활을 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적었다. 우리 아이의 교사가 괜찮은 인품의 사람인지, 과거에 혹시나 수상쩍은 전력은 없는지 뭐 이런 정보 말이다.

 

좋은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부모의 교육 혹은 열정 등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열심히 알아보고, 인터넷을 뒤져보거나 찾아가는 등 부모의 수고로움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어떨까? 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부모들은 좋은 어린이집 보다는 그냥 잘 맡아줄 수 있는 시설이 더 중요하다. 그곳이 좋은 곳이면 다행이고.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어떤 어린이집을 보낼 것인가를 선택하기 보다는 초등학교처럼 주소지 중심으로 어린이집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면 부모들의 수고로움이 덜어지지 않을까? 민간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어린이집을 만들어서 일정 정도 이상의 시설과 인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면 부자든, 빈자든 상관없이 최소한 비슷한 질의 육아를 보장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산하는 7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이다. 약간 거리가 있어서 자전거를 개조해 산하를 태우고 다닐 생각이다. 남은 두 달. 산하랑 즐겁게 지내자고 다짐을 하지만, 현실은 뻐근한 허리와 밥을 잘 안 먹는 산하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생각과 현실은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어요)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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