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어른이 길을 물어올 때
낯선 어른이 길을 물어올 때
  • 칼럼니스트 이향숙
  • 승인 2013.07.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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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른에게 물어보세요' 답변할 수 있게 가르쳐야

[연재] 이향숙 센터장의 현장에서 배우는 성교육

 

충북 보은군 동광초등학교 반별 참여식 길들이기 깨기 실습 교육 모습. ⓒ이향숙
충북 보은군 동광초등학교 반별 참여식 길들이기 깨기 실습 교육 모습. ⓒ이향숙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은 주로 학생들의 참여식 교육으로 이뤄진다.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본다. 학교 근처에서 어떤 어른이 길을 묻거나, 다니는 초등학교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 어른에게 답을 할까? 많은 어린이들은 그 어른에게 “몰라요, 라고 하며 막 뛰어가요”, “싫어요, 하고 무시해요”, “어른이 왜 길을 물어요” 등의 대답을 한다고 한다. 왜 그렇게 불친절하게 대답을 하느냐는 강사의 질문에 “나쁜 사람이잖아요”, “무서운 사람일지도 몰라요” 등 아이들 대답에는 불신이 먼저 작동한다. “어린이에게 길을 묻는 사람은 다 나쁜 사람일까요”라고 물으면 그때의 대답은 “예”와 “아니요”로 갈린다.

 

우리 생활 문화 속에서 예의 바른 어린이는 어른에게는 공손하고, 얌전하며, 어른 말씀엔 말대답하지 않고, “예”라고 답하고, 어른이 무엇을 주시면 고맙다고 인사하라고 가르쳤다. 이렇게 무조건 공손하고 순종적인 어린이로 키우다 보니, 친절함을 가장해 나쁜 의도로 접근한 어른에게도 그대로 친절함을 보여 범죄의 희생자가 된 어린이가 많다. 이웃에 사는 범죄자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아동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평소 생활에서 어른들에게 공손하면서도 잘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말을 걸어오는 어른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아는 데로 알려주되 다른 어른들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답변을 할 수 있게 평소에 가르치는 게 좋다. 또한, 친절하게 먹을 것이나 장난감 같은 호기심 유발하는 물건을 준다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지 말고 “고맙지만 괜찮습니다”라고 거절하는 것도 가르치자.

 

◇ 그럼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나?

 

우리 아이들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가해자들은 우리 아이와 부모도 아는 사람인 경우가 더 많다. 설령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의 주변에서 친절한 모습으로 살던 사람들이 많다.

 

나쁜 마음으로 어린이들 주변에서 맴돌며 친해지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를 상대로 길들이기’(그루밍, grooming)를 한다. 그루밍(grooming)이란 아이가 혼자 언제 놀고 있는지, 혼자 다니는지, 부모를 만나도 인사를 잘 나누며 관계를 만들고, 친절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고, 유혹하기 등을 말한다.

 

◇ 길들이기 깨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지침대로 ‘길들이기 깨기’를 자녀와 함께 연습해 보자. 누군가 아이에게 친절을 베푼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래와 같이 알려주자. 단, 평소에 아동의 행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지나치게 경계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엄마한테 물어보고요. (엄마나 보호자에게 연락해 보기)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No thank you! 정중한 거절하기)

 

-그 자리를 떠나면서 상대방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지른다. 어른에게 오면서 연락을 한다.

 

-부모님(보호자)께 이런 일이 있었다고 꼭 말한다.

 

-평소에 아이와 일상에 있었던 일을 대화하는 것을 생활화한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친절을 내세워 다가오는 친근한 어른들에게는 아래와 같이 대처하도록 평소 집에서 자녀와 함께 연습해보자. 여성가족부의 아동 성폭력부모교육 동영상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연습 1. 약자로 위장 도움 요청하기

 

다리를 다쳐 목발을 한 어른이 아동에게 다가와 차가 있는 곳까지 물건을 들어달라고 하며 도움을 청할 때 아이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연습 2. 길을 묻거나, 선물로 유인하거나, 심심할 때같이 놀아주겠다고 접근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린이 몸에 함부로 손대지 않기(예쁘다는 표현은 말로 하기)

 

-사소한 일도 부모님과 상의하고 행동하기

 

-어른이 도움을 청할 땐 직접 하지 말고, 주위의 다른 어른 찾아보기

 

-아이의 이름 노출시키지 않기(신주머니 가방 등)

 

-이웃에 비상 보호망 만들기(평소 주위 사람과 인사 나누고 살기)

 

*칼럼니스트 이향숙은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1999년부터 성폭력상담소에서 피해자 상담과 사법보좌를 하고 있으며 성폭력예방교육과 성희롱예방교육 전문 강사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 성폭력피해자 치료센터인 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의 근무 경험으로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에게 필요한 성교육에 관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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