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한 사람의 인생 읽을 특권
결혼이란 한 사람의 인생 읽을 특권
  •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 승인 2013.07.1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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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원인, 자신이 생각하는 정답 요구하는데서…

“아니야! 자기 조금만 옆에….”

 

“여기? 이쪽 맞아?”

 

“오른쪽으로 좀 더….”

 

부부가 서로 등 긁어줄 때나 날 법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구건강가정지원센터 신교육실, 예비부부와 신혼부부 10쌍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서울특별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진행 중인 예비부부교육 ‘우리 결혼할까요?’의 세 번째 강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모습이다.

 

남녀 둘 중 한 명은 눈을 감은 채 펜을 쥐고, 다른 사람은 파트너가 구멍이 난 하트 모양에 'Love' 네 글자를 써넣을 수 있도록 말로 방향을 알려주는 미션을 수행 중이었다. 이날 교육을 맡은 한석준 웃는마음가족상담연구소장은 “사랑의 밀어를 엿듣는 것 같다”며 짓궂은 농을 섞었다.
 

'눈 감고 하트 그리기' 실습은 한 사람은 눈을 감은 채 펜을 쥐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이 구멍이 난 하트 모양에 'Love' 네 글자를 그릴 수 있도록 말로 방향을 알려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상대방이 하는 말은 말 자체는 쉽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실습이다. 김고은 기자 ke.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눈 감고 하트 그리기' 실습은 한 사람은 눈을 감은 채 펜을 쥐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이 구멍이 난 하트 모양에 'Love' 네 글자를 그릴 수 있도록 말로 방향을 알려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상대방이 하는 말은 말 자체는 쉽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실습이다. 김고은 기자 ke.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모두들 ‘그 정도는 눈감고도 그리겠다’ 싶은 쉬운 그림이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우스꽝스러운 결과물을 확인한 후에는 무안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한 예비신부는 “오른쪽 대각선 방향이라는데 위쪽인지 아래쪽인지, 각도는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바로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하는 실습이었다.

 

한 소장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갈등이 오게 되기 마련인데,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정답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술 취해서 집에 들어온 남편을 ‘당신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돼’라는 기준으로 몰아붙이면 싸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해답이 아닌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답’을 갖고 묻지 말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나는 오늘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당신 귀찮아? 피곤해? 그러니까 어제 술을 마시고 들어오지 말았어야지’라며 그 말의 의도를 해석할게 아니라 ‘아, 그러니까 당신 말은 오늘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싶다는 말이지?’라고 토씨 하나 빼지 말고 재차 묻는 것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물어야 한다.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더라도 최소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 한다는 제스처를 보여줄 수 있고, 결국 그 노력이 갈등을 방지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한 소장은 “답이란 언제나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답에 매이지를 않길 바란다. 싸우고 싶다면 ‘당신은 대체 왜 늘 그런 식이냐’며 불씨를 당겨야 할 것이고, 싸움을 만들기 싫다면 싸움을 그칠 수 있는 오늘의 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예 싸우지 않을 수 없지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오늘의 새로운 방법과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곧 이어 반복되는 갈등으로 상처의 골이 깊어져 사이가 틀어진 한 부부의 사례가 담긴 동영상이 소개됐다.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하던 남편이 ‘미안하다’는 말을 어렵게 건네자, 아내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방법이 서투르더라도, 혹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손을 내밀고 마음을 전하는 것에 해답이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영상이었다. 한 소장은 “나를 위해 뭔가 해보려고 하는 마음에 감동해 갈등의 회복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와 다른 한 사람을, 그의 언어를 이해하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스스로와 배우자에게 넉넉히 시간을 주기 바란다. 여러분은 배우자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권의 책을 읽듯 한장 한장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매 줄마다, 매 단락마다 간극의 정서가 매번 다르게 다가올 것이고, 다음 장에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을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어 내리며 느껴지는 모든 감정을 기쁘게 만끽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사랑이 깊어지면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자신이 건강한 만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먼저 스스로 건강해지기를, 그를 바탕으로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예비부부교육 ‘우리 결혼할까요’는 결혼 전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결혼 초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워 건강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결혼예비학교다. 서울시와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서울 시민청을 결혼식 장소로 제공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젊은이들이 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로 지난 5월부터 25개 자치구에서 매달 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부부교육은 오는 27일 종로구 강의를 마지막으로 전체 25개구 1기 강의가 모두 종료된다. 2기 강의는 지난 13일 성동구를 시작으로 이미 시작됐는데, 성동구와 도봉구를 제외한 모든 구의 2기 강의는 8월 17일부터 일제히 시작될 예정이다. 신청 및 접수 문의는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나 각 관할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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