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145.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언제부턴가, 사진이 너무 현실적으로 나오면 괜히 싫어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내 머릿속에 그려진 나의 이상적인 모습과 유사하게 나온 사진을 기대하게 되면서 앱을 이용하거나 사진을 보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곤 합니다. 비록 사진일 뿐이지만 나의 현재 모습과 대면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일텐데요.
세상을 또렷하게 바라보기,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나를 바로 세워나가기, 삶을 투쟁적으로 개척해보기, 타고난 운명과 마주해보기, 시련과 상처 극복하기, 한뼘 더 나아가기 위한 내공쌓기, 반복되는 일상 속 행복하게 살기, 복잡한 인간관계 속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등은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명제일텐데요.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고민했던 명제들이지만 그 누구도 명확히 정답을 알려주지도, 답을 알고 있지도 않은 인생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무엇이 정답인지’,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지’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그 해답을 찾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형식과 틀에 박혀 개성과 목적을 잃고 일상을 의미 없이 살아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더디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희미하게라도 답이 찾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도 생기지만, 스스로 낙심하고 실망감이 밀려올 때도 많습니다. 최근에 제가 좀 그랬습니다.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무엇하나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고 사사건건 정체불명의 무언가가(운명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참을 인’ 자를 수도 없이 그렸습니다. 그런데요. 어렵게 마음을 잡고 돌아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금 문제가 팡팡 터지더군요. 언젠가부터는 헛웃음이 나면서 계속 이렇게 살다 보면 제 일상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꼭 이렇게 예민하고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위에 언급했던 그런 인생의 오랜 숙제들을 꺼내게 됩니다. 내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하필 이럴 때 나에게 마구마구 던지게 됩니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죠. 눈앞에 터진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인데 원론적인 질문까지 던지니 얼마나 가혹한 일입니까. 그러니 내 자아는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요.
그래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정신을 차려보기로 했습니다. 인생은 항상 여러 이슈가 있는 것일 테고요. 그걸 하나하나 차분하게 쳐다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있는 현상 그대로를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질문이 나오면 그냥 멀리 던져버렸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요. 그렇게 했더니 어느샌가 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잘 살고 있으면 어떻고, 조금 버겁게 살고 있으면 어떤가요. 이 둘 사이가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우리 인생의 중심을 잘 잡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상황이나 고민에 놓여 있는 중이라면 오늘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잘 살고 있다. 나에게 떨어진 이 문제들을 나는 잘 해결할 수 있고 어쩌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올려 보면 생각조차 나지 않을 문제들일 수 있다. 이럴 때 나를 너무 몰아세우진 말자.”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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