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적응하기, 쉬운 일 아니네요
어린이집 적응하기, 쉬운 일 아니네요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5.24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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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과 만난 아이 힘차고 적응 중

[연재] 볍씨아빠의 육아일기

 

지난주는 감기로 인한 피곤. 이번 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인한 피곤. 이것은 산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의 이야기다. 지난주 우리 세 식구는 감기로 고생을 했다. 가장 큰 고생은 아내가 했다. 아내는 이번 주 공개수업까지 겹쳐서 거의 잠도 잘 자지 못하고, 결국에는 감기가 잘 낫지 않은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산하의 새로운 환경 적응에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5월 첫 주부터 시작한 산하의 어린이집 적응. 어느덧 3주가 지났다. 여전히 나는 어린이집에서 산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무한정 시간을 준다.)

 

1~2주는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었다. 보통 산하는 오전에 잠을 잔다. 그래서 잠을 자고 깬 이후 어린이집에 갔다가 점심 먹고 돌아온다. 우선 어린이집 맛보기라고 할까?

 

1~2주. 산하는 낯선 환경이 어색한지 좀처럼 내 옆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재미난 장난감들이 생기면 떨어졌다가 울면서 나에게 오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래서 나는 산하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산하는 담임선생님과의 관계도 좀처럼 발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담임선생님과 궁합이 잘 맞지 않나 생각해봤다.

 

어린이집에서 특강을 듣고 있는 산하. ⓒ김광백
어린이집에서 특강을 듣고 있는 산하. ⓒ김광백

 

3주째(이번주). 이번 주부터 산하의 하루 패턴을 어린이집 일정에 맞추기로 했다. 그래서 오전에 잠을 재우지 않고 조금 일찍 어린이집에 갔다가 점심 먹고 오는 것으로 바꿨다.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월요일과 수요일. 어린이집 입구에 들어서니 산하가 울려고 한다. 병원 입구에 들어설 때랑 비슷하다. 산하는 나에게 가기 싫다는 얼굴을 한다. 나는 애써 산하의 얼굴을 외면한 채 노래를 불러준다. 어린이집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나오는데 산하는 대성통곡을 한다. 그래도 울면서 볼 것은 다 본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니 자기도 놀고 싶나 보다. 나에게 떨어질까 말까 고민하면서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그러다가 이내 어린이집에서 논다. 나는 거실 한 모퉁이에 조용히 앉아 있는다. 다행히 헤어질 때는 웃으면서 나온다.

 

그리고 이번 주 목요일과 금요일.

 

산하는 어린이집이 약간 적응됐나 싶다. 입구에 들어가서도, 선생님을 보고서도 울지 않는다.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짓지만, 아이들과 손인사도 한다. 울지 않고 들어가니 내 마음도 한결 가볍다. 산하는 물건을 주고받기 놀이를 좋아한다. 이내 이런저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소꿉놀이도 하고, 다른 아이들과 주고받기 놀이도 하고. 기특하다. 역시 점심 먹고 웃으면서 나왔다.

 

아직 어린이집에서 나는 산하랑 같이 있다. 조금 있으면 떨어질 텐데, 그때 산하는 얼마나 많이 울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했다.

 

지난 3주 정도 산하는 어린이집에서 몇 가지 배워온 게 있다. 우선 빨대 컵 사용이다. 우리 부부는 굳이 산하에게 빨대 연습을 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8개월 된 아이가 빨대 컵 사용을 하는 것을 보고, 다음날 바로 해봤는데 산하도 잘 빤다. 덕분에 물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됐다.

 

또 밥 먹는 습관의 변화다. 전에는 부스터에 앉혀서 먹였다. 산하 입장에서는 갇혀서 밥을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는 그냥 먹인다. 선생님 왈. "조금 지나면 모두 앉아서 먹어요"라고 하신다. 그래서 집에서도 연습을 해봤다. 처음에는 부산하게 돌아다니면서 먹었다. 그렇게 1주 정도 연습을 해보니 앉아서 먹는 시간이 늘어났다. 밥도 전보다 잘 먹고.

 

그리고 반찬의 변화다.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먹고, 무엇을 먹는지 인터넷을 통해서만 보게 됐다가 어린이집에서 보게 되니 많은 도움이 됐다. 덕분에 산하는 집에서 다양한 반찬을 먹게 됐다. 매일 무슨 반찬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됐는데 다행이다. 더불어 산하의 식성 또한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다른 아이와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육아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나처럼 아빠가 키우면, 주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산하랑 비슷한 월령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문화센터에서 잠깐씩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산하에게 적용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즉 산하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적은 자극을 줬던 것 같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산하와 비슷한 월령의 아이들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좀 더 산하에게 많은 자극을 줄 수 있게 됐다.

 

어린이집 적응은, 아이에게 전부였던 세상을 허물어야 하는 과정이다. 아이의 전부였던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처음 적응할 때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른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는 힘들다. 하물며 15개월 된 아이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산하에게 미안하면서도 나는 좋은 면만 살펴보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아자~~~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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