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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방문을 닫으면서 우리 부부에게 생긴 일

[엄마가 한번 해봤어] 남편과 주말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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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둘째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주말이 달라졌다.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변화가 생기더니 급기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무슨 대책? 부부가 같이 시간을 보낼 대책.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집중.

주말 우리집 풍경은 대강 이렇다. 엄마인 내가 가장 일찍 일어나고 아빠, 큰아이, 작은아이 순이다. 편의상 큰아이를 1호, 작은아이를 2호라 하겠다. 아침은 과일이나 빵 등으로 간단히 먹는다. 때우다시피한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각자 제 방으로 들어간다. 문은 당연히 닫힌다. 거실은 남편이 홀로 지킨다. 텔레비전과 함께. 

내가 텔레비전 좀 그만 보라고 눈치를 주면 남편은 잠시 걷고 오겠다며 운동화를 신는다. 저녁 시간이 되면 방 안에 있던 아이들이 밖으로 나온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과 우리 네 가족이 함께 식사를 마치면, 썰물 빠지듯 다시 아이들은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그러면 다시 남편은 홀로 거실을 지킨다. 

밥 먹고 나면 방문을 닫고 들어가버리는 아이들. ⓒ최은경
밥 먹고 나면 방문을 닫고 들어가버리는 아이들. ⓒ최은경

나 역시 안방으로 들어가서 글쓰기나 책을 읽는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거실에 혼자 있는 남편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아, 저렇게 혼자 둬도 되나. 애도 아닌데 무슨 걱정인가 싶은데... 그러게 애도 아닌 남편이 나는 혼자 있는 게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한 번 두 번 소파에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는데, 아 이건 좀 아니다. 남편이 운동을 나가도 내가 거실을 지키고 있다니. 텔레비전과 한몸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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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아이들 입에서 "요즘은 엄마가 텔레비전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아" 한다. 어, 이거 아닌데... 나는 다만 남편이 혼자 거실을 지키는 게 안쓰러워서... 그랬을 뿐인데... 아니었나 보다. 리모콘이 항상 내 옆을 밀착 마크 하고 있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황금 같은 주말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결심한 나는, 남편에게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점심? 집에 먹을 거 많은데? 왜?"

"아, 그냥 좀 나가자. 집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해." 

남편은 영문을 모른 채 끌려 나오다시피 했다. 생각해보니 이 얼마 만에 둘이 먹는 밥이야? 그렇게 시작된 주말 데이트다. 우리는 나 스물 여섯, 남편 스물 아홉에 만났다. 한 동네에 살아 연애할 때는 거의 매일 보다시피 했고, 주말에도 늘 함께 였다. 주로 밥을 같이 먹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며 걸었다. 20여 년이 지난 우리 둘의 데이트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시간을 내어 일부러 함께 밥을 먹고, 가끔 영화를 보고, 주말이면 함께 걷는다. 어느날은 버섯을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함께 가지 못했던 능이삼계탕을 먹었고, 어느날은 즉석떡볶이를, 어느날은 곰탕을, 어느날은 밥 대신 스타벅스에 가서 차를 마쳤다. 

대화의 주제는 많이 바뀌었다. 우리 둘의 이야기보다는 아이들 이야기가 많다. 나는 주로 아이들에게 서운한 거, 부족한 거, 더 했으면 하는 거를 이야기 하면 남편은 지금도 좋은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한다. 본인이라고 왜 아쉬운 게 없을까마는 내 감정에 같이 휘둘리지 않는다. 언제나 한결같다. 그런 남편의 말에 나는 평점심을 찾는다. 이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아주 나쁜 것도 아니라고.

방학이라 애들하고 있는 시간이 많다. 거리두기가 필요한데 물리적으로 그게 안 되니 쌓이는 게 많다. 주말이면 남편이랑 밖으로 나가는 이유다. 촘촘하게 좁혀진 마음의 거리를 벌려 놓을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이 함께 있어 든든하다. 남편은 나랑 산책할 때 회사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러면 또 나는 공감해주고 적당히 남편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남편도 내가 있어 든든하겠지? 

이런 나도 날이 추워지면 꾀가 난다. 그러니 봄아 얼른 와라. 주말에 오래 걷고 산책하게. 평일을 버틸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편집기자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성교육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일과 사는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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