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155. 4년 4개월 동안 함께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주에 온 첫날을 기억합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후덥지근했던 낯선 바람, 너무도 조용한 밤거리, 그리고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맴돌던 쓸쓸함까지. 막연하고 어색하기만 했던 그날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이 말을 전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참 잘 살았고, 잘 살아가고 있다.”
제주살이 3년 차에 접어들 즈음, 베이비뉴스를 통해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칼럼을 시작했습니다. 첫 칼럼을 송고한 이후 어느덧 4년하고도 4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155편의 이야기가 쌓였습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삶에 적응해 간다는 건 생각보다 조심스럽고, 두려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칼럼을 연재하는 내내 글을 쓰는 일들이 내게는 제주를 들여다보는 창이자, 나 자신을 마주하는 거울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독자분들의 다정한 안부는 제주살이의 가장 든든한 말동무가 되어주었고요.
매달 세 번, 글을 쓰기 위해 걸었던 길들이 있습니다. 억새가 바람에 쓸리는 소리를 들었던 오름 위 전망대, 삶의 온기가 살아 숨 쉬는 시장 골목, 해 질 녘 고요히 앉아 바라보던 바닷가. 그리고 사계절 내내 마음을 채워주던 제주의 자연까지. 그 길 위에서 나는 제주를 배웠고, 제주의 사람들을 이해했고, 무엇보다 나의 삶을 천천히 되짚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지나가는 순간들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써 내려간 칼럼들은 계절 하나를 지나가는 방식이었고, 삶의 여정을 통과하는 문장이었습니다. 때로는 설레며, 때로는 지치며, 때로는 눈물로 적어 내려간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되어 닿았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제는, 때가 되었기에 이 이야기를 놓아주려 합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봄날 벚꽃이 제때 흩날리는 것처럼요. 더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함께 동행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누어준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기꺼이 실어주신 베이비뉴스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연재는 여기서 끝나지만, 제주의 이야기는 다른 자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제주에 살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날, 다시 또 길 위에서 마주치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번 칼럼의 마지막 문장도, 언제나처럼 같은 말로 매김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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